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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194호] 2011.06.10  10:03:41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48

 

 

유대인과 맞선 오바마, 재선 가능할까?
오바마 대통령이 ‘1967년 중동전 이전 국경선’을 기준으로 삼자는 중동 평화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인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는데….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1967년 중동전 이전의 국경을 협상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스라엘은 방어할 수 없는 1967년 이전의 국경선으로 결코 복귀하지 않을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중동 평화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역대 미국 정부의 대중동 정책상 가장 획기적인 중동 평화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그 핵심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19일 국무부 특별 연설에서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그것도 공개적으로 맹방인 이스라엘에 대해 ‘1967년 중동전 이전의 국경선’을 팔레스타인과의 협상 출발점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때마침 워싱턴을 방문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수용 불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그뿐인가. 그는 지난 5월24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회와 강력한 친이스라엘 로비 조직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하고, ‘1967년 국경선’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천명했다. 


   
ⓒAP Photo
5월2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앞)가 미국 의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평화 협상안을 비판했다.


오바마가 획기적인 중동 평화안 내놓은 까닭


오바마 대통령이 ‘1967년 중동전 이전의 국경선’ 문제를 꺼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올 초부터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비롯해 우방인 이집트에서 벌어진 거센 민주화 시위로 정권이 무너지는 등 이른바 ‘아랍의 봄’이 촉발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예멘과 시리아, 리비아 등 주변 중동 국가에서도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는 등 기존 중동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자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그가 국무부 연설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민이 과거의 질곡을 벗어던지고 있는 이때야말로 중동에도 분쟁과 모든 소유권 문제를 종식시키는 항구적 평화를 위한 운동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라고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1967년 중동전 이전의 국경선’이란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중동전에서 단 6일 만에 승리해 획득한 영토 이전의 상황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당시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이집트로부터는 시나이 반도와 가자 지구를, 요르단으로부터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그리고 시리아로부터는 골란 고원을 점령한 뒤 이스라엘 영토로 흡수했다. 그 뒤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반환했고, 가자 지구에서도 철수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전 이후 새로 병합한 영토에 정착촌을 건설하기 시작해 팔레스타인의 반발을 샀다. 이스라엘은 시나이 반도와 가자 지구에선 정착촌을 건설했다가 나중에 모두 철거했지만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 동예루살렘, 그리고 골란 고원에서만은 꾸준히 정착촌을 건설해왔다. 그 결과 서안 지역에 약 30만명을 비롯해 동예루살렘에 약 20만명, 골란 고원에 약 2만명의 유대인이 산다.


   
ⓒAP Photo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도 돌려받겠다고 벼른다. 위는 국경에서 시위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오바마의 평화안대로라면 이스라엘은 서안 지역과 동예루살렘, 골란 고원을 모두 팔레스타인에 반환하고, 유대 정착민도 이스라엘 본토로 귀환해야 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50여 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정착촌에 거주하는 현실을 감안해, 설령 이스라엘이 문제의 영토를 반환한다 해도 유대 정착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영토를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이 중동전 이전의 영토를 반환할 경우 ‘새로운 인구 현실’을 감안해 유대 정착민에게 필요한 다른 땅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으로, ‘1967년 중동전 이전의 국경’을 기준으로 삼되 이처럼 합당한 영토 교환을 통해 국경선을 새로 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미 합병한 영토를 다 돌려줄 수는 없다는 태도이다. 땅덩어리도 작고 정착민도 별로 없는 가자 지구는 양보가 가능해도 유대 정착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은 절대 반환 불가다. 특히 요르단강 서안을 내줄 경우 예루살렘이 3면에서 포위당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에 군사적 견지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강공 탓에 협상 여지 사라져


   
숙적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를 묵과할 리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은 “1967년 중동전 이전의 국경선으로 복귀할 수 없다”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선언을 사실상 ‘선전포고’로 간주한다. 이런 태도로는 절대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을 벌일 수 없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설령 이스라엘로부터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을 모두 돌려받아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영토의 약 5분의 4를 포기하는 셈이라면서 네타냐후를 규탄한다. 그러면서 요르단강 서안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이 절대 양보 불가를 천명한 동예루살렘도 반드시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일명 ‘구도시’로 알려진 동예루살렘은 유대인은 물론 기독교인과 무슬림 모두에게 성지로 통하기 때문에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틴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1967년 이전의 국경선’ 문제 외에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이다. 그럴 경우 1948년 이스라엘 창건과 함께 유랑길을 떠나야 했던 수십만 팔레스타인 난민과 수백만명에 달하는 후손이 지금의 이스라엘 영토는 물론 점령지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미국의 협상안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협상 여지를 사실상 막아버린 만큼 현재 세계의 이목은 팔레스타인의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맹방인 미국에서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의 입장을 떵떵거리며 홍보하고 귀국했지만, 정작 이스라엘에서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의 중도계 신문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풍자만화가 압권이다. 만화를 보면 네타냐후를 태운 비행기가 화산 근처로 날아가는 동안 기내의 수행원이 그에게 “전반적으로 아주 성공적인 방문이다”라고 속삭인다. 흥미로운 건 화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 연기가 9월이란 뜻의 ‘S-E-P-T-E-M-B-E-R’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9월은 팔레스타인에겐 길운의 달이지만 이스라엘에겐 악몽의 달이다. 그때까지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태도에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유엔을 통해 자신들의 국가 자격을 인정받겠다고 팔레스타인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을 제외한 유엔 상임이사국은 물론 대다수 유엔 회원국이 동조할 움직임이어서 이스라엘도 초긴장 상태이다.

미국, 유엔에서 고립될 수도


팔레스타인은 공식 대표기구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통해 1984년 국가 선포를 했다.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가 130개를 넘는다. 따라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만 없으면 정식 ‘국가’로 인정받아 이스라엘처럼 유엔 회원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유엔 진출을 적극 반대하는 이스라엘 때문에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게 100% 확실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오바마의 평화안을 거부한 이상 팔레스타인으로서도 올가을 유엔으로 가는 것밖에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설령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인정은 받지 못해도 다른 상임이사국과 대다수 유엔 회원국이 지지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이 고립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정치적 부수 효과도 크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67년 중동전 이전의 국경선 기준’이라는 협상안으로 팔레스타인 손을 들어준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뺨 맞고 유엔에서도 미국의 고립을 자초할 수 있는 아주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설상가상 이번 평화안으로 오바마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 내 유대계 단체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경우 2012년 대선에서의 재선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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