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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소리>  2011-08-30 19:19:43

http://www.vop.co.kr/A00000428291.html

 

 

검찰은 지금 곽노현을 부엉이 바위에서 떠밀고 있다

[기고] ‘입 닥치고 사퇴’가 진보의 도덕성이라면 나는 진보 안 한다

 

 

김행수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교사가 교장에게 5천만원을 줬는데 세상에 알려졌다. 세상 사람들은 "교감하려고 뇌물 바쳤다. 근평 잘 받아서 장학사 가려고 줄 섰다."라고 하면서 뇌물 공여로 학교에서 쫓아내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욕한다. 그런데 그 교장이 부모님이 오랜 병환으로 거의 전 재산을 치료비에 썼고, 아들이 대학에 갔는데 천만원 등록금도 못 낼 형편이었다는 것을 이 교사가 알았고 아무도 모르게 제3자를 통해 돈을 준 것이라면 어떨까?

교사와 교장 사이에 돈이 오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세간의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도와주고 싶어도 모른 척 하는 것이 도덕적일까, 아니면 오해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교장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도덕적일까? 당신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나?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감추어진 진실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관계 자체로 곧바로 사실이 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될 수도 있다. 위의 교사와 교장의 돈 거래처럼 세상에 이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출처는 검찰과 박명기측, 익명 관계자... 이것이 객관적 정보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부엉이 바위로 떠밀었던 그 검찰과 그 보수언론들이 지금 또 한 사람을 부엉이 바위로 떠밀고 있다. 도덕성을 거론하며 확인된 것 없이 한 인간을 파렴치한으로 몰아 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오히려 비도덕적으로 보인다. 대가성이 있었다면 돌을 던지는 것이 맞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진보세력들까지 검찰과 보수언론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볼 일이다.

현재 언론보도의 출처는 좌파척결(?)에 혈안이 된 이른 바 빨대검찰, 돈 달라고 땡깡부린 박명기, 그리고 있지도 않은 익명의 관계자들이다. 이들로부터 나온 정보가 정말 객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보도들의 타당성을 한번 따져보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28일 오후 단일화 대가성으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이승빈 수습기자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불러온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나자 마자 바로 동아일보와 SBS를 통해 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화 대가 2억 수수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거의 모든 언론들이 후보 매수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현재 적어도 “설”이 아닌 사실로 후보 매수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후보매수를 사실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가지 중의 하나여야 한다. 첫 번째, 단일화 이전에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에게 직접 이를 약속했고 적어도 이를 약속한 각서나 녹음 자료 같은 근거가 있을 것, 아니면 돈 거래 후보단일화 조건을 이후에라도 수락했든지, 그것도 아니면 실무진에서 한 약속을 사후에 보고받고서 이를 승인했든지 중에 하나여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이 3가지 중 어느 것도 확인된 것이 없다.

애초 보수언론들은 “7억을 약속한 각서”가 있다고 했으나 검찰도 없는 문서를 조작할 능력은 없었든지 각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2억을 먼저 주고 연말에 5억을 더 주기로 했다는 보도 역시 현재까지는 검찰과 언론의 일방적 주장이다.

“인사 밀약설”도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지만 이 역시 헛다리로 보인다. 벌써 3번의 정기인사가 있었는데 박명기의 요구가 관철되었다는 이야기도 없고, 겨우 찾아낸 것이 서울교육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인데 의결권도 없고, 이권도 없으며, 월급 한푼도 없는, 말 그대로 자문기구이다. 이런 위원회는 서울교육청에만 20개가 넘고 위원으로 치면 300명이 넘는다.

보수언론이 자신 있게 내놓은 “녹취록” 역시 허무맹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는 단일화 과정을 박명기가 정리한 것으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원본 녹음 기록도 없으며, 그냥 박명기 측에서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만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더 우스운 것은 박명기가 돈을 요구했는데 곽교육감이 주겠다고 약속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소위 ‘사당동 비밀회동’ 역시 곧바로 부정되었다. 단일화 직전 곽노현 교육감과 박명기 교수가 실무자들과 사당동 찻집에서 만나 7억원과 인사권을 약속하고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출처인 이해학 목사는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직접 출연하여 “곽노현 교육감이 면전에서 돈 주고 하는 단일화라면 하지 않는다.”고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보수언론들은 곽노현 측이 “사회적 매장”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며 사퇴를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나는 진보교육계에서 경선을 통해 단일화한 후보인데, 당신이 끝까지 가면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고, 진보교육계에서 매장될 수 있으니 용단을 내려달라.”는 정도의 발언은 당연히 오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후보 단일화 요구를 그들은 “사퇴 종용, 강압 행사” 확증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참 보도할 내용도 없나 보다.

SF소설 쓰는 보수언론. 이들 중에 확인된 사실은 몇 개?

더 소설 같은 이야기는 전교조과 참교육학부모회의 등 교육단체의 금품 수수 의혹 제기이다. 동아일보는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후에 돌려받은 돈이 35억 정도 되는데 이 돈 일부는 박명기에게 가고, 일부는 전교조나 참학 같은 진보교육단체들에 흘러갔을 수 있다는 의혹과 함께 이들 조직이 벌벌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박명기에게 흘러간 2억 돈의 출처가 진보교육단체일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보도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진보교육 세력을 흠집 내려는 야비한 술책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2억을 주었다.”는 것이 전부이다. 각서니 약속 녹취록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관계 자체가 맞지 않고, 대가성이니 인사권 밀약이니 하는 것은 일방의 주장일뿐이다.

보수언론의 보도에 등장하는 수없이 많은 관계자, 제보자 등은 모두 누군지도 알 수 없으며, 정말 그들이 선거 관계자가 맞는지도 확인되지 않는 인물들이다. 대부분이 어디서 들었다,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나 전언성 발언들이다. 이런 것들 중에 과연 몇 개나 진실로 확인될까?

노무현 서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정치검찰의 빨대 관행

지난 노무현 대통령 서거 사건에서 검찰은 아무런 반성도,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 그 때에도 생중계를 하듯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또는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고, 공공연하게 피의사실 공표를 저질렀다. 이른 검찰의 행태는 이후 “빨대 검찰”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는데 지금 곽노현 교육감에게 그 못된 버릇을 반복하고 있다.

검찰과 언론이 이렇게 앞 다투어 확인되지도 않은 것들을 사실로 단정하며 속전속결에 나서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혹시 재판과 상관없이 여론 재판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주어 자진사퇴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검찰 발표와 언론보도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차분히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으로부터 돈을 받기로 하고 사퇴했다는 박명기 교수의 변론을 맡은 곳이 '법무법인 바른'이다. 이 법무법인은 BBK, 도곡동 땅 사건, KBS 정연주 사장 사건, 박연차 차건, 광우병 손해배상, 미디어법, 부산저축은행, 영부인 사촌언니 뇌물 사건, 부산저축은행 관련 사건의 소송을 맡은 곳이다.

이곳 출신 변호사들이 현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비서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거나 하고 있으며, 노무현 비자금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여기에 있다. 이런 사실만 보아도 이 사건의 성격을 추정할 수 있다. 진실 공방은 이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는 이유이다.

곽노현 교육감 수사 공정하게하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단일화 뒷거래'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흥사단 3층에서 곽노현 서울교육감 수사에 대한 교육시민사회단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보수언론과 검찰의 여론재판의 최종 목적은 자진사퇴

정말로 대가성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곽노현 교육감은 구속감이고 징역형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은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안 되어 검찰은 9월 안에 기소할 것이다. 그리고 1심 결과도 기소 후 3개월 이내에 나오도록 되어 있고, 혹시 2심 3심으로 가더라도 일반 사건과 달리 공직선거법은 1년 안에 결론이 난다. 소문이나 추측, 일방적 정보가 아니라 진실은 재판정에서 나올 것이다.

지금 보수언론과 검찰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처럼 곽노현 교육감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어 스스로 물러나기를 종용하고 있다. 여기에 진보세력까지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닐까? 기껏 몇 달을 못 기다리고 소나기를 피하자고, 선거 유불리가 어쩌고 하면서 그를 부엉이바위로 떠미는 것은 아닌 지 돌아볼 일이다.

한나라당은 대 놓고 나가라고 하고, 민주당 역시 책임을 져야한다는 식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진보의 도덕성이라는 대의를 위해, 10.26 보궐선거뿐 아니라 총선과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나가라고 한다.

이런 선거 공학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 어쩌고 하는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그가 어떻게 죽음으로 내몰렸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돈을 준 것 자체가 부적절하니 자초지종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나가라는 것이 진보가 말하는 도덕성이라면 나는 진보 안 할란다. 진짜 선거유불리를 이유로, 진보세력이 살아야 한다면서 억울하더라도 무조건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진보라면 나는 오늘부터 진보 안 한다.

올해 최고의 인기 영화라는 '활'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자칭, 타칭 진보세력이 해야 할 일은 "선거 유불리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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