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2012-10-23 [10: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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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회 운영 문제 없다"… '잘못' 보이지 않는 편리한 눈
박근혜 21일 기자 회견 어떤 내용 왜곡 했나
김희돈 기자
▲ 故 김지태 씨의 유족 송혜영씨가 22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박근혜 후보 정수장학회 입장관련 시민사회, 유족 기자회견'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지난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족과 언론단체, 야당 등은 박 후보가 장학회 헌납 당시 강압이 없었다고 말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나아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치공세를 편다며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된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순수한 장학사업만 했다"
박정희 사진집 발간 지원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5·16장학회가 고 김지태 씨의 부일장학회의 기본재산을 승계해 설립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유족들은 분개하고 있다.
청오회 매년 박정희 생가 방문
·"부일장학회 승계 아니다"
부일장학회가 기본 재산
판결문·정수장학회 스스로도 인정
·"김지태 재산 비중 5.8% 불과"
17년 적립금과 헌납재산 비교
단순 비교 자체가 논리적 모순
△정수장학회는 순수한 장학재단?
박 후보는 당시 "정수장학회는 어떠한 정치활동도 하지 않는 순수한 장학재단이다. 저를 위한 정치활동을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학회가 정치와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박 후보를 위한 정치활동을 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내달 중 출판될 것으로 보이는 박정희 사진집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22일 열린 회의록을 보면 장학회는 기파랑출판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시대별로 정리한' 사진집 을 내겠다고 1억5천만 원 지원을 요청한 안건을 심의했다. 당시 이사진들은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값진 책이 될 것'이라며 1억 원의 지원을 의결했다. 기파랑 출판사는 박 후보의 멘토 그룹인 '7인회' 멤버로 알려진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설립한 출판사로 조갑제 씨 글을 바탕으로 한 '만화 박정희(전3권)'를 펴낸 바 있다. 최근에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안철수의 생각'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한 '착한, 너무 착한 안철수'를 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정수장학회의 대학생 장학생모임인 청오회 회원들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박정희 생가방문 행사도 순수한 장학재단의 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박정희 미화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일장학회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이 아니다?
박 후보는 회견에서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입니다"라며 관련성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본보는 지난 1994년 정수장학회가 펴낸 '정수장학회 30년지'에 당시 5·16장학회 설립에 직접 참여한 김석겸 씨가 부일장학회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글을 실은 사실을 보도(본보 22일자 1면)한 바 있다. 김 씨는 같은 글에서 "필자가 그해 제2학기분의 부일장학회 장학금을 5·16장학회의 자금으로 부산문화방송 안성수 사장과 같이 수여식을 가졌다"라고 밝혔다. 5·16장학회의 첫 번째 장학금이 부일장학금을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법원 재판과정에서도 정수장학회가 스스로 부일장학회를 기본재산으로 설립됐다는 주장을 한 것이 확인됐다. 고 김지태 씨 유족이 정수장학회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청구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 정수장학회는 "설령 증여행위가 강박에 의한 행위로서 취소의 대상이 한다 하더라도 주식은 원래 김지태가 국가에 증여했던 것을 국가가 다시 5·16장학회에 출연하여 5·16장학회의 기본재산으로 편입한 것인 바"라며 취소 의사표시 대상이 국가라고 주장했다.
△김지태 씨 헌납재산이 5.8%에 불과?
이정현 새누리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박 후보의 회견 뒤 별도로 기자들과 만나 "그 당시에 김지태 씨를 포함한 이건희 씨(이병철 씨를 잘못 말함) 등 많은 분이 참여했다"며 "1962년부터 1979년까지 계속 장학금이 늘어나 그 돈이 11억3천600여만 원이었고 김지태 씨가 헌납한 돈은 전체 5.8%인 6천700여만 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수장학회 설립이후 17년 동안 적립된 수익금과 기금을 총액으로 잡고 1962년 헌납 당시 김지태 씨 재산 비율을 계산한 것으로 비교대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실제로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에서 밝힌 5·16장학회 재산 내역에 나타난 김지태 씨 재산은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 등 주식 5만3천100주 3억4천872만5천여 환에 토지 10만147평 등이다. 외부 기부금은 스코필드 37만2천500 환, 하와이 교포 1천여만 환, 이병철 씨 1억 환, 경제인연합회 회장 3천만 환 등 1억4천37만여 환에 불과했다. 토지를 제외하고도 김지태 씨 재산이 가장 많았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박 후보는 당시 부산문화방송이 라디오 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의 방송사라고 평가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TV가 1961년 12월31일 첫 전파를 쏜 것을 본다면 과소평가할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대세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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