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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그 불결한 명성 /미디어오늘20120127

by 마리산인1324 2012. 1. 30.

<미디어오늘> 2012-01-27  12:34:25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978

 

 

김윤옥·정운찬의 사기극, 제주도의 이름을 더렵혔다

[기고]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그 불결한 명성

 

강상헌·언론인 | communicator@paran.com

 

‘소나기 클릭’이 뭔가? 아이유 같은, 제 마음에 드는 사람에 관한 글을 연거푸 클릭하여 능히 혼자서도 수 만 번, 아니 그 이상의 조회수를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폭풍 클릭’이다.

이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가 된다. 연예산업의 ‘가치’다. 네티즌의 환호가 돈으로 바뀌는 것이다. 소나기를 퍼붓는 이는 ‘광팬’이다. 연예기획사가 스스로, 또는 다른 이를 시켜 광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려 네티즌의 인기를 끈 다음 특정 상품을 판매하여 기업들로부터 거금을 챙기는 이들이 있다. 이런 장사꾼들의 ‘무기’ 중 하나가 자기나 주변 사람의 소나기 클릭이다. 관련 ‘알바’ 시장도 크다. 조회수가 돈이 되니 이런 ‘산업’들이 출현한다. 본질은 속임수다. 

이런 새 수법을 어찌 처리할지에 관해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미 일상사가 됐다. 20만km 달린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7만km로 조작하는 것은 처벌을 받는 범죄다. 계기판 핀셋 한번 놀려 큰 돈 번다. 조작으로 남을 속여 돈을 버는 행위들, 다를 바가 없다.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피싱 범죄와도 맥이 통한다.

남을 현혹하는 것, 사기다. 인터넷 세상의 한 모습이다. 다만 그 사기의 범죄성에 관한 인식이 늦어지고 있어 계속 말썽 나고, 피해자가 생긴다.

 

 

‘유네스코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아리송하게 제 모습을 사탕발림한 ‘매우 발랄한’ 한 서양인의 놀이판에 우리 정부가 개입한 일이 말썽이다. 대통령 부인에다 전직 국무총리인 정운찬씨까지 나섰다. 제주도가 ‘뭔가’에 선정됐단다. 그저 좋은 일인가.

제주도를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가 되게 하자는 ‘범국민적 캠페인’이 벌어질 적에 관심 가지고 봤다. 그런데 잡음이 그치지 않아 비로소 그 내용을 살폈다. 원, 세상에, 이건 바로 그 소나기 클릭 얘기 아닌가.

처음에 얼핏 이렇게 알아들었다. 제주도의 좋은 점을 널리 알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제주도를 지지하는 ‘투표’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이유 응원하는 팬들이 소나기 클릭 퍼붓듯, 가슴 벅찬 일이다. 게다가 제주도 관광 산업이 업그레이드된다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제주도)에게 돈을 들여 표를 던지는 것이었단다. 정씨를 비롯한 그들 모두가 돌연 말귀에, 글눈에 맹한 사람이 됐을까? 그 행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눈에 무엇이 씌었을까? 얼굴이 뜨겁지도 않았을까? 게다가 국민의 혈세까지 그 ‘협잡’에 바친다니.   

아직 전화사기인 피싱이나 자동차계기판 미터기 조작과 같은 범죄로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범죄적 소질이 다분한 꼼수다. 주최 측이라는 N7W(뉴세븐원더즈)는 안개 속 유령단체다. 나라에 좋을 거라니 ‘이런 짓’의 본질도 챙겨보지 않고 다만 깃발 흔들어댄 것이다. 온 나라가 다 나서서 말이다. 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서. 

N7W는 무엇을 노렸나? 대한민국이나 제주도와 같은, 자신감 부족한 나라나 기업, 관광기구를 대상으로 돈을 긁어내는 것이 목적이자 영업방식 아닌가? 국내외 보도를 훑으니, 적어도 정직하거나 투명한 조직은 아니다. 야바위로 봐야 할 조건들이 즐비하다.

협잡의 수법으로 그럴듯하게 꾸민 것이 야바위판이다. 수십조원의 ‘기대이익’은 당근이었겠다. 설사 그 기대이익이 가능한 것이라 한들 그런 협잡에 의한 ‘이름’이 어찌 자랑스러우랴? 불결하다. 제주도의 가치가 기껏 그것 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참 철없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그 협잡을 믿고 주장한다면, 그들은 같은 협잡꾼일 수도 있다. 그 협잡으로 권력의 언저리에서 꺼져가는 제 이름을 다시 드날려보려는 싸구려 정치인이거나, 다른 잇속을 챙기는 정상 모리배일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그들이 욕먹는 것으로 이 드라마가 끝나지 않으니 또 문제다. 순수한 ‘애국심’으로 한 표 또는 여러 표 던진 시민들의 비용은 일단 제쳐두고라도, 국민의 피와도 같은 세금이 쓰였고, 더 쓰여야 한다는 점이 한심하다. 수백억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지사가 ‘영업비밀’이라며 그 돈(전화비용)의 규모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세계축구협회가 순위 매기는 방법을 공개하는 법이 있느냐고 했단다. 무식하고도 무례하다. 세금만은 안 된다. N7W와 전화회사의 거래는 영업이겠지만, 세금은 그렇게 쓰일 수 없다. 국민 모두의 고래심줄 세금이 명분 없이 쓰였다면, 물어내고 책임을 져야 한다. 상식이다.

이 야바위판에 책임 있는 자들, 언론을 포함한 기구들, 국민들의 이 질책 듣고 있는가? 참 허망한 사람들이다.

본질을 보자. 제주도는 원래 아름답다. 그런데, 깨끗해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