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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철학

[지젝 뉴욕 연설 전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이혼했다” /프레시안20111018

by 마리산인1324 2011. 11. 14.

<프레시안> 2011-10-18 오후 12:11:14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1018111141§ion=05

 

 

“진정 사유재산을 위협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지젝 뉴욕 연설 전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이혼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WS) 시위의 진원지인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했던 연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젝은 지난 9일 1000여 명의 군중 앞에서 이 연설을 했고, 그 연설은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된 '인간 마이크'를 통해 전달됐다. (☞동영상 기사 보기) 다음은 미 <ABC> 방송이 제공한 지젝의 연설문 전문(☞원문 보기)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중의 발언 내용을 종합해 재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 연설 중인 슬라보예 지젝 ⓒ미국 언론 <임포즈 매거진> 인터넷판 화면캡쳐 (www.imposemagazine.com)

"카니발은 싸구려가 될 것이다"

카니발은 싸구려가 될 것이다. 여기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여러분 스스로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 이 시간들의 진정한 가치를 시험하는 것은 앞으로 닥칠 날들이다. 우리가 돌아가야 할 일상 생활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지치고 피로한 노동자들과 사랑에 빠지라. 우리는 시작이다. 끝이 아니다. 우리의 기본 메시지는 이것이다. "금기는 깨졌다. 지금 우리는 가능한 가장 좋은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우리는 대안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우리 앞에 놓여진 길은 멀다. 그리고 우리는 곧 진짜 어려운 질문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치 않는 것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원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어떤 사회 조직이 현존하는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 지난 세기의 대안들은 분명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월스트리트의] 사람들과 그들의 태도를 비난하지 말자. 기억하라. 문제는 부패나 탐욕이 아니라 사람들을 부패하게 하는 시스템(체제)이다. 해답은 '월스트리트가 아닌 메인스트리트'가 아니다. 메인스트리트가 월스트리트 없이 기능할 수 없는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적에 대해서만 알아서는 안 된다. 우리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항의를 희석시키는 거짓 동료의 잘못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카페인 없는 커피를, 알콜 없는 맥주를, 지방 없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그들은 우리를 무해한 도덕적 항의자들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 겨우 콜라 캔을 재활용하거나, 몇십 달러를 자선 기금으로 내거나, '스타벅스' 카푸치노를 사면서 수익의 1%가 제3세계의 어려운 이들에게 간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는 세계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3세계에] 노동과 고문을 아웃소싱한 이후, 결혼정보회사가 우리가 데이트하는 것까지 아웃소싱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의 정치참여마저 아웃소싱되는 것을 지켜봤다.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 찾아오길 원한다.

그들[1%]은 우리가 '비미국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보수 근본주의자들이 당신들에게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고 말할 때, 기독교성(Christianity)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라. 성령이다. 성령이란 사랑으로 결합된 믿는 이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가 기독교성이다. 여기 있는 우리 안에 성령이 있다. 월스트리트의 저들이야말로 거짓 우상을 좇는 이교도다.

그들은 우리가 폭력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점령' 같은 우리의 말이 폭력적이라고. 그렇다. 우리는 폭력적이다. 하지만 단지 마하트마 간디가 폭력적이라고 할 때와 같은 맥락에서만 폭력적이다. 우리는 기존의 방식을 멈추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 순수한 상징적인 폭력을 매끄러운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폭력에 비길 수 있을까?

우리는 '루저'라고 불렸다. 하지만 진정한 루저들은 월스트리트에 있지 않은가? 그들이 우리들의 돈(세금) 수천 억 달러를 날리지 않았는가? 우리는 사회주의자라고 불린다. 하지만 미국에는 이미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가 존재한다.

그들은 당신이 사유재산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의 투기적 행태가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결과 사람들이 힘들게 일해 이룩한 사유재산을 날려 버렸다. 우리가 여기서 몇 주 동안 밤낮으로 사유재산을 파괴한다고 해도 그보다 더 많이 파괴하지는 못할 것이다. 수천 채의 집들이 빚에 넘어간 것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공산주의자들이 아니다. 만약 공산주의가 1990년 무너진 그 체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 공산주의자들은 가장 효율적이고 무자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잡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유럽이나 미국의 자본주의보다 더 역동적인 중국 자본주의 말이다. 공산주의자들이 운영하는 중국 자본주의의 성공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혼에 이르렀다는 불길한 징조다.

여러분이 민주주의를 반대하고 있다는 협박에 굴하지 말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혼은 끝났다. 우리가 공산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한 가지 맥락이 있다면 우리는 '공유'(the commons)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공유, 사유화된 지식의 공유, 생명공학의 공유 말이다. 이들은 현 체제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그들은 당신이 꿈을 꾼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 꿈을 꾸는 것은 지금의 방식이 몇 가지 장식만 바꿔 달면 무한히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다. 우리는 몽상가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는 꿈에서 깨어났다.

우리는 아무 것도 파괴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체제가 천천히 스스로 붕괴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고전적인 만화의 한 장면에 대해 알고 있다. 절벽에 다다른 고양이는 발밑이 허공이라는 것을 모른 채 계속 걸어가다가, 아래의 심연을 내려다본 순간 비로소 추락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은 월스트리트의 권력자들에게 '이봐, 아래를 봐'라고 일깨워주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변화는 가능한가? 오늘날 언론을 보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분포가 이상한 방식으로 돼있다. 개인적 자유의 영역과 과학기술의 영역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점점 가능하게 돼간다. (아니면 그렇다는 말을 들은 것이거나)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is impossible)라는 말처럼, 우리는 온갖 기괴한 섹스를 즐길 수 있고, 모든 음악, 영화, TV 시리즈도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돈만 있다면) 우주여행도 누구에게든 가능해졌다.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유전자 치료를 통해 강화할 수 있고, 우리의 정체성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변형시켜 영생이라는 테크노-그노시스적인 꿈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사회적 경제적 관계에서는 '할 수 없다'의 폭격을 맞을 것이다. 전체주의적 테러를 불러올 것이라는 이유로 집단적 정치행동에 참여할 수 없고, 당신을 비경쟁적으로 만들고 경제위기를 불러온다는 이유로 과거의 복지국가 모델을 고수할 수도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도 없다. 그리고, 그리고…. 긴축정책이 취해지면서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얘기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만일 부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약간만 올리자고 한다면 그들은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의료 체제를 갖추기 위해 돈이 좀 더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들은 전체주의 국가가 되자는 것이냐며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곧 영생도 가능해진다는데 당장의 의료 혜택을 위한 약간의 지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생활을 원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수준의 생활을 원한다.

어쩌면 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조합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어쩌면 우리가 영생을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더 많은 연대와 건강보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시간여행과 대안적 역사를 TV나 영화, 소설의 소재로 삼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중국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대안을 꿈꾼다는 면에서 좋은 징조다. 중국 정부는 그런 이야기가 진지한 역사적 사건을 경박하게 소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안적 현실로의 가상 속에서의 탈출조차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서방에 사는 우리에게는 그런 금지는 필요치 않다. '이데올로기'는 최소한의 진지함마저 갖춘 대안적 역사 이야기를 막을 충분한 물질적 힘이 있다. 지배 체제는 우리의 상상력마저 막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종말은 쉽게 떠올린다. 종말론적 영화는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끝은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구 동독에서 유래된 오래된 농담이 있다. 동독 노동자 한 명이 시베리아에 일하러 갔다. 모든 우편물이 검열당하기 때문에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암호를 정하자. 만약 나에게서 편지를 받았을 때 보통 쓰는 파란 잉크로 글씨가 쓰여 있다면 사실이고, 빨간 잉크로 쓰여 있는 부분은 거짓말인 것으로 하자."

한 달 후 그의 친구는 파란 잉크로 쓰인 첫 번째 편지를 받았다. "여긴 모든 것이 완벽해. 가게는 물건으로 가득차 있고 식품은 풍족하고 아파트는 크고 난방도 잘 돼. 극장은 서방에서 온 영화를 틀어주고 예쁜 여자들이 줄을 서 있어. 근데 딱 하나 없는 건 빨간 잉크야."

이게 지금까지의 우리의 상황 아닌가? 우리는 원하는 모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딱 하나 빠진 게 빨간 잉크다. 우리가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의 부자유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빨간 잉크의 부족이 오늘날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현재의 분쟁을 묘사하기 위해 쓰는 모든 용어들,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등은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신 우리의 인식을 미혹시키는 틀린 용어라는 것이다. 이것이 여기 있는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당신들이 우리 모두에게 빨간 잉크를 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런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여러분이 1년에 한 번씩 만나 맥주나 마시면서 오늘을 떠올리며 '아, 그때 우린 젊었고 참 멋졌지'하고 생각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 사람들은 진정 원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다. 정말로 욕망하는 것을 추구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On October 9, Slovenian philosopher Slavoj Zizek spoke to Occupy Wall Street protesters at Liberty Plaza. The following is a transcript of his speech:

 

Don't fall in love with yourselves, with the nice time we are having here.

 

Carnivals come cheap - the true test of their worth is what remains the day after, how our normal daily life will be changed. Fall in love with hard and patient work - we are the beginning, not the end. Our basic message is: the taboo is broken, we do not live in the best possible world, we are allowed and obliged even to think about alternatives. There is a long road ahead, and soon we will have to address the truly difficult questions - questions not about what we do not want, but about what we DO want. What social organisation can replace the existing capitalism? What type of new leaders do we need? The XXth century alternatives obviously did not work.

 

So do not blame people and their attitudes: the problem is not corruption or greed, the problem is the system that pushes you to be corrupt. The solution is not "Main Street, not Wall Street," but to change the system where Main Street cannot function without Wall Street. Beware not only of enemies, but also of false friends who pretend to support us, but are already working hard to dilute our protest. In the same way we get coffee without caffeine, beer without alcohol, ice-cream without fat, they will try to make us into a harmless moral protest. But the reason we are here is that we had enough of the world where to recycle your Coke cans, to give a couple of dollars for charity, or to buy Starbucks cappuccino where 1 per cent goes for the Third World troubles is enough to make us feel good. After outsourcing work and torture, after the marriage agencies started to outsource even our dating, we see that for a long time we were allowing our political engagements also to be outsourced - we want them back.

 

They will tell us we are un-American. But when conservative fundamentalists tell you that America is a Christian nation, remember what Christianity is: the Holy Spirit, the free egalitarian community of believers united by love. We here are the Holy Spirit, while on Wall Street they are pagans worshipping false idols.

 

They will tell us we are violent, that our very language is violent: occupation, and so on. Yes we are violent, but only in the sense in which Mahathma Gandhi was violent. We are violent because we want to put a stop on the way things go - but what is this purely symbolic violence compared to the violence needed to sustain the smooth functioning of the global capitalist system?

 

We were called losers - but are the true losers not there on the Wall Street, and were they not bailed out by hundreds of billions of your money? You are called socialists - but in the US, there already is socialism for the rich. They will tell you that you don't respect private property - but the Wall Street speculations that led to the crash of 2008 erased more hard-earned private property than if we were to be destroying it here night and day - just think of thousands of homes foreclosed.

 

We are not Communists, if Communism means the system which deservedly collapsed in 1990 - and remember that Communists who are still in power run today the most ruthless capitalism (in China). The success of Chinese Communist-run capitalism is an ominous sign that the marriage between capitalism and democracy is approaching a divorce. The only sense in which we are Communists is that we care for the commons - the commons of nature, of knowledge - which are threatened by the system.

 

They will tell you that you are dreaming, but the true dreamers are those who think that things can go on indefinitely the way they are, just with some cosmetic changes. We are not dreamers, we are the awakening from a dream which is turning into a nightmare. We are not destroying anything, we are merely witness to how the system is gradually destroying itself. We all know the classic scene from cartoons: the cat reaches a precipice, but it goes on walking, ignoring the fact that there is no ground under its feet; it starts to fall only when it looks down and notices the abyss. What we are doing is just reminding those in power to look down.

 

So is the change really possible? Today, the possible and the impossible are distributed in a strange way. In the domains of personal freedoms and scientific technology, the impossible is becoming increasingly possible (or so we are told): "nothing is impossible," we can enjoy sex in all its perverse versions; entire archives of music, films, and TV series are available for downloading; space travel is available to everyone (with the money...); we can enhance our physical and psychic abilities through interventions into the genome, right up to the techno-gnostic dream of achieving immortality by transforming our identity into a software program. on the other hand, in the domain of social and economic relations, we are bombarded all the time by a You cannot ... engage in collective political acts (which necessarily end in totalitarian terror), or cling to the old Welfare State (it makes you non-competitive and leads to economic crisis), or isolate yourself from the global market, and so on. When austerity measures are imposed, we are repeatedly told that this is simply what has to be done. Maybe, the time has come to turn around these coordinates of what is possible and what is impossible; maybe, we cannot become immortal, but we can have more solidarity and healthcare?

 

In mid-April 2011, the media reported that Chinese government has prohibited showing on TV and in theatres films which deal with time travel and alternate history, with the argument that such stories introduce frivolity into serious historical matters - even the fictional escape into alternate reality is considered too dangerous. We in the liberal West do not need such an explicit prohibition: ideology exerts enough material power to prevent alternate history narratives being taken with a minimum of seriousness. It is easy for us to imagine the end of the world - see numerous apocalyptic films - but not end of capitalism.

 

In an old joke from the defunct German Democratic Republic, a German worker gets a job in Siberia; aware of how all mail will be read by censors, he tells his friends: "Let's establish a code: if a letter you will get from me is written in ordinary blue ink, it is true; if it is written in red ink, it is false." After a month, his friends get the first letter written in blue ink: "Everything is wonderful here: stores are full, food is abundant, apartments are large and properly heated, movie theatres show films from the West, there are many beautiful girls ready for an affair - the only thing unavailable is red ink." And is this not our situation till now? We have all the freedoms one wants - the only thing missing is the red ink: we feel free because we lack the very language to articulate our unfreedom. What this lack of red ink means is that, today, all the main terms we use to designate the present conflict - 'war on terror', 'democracy and freedom', 'human rights', etc - are FALSE terms, mystifying our perception of the situation instead of allowing us to think it. You, here, you are giving to all of us red ink.

 

http://www.abc.net.au/unleashed/3496710.html 에서 원문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