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근씨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2012년 새해에도 그의 삼보일배는 계속됐다.

종교친우회 ‘퀘이커’ 회원인 오철근(65)씨는 지난해 11월14일 강정마을에 내려왔다. 그리고 오전·오후 각각 2시간씩 하루 4시간동안 해군기지 공사장 주변을 돌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어느새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그가 삼보일배를 하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요즘은 공사장 주변을 지키는 경찰이나 공사장 관계자들도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쉬엄쉬엄 하라고 말을 건넬 정도가 됐다고 한다.

2일 오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삼보일배를 하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일주일을 목표로 동참한 단식활동이 3일째 접어들면서 삼보일배 활동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가 강정마을을 처음 찾았던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강정마을에 대규모 경찰이 투입되면서 논란이 벌어지던 때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강정마을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제주도를 찾게됐고, 무슨 일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삼보일배를 결심하게 됐다.

오씨는 “처음 삼보일배를 할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어느새 몸에 익숙해지면서 힘들지 않게 됐다”며 “강정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끝가지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5년전 쯤에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며 5개월 넘게 삼보일배를 했다고 했다.

해군기지가 백지화되는 날까지 삼보일배를 계속하고 싶다는 열망이 크지만 일단은 100일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씨는 “아내의 건강 상태가 나빠져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하지만 강정바다가 아파하는 소리도 외면할 수 없어 100일은 채우고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폭력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이 폭력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나 한미FTA 문제를 보고 있으면 너무나 분하고 화가나고 서글프다”며 “내가 하는 삼보일배가 당장은 아무런 변화도 못 시킬 수 있지만 작은 물방이 모여서 거대한 강을 이루듯 작은 민의가 모이다보면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는 특히 해군기지와 관련해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전세계의 평화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며 “강정마을의 자연을 지키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만 제주도에 미군의 전진기지가 세워지는 것은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무시한채 강행되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복을 입고 삼보일배에 나선다. 오씨는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지금의 정부 속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민권이 죽었다는 상징의 의미로 상복을 입고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새해 소망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다. 그래서 새해 예산안 처리에서 해군기지 예산 삭감 소식이 더 없이 반가웠다. 오씨는 “해군기지 새해 예산 삭감으로 해군의 공사강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며 “올해 반드시 해군기지가 백지화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편 강정마을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송년행사는 해를 넘겨 1일 새해 첫 해를 맞이하는 일출행사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강정마을 주민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국민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궂은 날씨로 인해 새해 첫 해를 보지 못하면서 아쉬워했지만 해군기지 반대를 힘차게 외치며 올 한해도 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해 싸워 나갈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