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2012-06-14 11: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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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김민웅.유창선, "진보당, 시급히 국면 전환해야"
[좌담] 조희연-김민웅-유창선 "신.구 당권파 모두 정치력 부재"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양지웅 기자
대담 나누는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이달 말 당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 논란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신 당권파'는 핵심 쟁점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구 당권파'는 '부실한 진상조사' 문제를 제기하며 양측 모두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민중의소리'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진보당에 '쓴소리'를 해온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로부터 사태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듣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12일 '민중의소리' 사무실에서 가진 좌담회에서 이달 말 당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타협'을 통한 국면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창선 박사는 "구 당권파나 신 당권파나 양측이 말하는 게 이별은 아니고 공존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정치적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교수는 "한시적으로 외부영입론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어느 정도 중간지대에 있고, 참신성을 주는 외부영입론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민웅 교수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사퇴하고, (구 당권파가)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한 뒤에, 국민 앞에 엎드려서 양자가 타협하고 국민이 받아들이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며 "당내 세력 구도를 뛰어넘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가는 지향점을 보이는 후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경선 부정.부실 논란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의 '정치력의 부재'를 공히 지적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이다.
민중의소리: 5월 2일 진상조사위원회 발표 이후 한달 조금 넘게 지났다. 우선 사태를 어떻게 보셨고, 원인은 무엇이었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달라
ⓒ양지웅 기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김민웅: 크게 두가지를 정리하고 싶다. 우선 진상조사 보고서가 나왔을 때 그 이후의 문제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것은 보고서를 만드는 쪽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을 수습하는 쪽의 책임도 있다. 애초에 누구를 적시해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모두의 책임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왜 우리만 책임지느냐'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면서 엉커 버렸다.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정치력 자체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정치력이라는 것은 상황에 대한 예견력, 책임을 지는 것, 국면을 전환하는 능력, 국민들에게 전망을 주는 것 등이다. 그런 정치력이 전무했다. 이걸로 판명난 것은 결국 옛 당권파의 헌신 대상은 진보정치가 아니라 자기들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굉장히 큰 문제다. 지금이라도 진보정치의 본령으로 가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모두가 사퇴하는 국면에서 자기들만 빠진 것이다. 진보정치가 여러가지 위기에 처해 있고 자신들이 국면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정말 진보정치 발전에 기여해 왔다면 (사퇴를)돌파구로 봐야 한다. 앞날이 창창한 두 사람이 오래 정치를 할 사람으로써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는 이 시기에 진보당이 왜 등원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적어도 진보당 의원들이라면 국민들 앞에서 사죄하고 내용정리를 한달 정도 했어야 했다. 진지한 자세로 했으면 좋겠고,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제 일관된 기준은 진보통합의 기준이 대중적 진보정당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 기준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창선: 애당초에 이렇게 까지 커질 문제가 아니었다. 전체적인 과정이 전반적으로 비합리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일이 너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처음에 총체적 부정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고, 그것에 대한 반론도 한쪽에서 제기가 됐는데, 내부에서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때까지 시간을 갖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나서 결론을 내리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는 수순으로 갔어야 했다고 본다. 그런데 그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외부에 터뜨려 버렸다. '총체적 부정'이라는 대국민선언을 먼저 하니까 당연히 여론이 들끓었고, 일단 여론이 형성되니까 모든 일이 거기에 쫓아서 갔다. 운신의 폭이나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치적 옵션의 가능성을 스스로 없애버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승자박으로 여론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김민웅 교수님 말씀대로 기본적으로 정치의 부재, 이게 야기시킨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정치를 통해 풀고, 해결할 문제였는데 전혀 그러한 정치를 통한 접근이 없었다. 구당권파나 신당권파나 서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있었기 때문에 정치가 전혀 가동이 될 공간이 없었다. 한마디로 진보정당 세력의 정치적 무능력, 정치력 부재에 문제의 원인이 있었다고 본다.
조희연: 출발점은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의 경선관리 부실 내지는 부정이라는 팩트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기존의 운동권적 관행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당내에서 부정.부실선거라는 것이 확인되는, 그러니까 확증된 부정이 됐다. 그러면 이제 외부의 집단이나 보수언론이 다 그것을 근거로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가공하고, 낙인찍고 매도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사태가 커진 큰 원인은 내부의 정치력 부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권파의 전략적 사고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수습할 수 없는 방향으로 사태가 확대됐다.
저는 진보정치 세력이 크게 두 흐름이 있다고 본다. 당권파로 상징되는 급진민족주의 세력과, 평등파로 상징되는 노동계급 급진주의 세력이다. NL적 급진주의와, 맑스적 급진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두 흐름을 역사적으로 보면 50~60년대에는 비합적 세력으로 존재했지만 87년 이후에는 의회 외부의 원외 정치세력으로 존재했다. 이들이 2004년 총선을 계기로 원내 정치세력으로 전환됐다. 지난 4.11총선에서는 원내 정치세력이면서 대중 정치세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이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구 당권파로 상징되는 급진민족주의 세력으로써의 성격을 갖고 있는 반미자주파적 흐름의 대중적 기반 자체가 균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략적 사고가 부재했다는 얘기는 이런 것이다. 이번 사건은 비전향 장기수 분들이 수십년 감옥생활을 하면서 희생함으로써 쌓아올린 대중적 기반, 그리고 그것에 의해서 어렵게 비합법세력에서 원내정당으로까지 전환함으로써 확장된 정치적 기반을 거의 50% 이상 까먹어 버리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다. 그런 큰 역사적 관점에서 이 사건에 응전해야 하는데, 구 당권파가 굉장히 미시적으로 '나만 잘못했냐. 저기도 잘못하지 않았냐', '다 같이 죽자는 것이냐'는 식의 응전 양식을 보였다. 그래서 더 큰 사건으로 발전한 게 아닌가 싶다.
민중의소리: 공히 진보당 내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하셨다. 유 박사님은 진상조사 결과 발표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셨지만, 두 분은 이후 구 당권파의 대응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셨다.
김민웅: 조희연 교수님 말씀을 받아서 얘기하자면 사실은 애초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진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였다. 그걸 통해서 진보세력의 양적 확대, 대중적 근거를 확산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나고 나니까 자기 본래 주장에 대해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중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대중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당원을 앞세우고 자기 스스로의 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단순한 모순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기만이다. 대중을 위해서 하겠다고 해놓고 대중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만들어진 기득권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대중적 진보정당을 지향한 게 아니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자면 대중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 조 교수님 말씀대로 대중적 기반 자체를 스스로 해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것은 전체 진보진영에 막대한 누를 끼쳤다.
두 가지를 덧붙이자면, 먼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정희 전 대표의 태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변호사가 아니고 당 대표인데 법리논쟁을 하고 있었다는 데 대해 사실 경악했다. 진상조사 보고서가 총체적 부정이라고 단정한 데 대해서는 문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부실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부실이 있었다는 것은 결국 부정의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으로써 국민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진보정당으로써 국민적인 사고를 했다면 크게 치고 나갔어야 했다.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하고, 향후 정밀한 진상조사를 통해 명예가 실추된 사람은 회복시키는 그런 절차를 밟고, 그 절차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문을 트지도 못한 채 일을 그렇게 처리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또 하나는 이석기.김재연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사람으로 말미암아 진보정치가 '걸어다니는 표적'이 됐다. 이렇게 확산될 필요가 없는 것을 지금도 증폭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국면전환을 위한 선택도, 국면조성도 하지 않고 있다. 그대로 기사에 썼으면 좋겠는데, 이 두 사람이 참 형편없다는 생각이다. 두 사람이 살아온 것이나 그동안의 헌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고, 이 사건이 없었으면 두 사람은 나름대로 아끼는 사람들의 지지와 인기를 모아 창창한 정치를 할 사람으로 보이는데, 스스로 망쳐버렸다. 현재도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것은 조직의 논리도 있지만 개인의 의지도 중요한데, 자신의 개인의 정치적 미래뿐만 아니라 진보정치에도 계속 누를 끼치고 있는 형국이다.
민중의소리:추상적인 수준의 정치력 부재에 대한 비판에 더해 좀 더 구체적인 말씀을 부탁드린다. 이를 테면 어떤 국면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양지웅 기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조희연: 정치력이라고 하면 기성 정치권에서 보수적 정치력에 대해서만 주로 말하기도 하지만 진보적 정치력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구 당권파나 신 당권파나 대중정치세력으로써의 진보세력의 정치력 부재가 드러났다. 진상조사 보고서를 어떤 방식으로 발표하고,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그때마다 국면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위 폭력사퇴 전후에도 정치력으로 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고 돌이켜 보면 문제가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일련의 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의 해결지점이 이른바 '강기갑 안'이었다고 본다. 비례대표 사퇴에 대해 일반국민 50%, 당원 50%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게 그것이었다. (김민웅:저도 그게 최적의 정치적 해법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신 당권파는 '물귀신 작전이 아니냐'는 불신이 있었고, 당권파는 '그렇게 양보할 필요 있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 폭력으로 갔다. 국민들이 이 사건을 통해 진보정치 세력이 나쁜 세력이고, 후진 애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갈등을 종결하는 것도 정치적 능력이다. 지금 단계에서도 진보적 정치력을 발휘해서 갈등을 합의하에 종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조금만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이 진보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일정한 양보의 지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국민들이 이 사태에 대해 굉장히 피곤해 하고 있다. 빨리 이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도덕적으로 악마로 낙인찍혔을 때는 빨리 탈출하는 게 최고다.
민중의소리: 여론 지형도 그렇고 대부분 이른바 구 당권파의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구 당권파는 '총체적 부정'이라는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여기에 지난달 12일 중앙위 폭력사태 이후 더 철저히 고립돼 있는 상황이다.
유창선: 아까 조 교수님이 진보세력 양대 정파를 말씀했는데, 자유주의 세력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2008년 분당 때와는 조금 다른 차이가 있다. 2008년에는 내부적으로 충돌이 있었지만 봉합이 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자유주의 세력과의 정치적 충돌이 있으면서 문화적 충돌까지 있었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서는 큰 문제의식없이 관행적으로 한 것이 새로 합류한 세력에게는 용납이 안됐던 것이다. 근본적인 문화적 충돌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했다.
그 과정에서 김민웅 교수님 생각하고 다른 점이 있는데, 주로 타겟이 된 지점들이 매우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정희 대표가 유독 책임을 모두 져야하는 상황이나, 이석기.김재연 사퇴가 혁신의 핵심 사안처럼 부각된 것은 비합리적인 상황이다. 이 문제를 푸는 데 구 당권파가 잘못 대처한 부분도 있지만, 신 당권파가 적의를 드러내면서 상대로 하여금 하루아침에 쿠데타를 당하는 심정까지 주면서 일을 풀어서는 안됐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격화될 올 수밖에 없다. 양쪽 모두의 정치력 부재를 지적했지만, 구 당권파가 집중적 표적이 되었던 상황은 여론의 쏠림 현상에서 나오는 측면이 있다. 두 의원의 사퇴도 전체적으로 보면 형식적으로는 공동의 책임이라는 차원이지만, 결국은 구 당권파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적어도 공존할 세력이라는 인식 위에서 정치를 통해서 풀어가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정서적으로 서로를 박멸하겠다는 적의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정치가 없었다.
김민웅: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구 당권파에 주도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당권파라는 게 뭔가? 당에 대한 주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구 당권파가 하나의 세력으로써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로 역사적인 사고를 했다면 말끔하게 정리됐을 것을 오히려 대중적.역사적 기반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중앙위 폭력사태 관련해서도 중요하게 지적할 것은, 아무도 사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매우 분노스러운 지점이다. 구 당권파가 중앙위 폭력사태를 이해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구 당권파는 중앙위를 통해서 자신들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유발됐다고 이해하면서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그런 다음에라도 폭력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어야 했다. 구 당권파는 누구나 예견했던 일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조직적인 예방도 안했고, 사과도 안했다. 이후 상황에 대한 조직적 관리도 안했다. 공동대표에 대한 폭행에 대해 단 한마디도 사과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대중들이 이 사안을 보는 시각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책임의식이 없다고 본다. 특히 국민들에게 진보정치가 난장판이고 맡길 수 없다는 의식을 줬다.
선거관리 부실도, 폭력사태도 책임지지 않고 있으면서 '종북' 논란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지 않다. 도처에서 여론이, 지식인들이 난리인데 구 당권파는 입을 닫고 있다. 거의 절망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 당초 통합진보당은 진보세력들이 최소한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야권연대의 든든한 축이 돼서 정권교체의 틀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저는 혹시 이분들이 이제는 의회에서의 역할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민중의소리:어쨌든 상황이 여기까지 온 상태에서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니 해법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자체가 있다고 보나?
조희연: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각 단계가 있다. 정치라는 것은 하나의 경로만 있는 게 아니고, 정치에 결정론적 경로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도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초기 단계였다면, 이석기.김재연 사퇴가 아니니 어떤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혹은 이석기가 사퇴하고 김재연은 사퇴하지 않고 예외를 인정하는 안도 경우에 따라서는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금 단계에서는 불가능한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신당권파는 이석기.김재연 사퇴라는 ‘결과’를 얻고 구 당권파는 명분 내지는 퇴로를 얻는 어떤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 사태를 진보당이 풀어가는데, 세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가치의 차원이 있고, 도덕성의 차원이 있고, 정직성의 차원이 있다. 가치의 차원에서는 아무리 급진적이어도 좋다. 예를 들어 주사파도 합법적 공간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가치주장을 해도 좋다. 그러나 두번째 도덕성이라는 차원에서는 구 당권파가 이미 도덕적이지 않은 것으로 규정돼 있는 구도가 조성됐다. 과거 기준으로는 구 당권파의 폭력은 80년대 화염병에 비하면 '폭력'도 아니었다. 문제는 '폭력'의 성격이었다. 우리 운동의 역사를 보면 사회적 약자로써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갖고 대중의 삶의 고통을 끌어안고 싸우는 과정에서 도덕성이 부여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게 아니다. 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급진적인 열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 국면에서는 '폭력'으로 규정될 수 있는 구도에 놓여 있다. 구 당권파가 '폭력'의 구성적 일부가 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직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진솔하게 가는 게 좋다. 중앙위 폭력 사태는 '폭력' 축에도 안 끼지만 폭력이라고 매도당하는 세력이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해서 성찰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진솔하게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밝힐 것은 밝히고, 싸울 것은 싸우면서 정면돌파해야 한다.
김민웅: 저도 중앙위 폭력을 제대로 인식을 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지금은 폭력의 행위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폭력의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성격의 문제다. 거대권력과 싸우기 위한 전복적 성격의 폭력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폭력이었다. 여기에 대한 인식이 명확해야 한다.
사태가 종북주의 논란까지 왔는데, 국민들이 여기에 대해 질문할 권리는 있다고 본다. 사상 검증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책임성의 문제가 있다. 물론 사상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북한 인권, 북핵문제, 3대세습도 저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관심이 있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다. 남북기본합의서가 있고, MB도 이를 남북관계 기본정신으로 얘기했다. 진보정당이 대북관계에 있어 전략적으로 발언을 신중히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국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최대한 고민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물론 조중동이 만든 종북 프레임도 문제가 있지만 진보당이 대중정당으로 나서기로 한 마당에는 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 여기에 대해 말도 안하고 있으면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전략적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이걸 해내지 않으면 외부에서 공격하는 종북논란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양지웅 기자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유창선: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구 당권파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측면이 있고, 상당 부분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가급적 균형점을 찾으려는 발언들을 해왔다. 그러나 어쨌든 상황은 여기까지 왔다. 그러면 어떻게 풀 것인가. 저는 여전히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29일에 당 지도부 선거가 있는데 이 상태로 구 당권파 신 당권파가 사활적 대결을 벌이게 되면 진짜로 파국을 맞을 위험이 크다. 지금이라도 공존의 토대를 마련하고서 당권경쟁을 벌여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지금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면 일단 구 당권파가 물꼬를 터야 한다. 사태가 어떻게 되는꼼짝도 않는 태도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한 정식 사과가 필요하다. 그리고 핵심이 되고 있는 두 의원의 사퇴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본다. 이석기 의원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구당권파 측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결정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석기 의원은 책임을 질만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경선부정 혹은 부실에 책임이 없다고 해도 구 당권파의 정치적 책임이라는 게 있다.
김재연은 좀 다른 경우다.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물론 공동책임의 논리가 있지만 책임을 질 경우가 아닌 쪽에 막무가내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진보정당에서는 옳지 않다. 적어도 당원의 판단을 구하는, 예를 들어 당원투표나 당원여론조사를 해서, 사퇴든 의원직 유지든 명분을 줘야 한다. 그런 경우, 여론과 다소의 충돌이 있더라도 진보정당이라면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저는 그런 식으로 두 의원의 사퇴 문제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이런 방안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구 당권파도 전혀 그럴 의사가 없고, 유시민 전 대표나 참여계도 전혀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적인 대타협 없이 29일 당대회에서 모두 끝장을 보려하는지 묻고 싶다.
조희연: 지금 말씀 가운데도 정치적 해법들이 나오고 있다. 유 박사님이 '이석기 사퇴, 김재연 당원투표'라는 안을 말씀하셨고, 저는 아까 이야기한대로 두 명의 사퇴를 전제로 한 퇴로찾기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말한다고 하면 출당 경로를 가되 구 당권파가 이를 받아들여서 잠정적인 갈등의 종결로 가자는 것이다. 이 안은 당대회까지 갈등을 질질 끄는 방식 보다는, 이석기-김재연은 출당된 상태에서 활동하되, 출당을 받아들이고 항소를 하거나 해서 갈등을 질질 끌지 않는 식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서 갈등을 잠정적으로 단절시키기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도 정치력은 발휘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수정당에서도 그렇지만 갈등이 파국적으로 심화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럴 가능성을 가지고 전당대회를 치루는 것, 전당대회가 갈등의 폭발로 나타나는 것을 막는 것도 정치력이다. 심지어 국민들도 너무 피로해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갈등을 잠정적으로 종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민웅: 우선 애초 이 문제가 터졌을 때 저는 지속적으로 당권파의 항변을 들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해 왔다. 명예로운 승복 시스템을 못 만들어서 매우 아쉽다.
유 박사님이 김재연 의원을 사퇴 대상에서 빼는 안을 말씀하셨는데, 이는 좋지 않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비쳐질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현실 속에서 정치적 장래를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사퇴한 뒤에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재기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퇴로를 봉쇄해 버린 측면이 있다. 아직도 저는 본인들이 결단을 해서 진보정치에 기여하는 의미로 사퇴를 한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좋던 나쁘던 간에 두 사람은 그 어떤 정치인보다 '전국적 인물'이 됐다. 이 상태를 자기들이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따라서 상황은 앞으로 정말 유동적이다. 시련의 경과를 거쳐서 다시 서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이 길게 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민중의소리:당장 29일 당 지도부 선거가 커다란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지금 국면 대로라면 구 당권파와 신 당권파가 정면 충돌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는데?
김민웅: 당지도부 선거에 대해서는 양쪽 세력의 충돌이나 헤게모니 싸움은 내부 문제고,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진보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구 당권파, 신 당권파가 '이 사람을 내세워서 진보당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가 판단의 근거가 돼야 하지 정파의 정치적 복원 차원에서 판단의 근거를 두면 안된다. 대표가 선출됐는데 국민들이 '어 이사람이 진보당 대표야?'하는 정도가 되면 그나마 지금까지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완전히 빠져나갈 것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수준에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대표의 선출이다. 구 당권파와 신 당권파의 진지한 대화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
ⓒ양지웅 기자
대담 나누는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유창선: 29일 당지도부 선거가 정치적 공존을 위한 해법 마련을 위한 공조 없이 당권경쟁으로 가면 안된다. 구 당권파와 신 당권파가 직접 대결을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세력이 직접 격돌을 했을 때 불복 사태는 뻔한 상황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구당권파가 자신들의 대표주자를 내세워 당권경쟁에 나서는 것은 국민여론에 이기려는 모습으로 비쳐질 위험이 크다. 당권경쟁에서 이긴다해도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다. 반대로 신당권파가 당권을 잡는 상황에 대해 구당권파는 강한 경계심을 갖게 될 것이다. 신당권파가 자신들의 당내 존립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이번 당대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여러 세력을 함께 껴안을 수 있는, 공존의 의지를 가진 중간지대의 인물이 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데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 추궁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을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차적 책임은 구 당권파가 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당지도부 선거에 구 당권파가 나올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나오는 전단계가 전혀 정비가 안됐다는 것이 문제다. 그 자세로 한다면 논란이 벌어질텐데 덮은 상태로, 전혀 수습할 수 없는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구 당권파의 대표적인 인물이 후보로 나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국면전환을 해야 하는데 갈등의 새 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신당권파가 위협을 해서 될 문제는 아니고 구당권파의 자발적 결단에 맡길 문제이다. 그 대신 차기 대표는 당내 모든 세력의 공존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세력의 복권을 차단하고 거세할 인물이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공존의 의지를 가진 인물이 나와야 한다.
조희연: 저는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진보 정치세력이나 보수적 정치세력도 그렇지만 기존의 정파 간의 경계를 횡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정화 된 경쟁 구도로 가지 않는 것도 좋다. 이를 위해, 구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파국적 대결로 당대회를 치루기 보다는, 한시적으로 외부영입론도 가능하다고 본다. 어느 정도 중간지대에 있고, 참신성을 주는 외부영입론도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진보정치는 대중성.인지도를 목말라 했는데, 지금은 높은 수준의 인지도를 향유하고 됐다. 문제는 인지도를 지지도로 어떻게 전환하느냐다. 지금은 '악명'(notorious)이지만 '악명'과 '유명'(famous)은 동전의 양면이다. 전략을 선택하기에 따라서는 '악명'이 '유명'으로 전환할 수 있다.
김민웅:2012년 대선은 진보당의 정치적 존속 못지 않게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사실 70년대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역사의 진보를 위해 싸워왔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최후의 결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전환적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진보당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대선을 놓고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고 본다. 국민들 앞에서 대중적 진보정당의 위상을 복원하기 위한 자세정립이 핑요하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구 당권파가 당권을 잡는다면 대중들은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조희연:저는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각각 하나로 보지는 않는다. 당권파 내에서도 여러 분파들이 있는데, 극단적인 분파는 내가 잡으면 다시 몇 년만 고생하면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갈등이 증폭되어 분당사태가 오면 진보정당이 대중정당으로서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저도 인생의 몇 번의 결정적 국면에서 '내가 다시 그런 국면에 선다면..'이라고 돌이키면서 후회를 하는 적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후회는 지나고 나서 생긴다는 점이다. 그게 인간의 한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조금 이 각각의 국면에서 단기적으로 사고하지 말고 각자의 선택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진보정치 세력화의 과정인데 국민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면 존재할 수도, 성공할 수도, 실현될 수도 없다.
유창선: 구 당권파든 신 당권파든 간에 앞으로 당을 같이 할 건지 말 건지 분명히들 했으면 좋겠다. 말로는 분당은 없다고 하면서 공존할 생각을 안하고 있다. 공존하지 않고 어떻게 당을 같이하나. 그럴거면 차라리 재산분할해서 이별하는게 낫다. 그게 아니라면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양지웅 기자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김민웅: 저는 이번 지도부 선거가 단지 진보당에만 맡겨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 문제를 확산시켜서 진보정치의 논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 조 교수님이 말씀하신 정파를 가로지는 횡단의 의미가 더 큰 기준에 놓여야 한다고 본다. 기존의 적과 동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도부 선거도 당 내부를 수습하는 문제 못지 않게 진보정치 전체의 복원이 달린 선거다. 진보 전체의 향방이 걸린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이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내분이 심화되고 당의 대중적 위상 악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석기.김재연이 사퇴하고,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한 뒤에, 국민 앞에 엎드려서 양자가 타협하고 국민이 받아들이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당내 세력 구도를 뛰어넘어 국민적 정당으로 나가는 지향점을 보이는 후보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아까 얘기했듯이 진보진영 전체가 문제제기하고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민중의소리:진보당 사태와는 본질적으로 별개지만, 어쨌든 보수세력은 경선 부정.부실 논란에 '종북' 공세까지 벌이고 있다. '종북' 논란이 대선 때까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나.
김민웅: 종북 논란과 관련 진보진영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고 본다. 대중적 수준에서 정리할 필요는 있는 있지만, 그와 동시에 보수세력이 종북주의 논란을 벌이면서 처음에는 야권연대의 한 축을 무너뜨리려다가 나중에는 민주당에까지 번지면서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 이 국면에서 한국사회 사상의 지형상 보수세력은 불리한 게 없다. 진보진영은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내용으로 반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상황의 평화적 관리, 진보적 정책, 복지예산의 문제까지 거론해서 '테이블'의 방향을 돌리는 정치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
유창선: 여권의 색깔론이 이번 대선에서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본다. 초반에는 영향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여권에서 박근혜와 MB가 직접 나서면서 너무 속도조절을 못하고 전선을 민주당과 전직 총리에게까지 확대한 게 패착이었다고 본다. 임수경.이해찬까지 넓히니까 집중도는 떨어지고 과거 색깔 공세를 연상케 했다. 이해찬의 정면 대응을 거치면서 여론시장도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 같다. 보수세력이 여기서 더 나가면 역풍이 불 것이다. 다시말해 색깔공세는 원포인트 용이지 장기화 되면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종북 논란과 관련해서 한 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 진보 지지층 내에서도 색깔 덧씌우기가 은연중에 나왔다는 점이다. 주사파, 종북이라는 용어는 구체적인 팩트가 뒷받침된 용어가 아니다. 진보진영이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옳지않은 색깔론의 아류이다. 과거에 비슷한 경력이 있었으니 지금도 의심이 된다는 것인데, 사람의 내면을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매도한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폭력이다. 진보언론이나 진보진영에서도 공공연히 '종북'이 거론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양지웅 기자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조희연: 2008년 2월 분당 때 '종북' 프레임이 처음 나왔는데, '종북' 프레임 자체가 과도한 것이었다고 본다. 당시 그게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더 나아가 상황을 극단적으로 가게 했다. 지금도 현실에서 근본주의적 시각이 분명히 있는데, 근본주의라는 것은 현실의 일부를 현실의 전부라고 과잉규정하는 것이며, 종북 프레임이 그런 것이다.
민중의소리:조금 먼 얘기처럼 느껴지지만 야권연대, 통합진보당 창당의 1차 목표였던 12월 대선에서 진보당의 역할은 당초 예상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창선: 이번 대선에서 진보당의 역할은 비관적이다. 이대로 간다면 대선에서 진보당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상태로 갈 것 같다. 범야권에서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범야권의 환경 자체가 연대의 축이 민주당-안철수 연대로 급속하게 이동할 것이고 4.11총선 때와는 환경이 크게 다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진보정당의 위치가 범야권에서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진보당 사태 때문에 더 그렇게 됐다. 회복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조희연: 대선에서 반(反)박근혜, 반보수 진보연합을 구성하는 것이 불가피한 과제다. 민주통합당이라는 중도개혁 자유주의 세력이 있고, 통합진보당이라는 급진 진보세력이 있고, 그다음에 제3의 정치세력이 있는데, 제3의 정치성까지 끌어앉는 반박근혜 연합을 구성해야 한다. 이 연합에 급진진보 블럭의 지분이 상당히 있는데, 저는 이번 갈등을 적절히 수습한다면 반보수연합 내에서 여전히 일정한 역할을 진보정치세력이 할 수도 있다고 본다. 2012년의 시대정신이 양면성이 있는데, 대중의 급진적인 요구도 있는 반면 수구적인 것도 있다. 민주당에는 보수와 급진이 양존하고 있는데, 급진 진보적인 성격의 진보당이 반보수연합에 참여해 줘야 대중과의 갭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보수의 긴 10년'의 시대로 갈 것이 아니라 빨리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는 국면으로 바꾸는 게 좋다. 진보당이 시급히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양지웅 기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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