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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3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실에서 민주진보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경쟁했던 박명기 전 서울시 교육위원과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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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준 2억의 성격에 대해서 검찰과 곽노현 측의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애초 각서와 약속 녹음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검찰이 우위에 있는 듯했는데 각서도 없고, 녹취록도 박명기 측에서 사후에 일방적으로 정리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일화를 위한 후보 매수라는 검찰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던 언론들도 논조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무조건 사퇴를 요구하던 민주당 등 야권 정치계에서도 '선 진실규명'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과 관련한 박명기 교수의 행보에 풀리지 않는 의문이 몇 가지 있다.
박명기, 무죄일 수도 있는데 왜 후보 사퇴 대가라고 할까?
박명기 교수는 지난 교육감 출마 당시에 전 재산을 3억 6천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그가 후보를 사퇴하던 시기까지 선거 자금으로 사용한 돈은 최소 7억에서 15억 원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선거 이후에 그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그는 올해 5월 서울교대 총장 선거에도 출마했다 낙선했다. 여기에도 목돈이 들었을 것이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만약 서울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로 받은 것이 인정되어 유죄선고를 받는다면 곽노현 교수에게 받았다는 2억도 추징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교대 교수에서도 물러날 수밖에 없고 교육감은커녕 이후 10년간 선거권도 박탈되어 '사회적 매장'을 당하게 된다.
단일화 논의 시점에서부터 돈을 요구했던 것은 박명기 교수도, 곽노현 선거 캠프 사람들도 인정하니 명백한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체포된 이후의 행동이다.
박명기 교수에게 건네진 2억 원이 곽노현 교육감의 해명처럼 '선의의 지원'이라고 한다면, 박 교수는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 후보 매수에 해당되지 않을뿐더러, 뇌물죄도 성립되지 않고 명예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그는 후보 사퇴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박명기 측에서 "후보 사퇴를 대가로 돈과 자리를 요구한 것은 맞지만 곽노현 측에서 거부하여 합의가 성립되지 않았다"라고 하면 공직선거법상의 후보매수나 매수유도죄(알선, 권유 등)에 해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기 때문에, 작년 12월로 완성되어 비록 금품 요구가 있었다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시효 완성 면소 또는 불기소).
이렇게 되면, 이후에 받은 2억이 문제로 남는다. 이 경우는 박명기 측에서 (금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후보사퇴와 상관없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선의로 주는 돈을 받은 것이었다면 공직선거법도 뇌물죄도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박명기 측은 7억을 받기로 약속하고 후보를 사퇴했다고 하고 있다.
플리바게닝, 진짜 없었을까
이런 박명기 미스터리에 대해 제기되는 가능성은 검찰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 또는 다른 조건으로 박명기와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혐의 인정하는 조건으로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 주는 것)을 한 것 아니냐는 거다.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검찰이 "박명기 교수 등에게는 일종의 플리바게닝을 시도할 것이다. 그에게 유리한 대우를 약속해주는 대신 곽 교육감에게 불리한 증언을 조작하는 것이다"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4억도 안 되는 재산으로 7억~15억의 선거 자금 마련이나 빚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다른 혐의로 꼬투리를 잡혔거나, 낙선한 교대 총장 선거 관련해서 또 다른 빌미를 제공했을 수 있는데, 검찰이 이를 봐주겠다고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건설사 H사장과 대한통운 전 K사장 관련해서 밀약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한명숙 총리에게 9억을 주었다고 진술했던 H사장은 "검찰의 협박 때문에,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자금을 되찾을 욕심 때문"에 검찰과 짜고 한 거짓말이라고 진술을 뒤집었고, K사장은 미공개정보 주식거래와 횡령한 회삿돈 20억을 차명거래로 거액의 차익을 남긴 혐의가 검찰에 포착되었는데 무혐의 처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하여 아내와 아들, 동생, 사위, 비서 등 주변인들을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올리고 언론에 오르내리게 했다. 박명기 교수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주변인들이 다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박 교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돈을 받은 동생과 친척, 단일화 협상에서 돈을 요구했던 측근들이 모두 형사 처분 대상인데 이들 중 누구도 처벌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가 없다는 점이 이런 추정을 가능케 한다.
친MB 법무법인 '바른' 변호 맡은 배경은?
박명기 교수의 영장실질 심사 변론을 맡은 곳이 '법무법인 바른'이다. 수억의 빚을 지고 사채까지 서서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던 박 교수가 어떻게, 왜 '바른'을 변호사로 선임했는지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바른'은 BBK, 도곡동 땅 사건, KBS 정연주 사장 사건, 박연차 사건, 광우병 손해배상, 미디어법, 대통령 부인 사촌언니 뇌물 사건 등의 소송을 맡은 곳이다. 이곳 출신이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비서관,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사학분쟁조정위원 등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등 현 MB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또 있다. 박 교수가 긴급 체포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건 변호를 맡았다면 변호사는 당연히 곽노현 서울교육감 측과 당시 선거 관련자들에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변론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제대로 연락도 없었고 선거캠프에는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장 실질심사가 비공개로 진행되어 검찰이 무슨 카드를 꺼내들었고, 변호사가 어떤 논리로 변론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반MB 교육정책을 주장하며 선거에 나왔고, 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박 교수가 왜 친MB의 대표적인 법무법인인 '바른'에 변호를 맡겼을까? 박명기 교수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려야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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