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11-10-21 오후 6:21:24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021152650§ion=01
"홍신학원, 전형적 족벌사학"…나경원이 사학법 반대한 까닭?
부친 학교에 모친·동생은 원장, 사촌은 교사…개방이사 전원이 '관계자'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부친 소유의 사립학교인 '홍신학원'의 이사를 맡은 사실이 폭로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내 선거"라며 관련성을 부인해온 것은 차치하더라도, 공무원 신분인 판사 재직 중 사학 이사, 그것도 부친 소유의 사학 이사를 겸직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나 후보는 2002년 9월까지 서울행정법원 판사로 재직한 뒤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특보로 임명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문제는 나 후보가 판사 재직 시절인 2001년부터 홍신학원의 이사를 맡았다는 점이다.
홍신학원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에 따르면, 나 후보는 2001년 6월 이사로 취임해 현재까지 10년째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아버지 학교를 감사에서 제외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한 2005년 당시에도 홍신학원 이사였다.
▲ 나경원 후보는 부친 소유의 홍신학원 이사를 10년째 맡고 있다. 사진은 화곡고등학교 누리집에 공개된 나경원 '이사'의 소개글. ⓒ화곡고등학교 |
현행 법원조직법 49조(금지사항)는 "대법원장의 허가없이 보수의 유무를 불문하고 국가기관외의 법인·단체 등의 고문·임원·직원 등의 직위에 취임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사학과 같은 비영리재단이라 할지라도 대법원 규칙을 통해 대법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논란이 커지자 나 후보는 2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공무원이나 의원이나 등록되지 못할 사유가 없고, 다 신고하고 허가받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두아 대변인 역시 "대법원장에게 신고해 허가를 받았다"며 "법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이사장, 딸은 이사, 어머니-동생은 원장…"전형적인 족벌사학"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사로 등록했다고 해도 현직 공무원이 부친 소유 사학의 이사를 맡은 것에 대해 도덕성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당장 야권은 "공사 분별을 못한 처신"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홍신학원이 "전형적인 족벌사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나 후보의 부친인 나채성 씨가 홍신학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고, 장녀 나 후보가 이사다. 홍신학원이 운영하는 화곡고등학교엔 나 후보의 사촌동생이 교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후보의 어머니 정효자 씨는 홍신학원 부지에 '홍신유치원'을 설립해 22년간 원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현재까지는 나 후보의 여동생 나경민 씨가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신학원 이사회 명단을 살펴보면, 이사는 물론이고 '개방 이사'까지 학교 내부 인사나 이사장의 측근 일색이어서 사립학교법의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2005년 사학법 파동 당시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사학법 개정안의 '개방형 이사제'였다. 이사진의 3분의1과 감사 1인을 외부 인사로 두는 것으로, 폐쇄적인 사학에 대한 감시 기능을 높이고 족벌사학의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한나라당이 5년 전 반대했다가 영화 <도가니> 열풍 이후 꺼내든 사회복지사업법의 '공익 이사제'와 비슷한 취지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과 나경원 대변인은 장외 투쟁까지 나서며 개방형 이사제를 반대했다. 개방형 이사제가 "전교조의 학교 장악을 위한 교두보"라는 이유였다. 나 후보는 최근까지도 "전교조의 학교 장악 의도가 담겨 있었다"(10일 관훈토론회)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 후보의 이런 '소신'을 반영한 듯, 홍신학원의 개방이사와 감사는 전교조 교사는 커녕 홍신학원 내부 관계자가 모두 차지하고 있다. 개방이사 2명은 화곡고와 화곡중 교장 출신이며, 심지어 감사와 개방감사 자리까지 화곡중·고교의 전직 교장이다. 이름만 '개방이사'일 뿐, 사실상 '폐쇄이사', '측근이사'인 셈이다. 10명의 임원 중 7명이 이사장의 친족이거나 측근인 것.
▲ 홍신학원 임원진 명단. 임원진의 70%를 이사장의 측근 및 친족으로 채우고 있다. 특히 학교 운영 감독을 위한 개방이사와 감사까지 죄다 홍신학원 출신 인사가 맡아, '개방형 이사제'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 ⓒ프레시안 |
사학 문제 '발 빼기'로 일관한 나경원…해명은 언제?
이와 관련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난 2000년 국정감사에서 홍신학원이 수년간 장부 일체를 소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 후보의 부친이 교장직에서 물러났으나, 이듬해 다시 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여주었다"며 "전형적인 개인소유 사학재단 폐해의 본보기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그동안 '이번 선거는 나경원의 선거이며 부친의 문제는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밝혀왔던 나 후보가 해명해야 할 일이 더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원순 범야권 후보 선대위의 우상호 대변인 역시 21일 "계속해서 이 학원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후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나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사학 문제에 '발 빼기'로 일관해 왔다. 선거 초반 사학법 파동 당시 장외투쟁에 나선 것이 부친의 사학 운영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 당시 (사학법 개정안 반대는) 한나라당의 당론이었다"며 "객관성에 의심을 받을까봐 의원총회에서 발언도 하지 않고 자제했으며, 교과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10일 관훈토론회)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후 부친 사학에 대한 '청탁 의혹'이 제기되자 "이번 선거는 내 선거이다. 아버지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결국 나 후보 역시 사학법 파동 당시는 물론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났을 때에도 홍신학원의 이사였다는 사실이 추가로 폭로되면서, 이 같은 해명이 궁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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