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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2011-06-24 오전 11:23:16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0624102453§ion=05

 

 

오바마가 끝내는 부시의 전쟁, 이제는 평화가?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오바마, 아프간 미군 철수계획 발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한국시간) 10년째 전쟁을 치루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의 미군 철수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다음달 7월부터 5000명, 연말에 5000명, 내년 7월까지 2만 명을 철수하고 2014년까지 나머지 7만 명을 완전 철수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끌고 가장 비싼 비용을 치렀다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마무리를 짓게 된다.

미군과 연합군의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 안보는 아프간 국민의 몫이 된다. 물론 미군과 나토군이 철수한 후 아프가니스탄 군대가 독자적으로 반 정부세력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 점에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확인된, 미군과 탈레반 반정부군이 전쟁을 종시시키기 위해 평화협상을 시작했다는 보도는 고무적이다. 미군이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무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평화의 길 찾기기 시작된 느낌이다. 파키스탄의 영자지 <데일리 타임즈(Daily Times)>가 미군-탈레반 협상을 "중요한 진전"이라고 그 의의를 평가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진주만 폭격 이후 미국 본토가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받은 최초의 사건이라는 9.11 충격 직후, 부시 대통령은 이 테러를 배후에서 조종한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알카에다 조직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10월 7일 아프가니스탄에 전쟁을 선포했다. 막강한 공군력을 동원한 미군의 초토화 작전에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1년 만에 무너졌다. 그러나 부시는 생사불문, 잡고 말겠다고 공언한 빈 라덴과 알 카에다의 행방도 알아내지 못한 채 8년 임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서 부시의 전쟁은 오바마의 전쟁이 됐다.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선거 공약에도 불구하고 취임 첫 해인 2009년 가을, 주둔군 사령부의 건의에 따른 것이기는 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 3만 명의 미군을 증파하는 결정을 내려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2014년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철수시킨다는 기본 계획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오바마의 외교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늘어갔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미국 국민의 불만이 소속 당을 초원해서 높아갔다.

제2의 베트남 전쟁, 아프간 전쟁이 남긴 상처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에 전쟁을 선포할 때 붙인 작전명이 '항구적인 평화'였다. 그러나 지난 10년 간 아프가니스탄에는 한시도 평화가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제2의 베트남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미군 희생자 수만 따지면 아프가니스탄 전사자는 1634명(2011년 5월 말)로 5만8000 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은 베트남 전쟁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나토군 희생자까지 합치면 총 2543명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국군 전사자 2명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탈레반의 희생자는 수 만명으로 추산된다.

자살폭탄과 기타 폭탄 공격으로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도 적지 않았다. 인권단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렇게 사망한 민간인이 2009년 2412명, 2010년 2777명으로 집계됐다. 그 밖에 미군의 무인 비행기 드론의 공격으로 희생된 민간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도 없다. 전쟁으로 집을 버리고 방황해야 하는 난민들의 수도 수 십 만에 이른다.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다. 빈 라덴과 알 카에다에 대한 미국인의 복수심의 희생자들이다.

▲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도시 칸다하르 인근에서 미 해병대원들이 부상당한 동료를 구조 헬리콥터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전쟁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한 달에 100억 달러를 쓰고 있다. 1년이면 1200억 달러의 엄청난 돈이 전쟁 희생자들의 억울한 혼과 함께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미국의 의료보험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거금이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에 5000억 달러를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었다. 빈 라덴과 알카에다에 대한 분풀이로는 미국 국민의 세금을 너무 헤프게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지금 미국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2007년의 금융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비용 탓도 적지 않다. 재정이 파탄 상태에 있다. 의회가 8월까지 재정적자 상한선을 올리지 않으면 정말 재정 파탄을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계속하기 어렵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바마로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전기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몰리게 됐다. 더구나 금년 7월부터는 미군 철수를 시작하겠다고 이미 약속한 바가 있는데 그 시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 점에서 오바마의 철군 발표는 .예견된 것이었다. '

오바마로서 참으로 다행인 것은 미군 특수부대가 지난 5월2일 파키스탄의 아바토바드에 숨어있는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내서 그를 사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미국은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제거해서 9.11의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벌였다는 전쟁의 목표를 달성했다. 철군의 명분을 갖게 됐다. 만약 지금까지 빈 라덴의 소재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오바마의 입장은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여론은 당장 철수를 원하는데 탈레반의 공세와 아프가니스탄 정권의 안전 문제를 내세워 군부의 강경파가 철군의 연기를 주장했다면 오바마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여건을 고려할 때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계획은 가장 무난한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오바마 철군 계획과 대통령 선거전 간의 상관관계

오바마의 철군 계획에는 앞으로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통령 선거전까지를 예상한 시나리오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내년 대선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중요한 외교 이슈로 부상될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연설에서 철군에 따른 어려운 문제를 거론하면서 국민의 화합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이 문제가 선거 이슈로 부상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계산을 드러낸 것이었다. 오바마의 철군 계획은 적어도 군사 분야에 관한한 공화당 후보로부터 공격받을만한 아킬레스건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탈레반과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선거전을 의식한 탈레반이 협상의 고지를 장악하기 위해서 전선을 이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그 점에서 불안 요인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탈레반과 협상할 때 종교적으로나 민족적으로 탈레반과 가까운 파키스탄의 태도도 관신 대상이다. 빈 라덴 사살 사건으로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상상 이상으로 악화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국의 철군 선언으로 10년을 끌어 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이제 어느 한 쪽의 승리보다는 평화를 모색하는 쪽으로 그 방향을 튼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장행훈 언론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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