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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2009-01-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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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혁명가 고도쿠 슈스이의 제국주의론

                    (幸德秋水)

 

- 노이에자이트 -

 

 존 홉슨의 제국주의론이 나오기 1년 전인 1901년 <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가 출간되었습니다.고도쿠 슈스이(1871-1901)의 역저이지요.그의 저작은 홉슨에 비하여 학술적인 연구서는 아니지만 그 날카로운 통찰력은 지금 음미해 보아도 설득력이 있습니다.특히 제국주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지요.그의 저작 중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제국주의자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무역이 중요하다,영토의 확장은 우리의 상품을 판매할 시장을 구하는 데 있어 실로 급선무이다" 고 외친다.그들은 무엇때문에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필요로 하는가.그것은 자본의 과잉생산 때문이다.하지만 자본가들이 과잉생산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면에는 수천만의 빈민들이 먹고 입을 것도 부족하여 고생하고 있다.저들의 과잉생산이란 시실은 수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수 국민의 구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런 구매력의 저하는 부의 분배가 공평성을 잃어 빈부의 격차가 날로 심화되기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오늘날 구미의 경제문제는 다른 가난한 국민을 압박하고 이를 굴복시켜 그 상품소비를 강요하기에 앞서 먼저 자국의 다수 국민의 구매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려면 자본에 대한 특혜적인 권리부여를 금지하고 일반 노동자에 대하여 공평하게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그러므로 분배를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유경쟁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조하여 사회주의적인 제도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도쿠 슈스이는 아나코 신디칼리즘에 기울어져 직접행동론을 주창하는 등 정통 맑시즘과는 거리가 있지만 반전 평화 제국주의 운동으로 일본의 앞날에 경고를 잊지 않았습니다.1905년 7월 21일 을사조약을 앞 두고 그는 사카이 도시히코 등과 함께 일제의 조선정책을 반대하는 결의문인"우리는 조선인민의 자유,독립,자치의 권리를 존중하고,이에 대한 제국주의 정책은 만국평민 계급공통의 이익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본다.그러므로 일본정부는 조선의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는 언책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를 세계 각국에 호소하였습니다.이 결의에는 고도쿠와 거리를 두던 사회주의자들도 분파를 넘어 공동행동을 취하였지요.일본의 민주투사로 숭앙받던 자유민권운동 계열들도 일제의 한국지배에 대해선 별다른 비판이 없었던 당시를 생각해 본다면 이들의 반전-반제국주의 사상은 돋보입니다. 

 

  존 홉슨의 <제국주의론>은 레닌의 1917년 저작인 <제국주의-자본주의의 최고단계>에 인용되어 유명해졌습니다.홉슨은 진보적 자유주의자이긴 하지만 사회주의자는 아니었는데도 카우츠키의 제국주의론이 레닌의 맹비난을 받은 것에 비해 비교적 후한 평을 받았지요.하지만 홉슨의 저작에는 요즘 중국경계론과 비슷한 주장이 있어서 놀라게 됩니다.그의 <제국주의론> 뒤편의 '아시아의 제국주의'장에는 "중국이 형세를 역전시켜 서구 산업국가의 자본과 관리자를 차용하여,혹은 중국의 자본가와 관리자를 활용하여 값싼 자국 상품으로 자국시장을 석권한 뒤 무역에서는 서구 수입상품을 거부하면, 결국 이전의 후원자이면서 중국을 개화시켜 준 국가들을 재정적으로 지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게다가 "황인종 노동자,황인종 용병부대 및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유입될 농산물과 공산품에 우리 농민과 노동자의 복지가 위협받지 않을까"하는 언급에서는 인종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 정도입니다.1900년 의화단의 봉기를 진압하러 중국으로 출동하는 독일군에게 카이저인 빌헬름 2세가 "황인종이 유럽을 지배할 지도 모르니 난을 일으킨 중국인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형편이었고 중국과 일본이 연합하여 유럽열강에 대항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유럽과 미국에 퍼져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홉슨 같은 진보주의자까지...하는 놀라움은 금할 수 없지요. 

 

 고도쿠 슈스이는 천황암살 모의에 가담했다는 조작극에 걸려 투옥된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그와 함께 아나키스트로 쌍벽을 이루던 오스키 사카에는 관동대지진의 와중에 아마이에게 살해당합니다.오스키의 경우엔 그의 자서전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으나 고도쿠가 생전에 "나를 알려거든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된다"고 자신만만했던 그의 대표작<20세기의 괴물 제국주의>는 아직 번역이 안되어 있습니다.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내세운 사이비 아시아주의와 달리 반전 민족자결,반 제국주의를 내걸고, 1907년 일본에 망명해 온 중국,필리핀,베트남,인도의 혁명가,독립운동가들과 함께 동화 화친회를 결성하기도 한 진짜 아시아주의자인 고도쿠의 전기나 그의 저서를 우리말로 읽고 싶군요.그는 또 박노자가 좋아하는 아나키스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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