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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청주에서 목격한 유쾌한 '시민쿠데타' 현장 /오마이뉴스20121213

by 마리산인1324 2012. 12. 13.

<오마이뉴스> 12.12.13 10:2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13317&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현수막이 주렁주렁... 청주에 무슨 일 났어?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청주에서 목격한 유쾌한 '시민쿠데타' 현장

 

 

 

 청주의 자발적인 투표참여운동
ⓒ 희망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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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길, 밤길, 골목길 무서워! 안전을 위해 투표합니다." - 복대동 전은숙
"지금부터 투표하러 가볼까! 우린 충청 스타일~" - 오창읍 금경아
"어디 갔어? 충청도의 힘, 이거 어디 갔어?" - 비하동 김영학
"그래도 당신 눈물 닦아 줄게, 사랑한다면 TO YOU, 투표!" - 신봉동 안광열
"투표 하고 놀러갈게요~" - 박후열
"이민 가고 싶지 않다면 투표!" - 희망물결
"투표 안 하면 국민이 아니무니다" - 김성운

33년 전 12일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손을 잡고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날입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날을 '12.12 사태'라고 기억하도록 가르쳤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유신독재가 물러난 지 46일 만인 12월 12일 전두환과 노태우는 군홧발로 역사를 송두리째 밟아 버렸습니다. 유신이 간 자리에는 서슬 퍼런 군사독재가 또 다시 자리 잡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우리는 암울한 현대사를 보냈습니다. 억울한 간첩단 사건 연루자들이, 고문 피해자들이 아우성 쳐도 독재세력은 틈만 나면 민주세력을 잡아 가두느라 바빴습니다. 그것은 MB정권에서 드러난 불법사찰과 크게 다를 바도 없어 보입니다. 

청주에서 목격한 유쾌한 '시민쿠데타' 현장

 청주의 자발적인 투표참여운동
ⓒ 희망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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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3년 뒤인 '12. 12'엔 시민게릴라들의 유쾌한 '시민쿠데타'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청주에서 말입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집중유세가 펼쳐지는 청주 흥덕구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6km를 지나자마자 눈에 띄는 플래카드들이 있었습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붙어 있는 노란색 플래카드에는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투표한다, 투표하고 놀러가겠다, 충청도의 힘을 보여주겠다,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래카드는 청주시내에 무려 500개가 붙었다고 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민주당 당직자들의 홍보전략이려니 생각했는데 자꾸 들여다볼수록 써져 있는 '○○동의 아무개'라는 표시가 무얼까 뇌를 자극했습니다. 알아보니 이들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학생운동을 했던 사회인들이었습니다.

25년 전 청주에서 '독재타도' '호헌철폐' '민주쟁취'를 외쳤던 바로 그들이라는 것입니다. 20대 청춘이었던 그들은 어느덧 40대로, 50대로 나이가 들었고 누구는 취직해서 회사원이 됐고, 또 누구는 사법고시를 준비해 변호사가 됐으며, 또 누구는 학원강사가 됐고 등등 25년 전 그때의 그 사람들이 다시 어깨를 걸고 '정권교체'의 현장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귀요미' 방식의 플래카드로 말이지요. 이들 중 전은숙씨와 통화가 됐습니다. 전씨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마련된 것이냐고.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끼리 지역에서 자주 만났고 희망물결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다 올 대선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플래카드 붙이기 운동'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별스레 얘기할 것도 아니지만 정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정권교체가 꼭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민주주의가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저희가 청주시내에 붙일 플래카드는 모두 500장 정도입니다. 각자 염출해서 돈을 냈고 그만큼 플래카드를 붙였습니다. 원하시면 각자 개별적인 방법으로 플래카드를 붙여도 됩니다. 그렇게 사회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기대였습니다. 운동권 특유의 앙칼진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각자 이번 대선에서 원하는 기대를 써서 현수막으로 달자는 것이었습니다. <오마이TV> '대선올레!'가 지난 6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함께 의논해보자고 했는데 바로 그들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청주의 자발적인 투표참여운동
ⓒ 희망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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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시내에 걸린 자발적 투표참여운동 '현수막 달기'
ⓒ 희망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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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운동 때도 자발적 현수막 달기 전국화

저는 이날 25년 전 주역들이 다시 나선 현장을 목격하면서 또 다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떠올랐습니다. 절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미친 소'를 먹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이 유모차를 밀고 거리에 섰다가 물대포를 맞고 경찰청에 가서 조사도 받아야 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 '명박산성' 앞에서는 현직 국회의원도 전직 장관도 가릴 것 없이 무참히 무너져야 했습니다. 차라리 눕자 해서 아스팔트에 몸을 뉘인 시민운동가들의 얼굴엔 경찰의 전투화가 지나갔습니다. 뼈가 부러졌고 이가 나갔으며 피가 흘렀습니다.

그게 벌써 4년 전 현실입니다. 당시에는 과천의 환경단체 등 지역운동단체 회원들이 아파트 베란다에 플래카드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미친 소 안 먹기' 운동에 함께하자는 호소였습니다. 이 운동은 과천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됐습니다.

요즘도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 가면 혁신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 공장건립 추진에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아파트 베란다마다 걸려 있습니다. 작은 시민행동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시민행동에 우리 국민은 감동하고 '행동의 연대'를 이루어 세상을 변화시켰습니다.

서해성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이날 <오마이TV> '대선올레!' 방송에서 "우리 모두 청주를 따라 배우자"며 "청주에서 시민들이 플래카드를 다는 것처럼 전국의 모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시민행동을 조직하자"고 말했습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얼마 전부터 '거리 토크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대선 투표하는 날까지 단식기도를 올리겠다며 곡기를 끊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야권단일국민후보인 문재인 후보 방송찬조연설에 나섰습니다.

정혜신 박사의 말처럼 이번 대선은 누구에겐 가업을 이어받는 일일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정치적 스펙을 쌓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우리들에게는 정 박사의 말처럼 '목숨'이 걸린 일일 수 있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시민이 스스로 '문재인'이 되어, '안철수'가 되어 꾸려가는 대선. 여러분이 주권자로서 그 권한을 충분히 누리고 그것을 미처 깨우치지 못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름대로 투표참여운동'을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올 연말 크리스마스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