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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친노, 너는 누구냐? /주간경향1009호

by 마리산인1324 2013. 1. 10.

<주간경향> 2013 01/15주간경향 1009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301081407171&code=113

 

 

[특집 | 친노 바로보기]친노, 너는 누구냐?

 

 

ㆍ다시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 양 극단 오가는 평가 속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

친노는 민주당의 조건이자 한계다. 2002년 이후 친노는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동시에 친노는 중도층을 흡수하는 걸림돌로 지목받았다. 친노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잃었다. 동시에 친노는 민주당에서 국정운영을 경험한 마지막 세력이기도 하다. 친노는 민주당의 개혁세력으로 등장했다. 지금은 패권주의 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친노는 ‘참여정치’를 강조하면서 민주당을 대중친화적인 정당으로 변화시켰다. 반면 국민참여 경선, 모바일 경선 등으로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노의 대표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패배 이후 헌정광고가 등장할 정도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 패배의 첫 번째 책임 주체로 친노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친노 이후의 당권을 쥘 당내 대안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2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담쟁이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박수를 받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당권 명분 잃었지만 대체세력 없어
민주당의 친노 딜레마인 셈이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은 이 딜레마의 양 극단을 오갔다.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했던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친노를 배제하고 선거를 치렀다. 당시 친노를 대체할 민주당 내 구심점과 리더십은 없었다. 민주당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이후에도 민주당은 친노를 대체할 야권의 구심점과 리더십을 만들지 못했다. 그 사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다시 노풍이 불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친노는 다시 야권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대다수의 민주당 후보가 친노를 표방하며 선거를 치렀다.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여전히 ‘친노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고, 투표율도 전례없이 높았다. 문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질 수 없었던 선거’였다는 점에서 친노는 당권을 쥘 명분을 잃었다. 그러나 친노가 잃은 명분을 틀어쥘 당내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선거 직후, 비주류인 김영환 의원은 ‘친노의 잔도를 불사르라’며 강경한 어조로 친노 퇴진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반향은 뜨뜻미지근했다. 민주당 내 비주류 측 관계자는 “친노든, 비노든, 주류든, 비주류든 현재 민주당 의원들 중 떳떳하게 광주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노도 개혁과는 거리가 먼 세력이 되었지만 친노를 대체할 대안세력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이상 친노도 개혁적이지 않지만, 당의 쇄신과 개혁을 말할 명분 있는 다른 주체도 없다는 것이다.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친노 딜레마’는 더 복잡해졌다. ‘친노 책임론’은 제기되고 있지만 책임을 져야 할 ‘친노’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20명 안팎이다. 수적으로 많지 않다. 그 중 선거캠프에서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던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 전해철 의원, 이용섭 의원 정도다. 하지만 이미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물러났고, 전 의원도 선거 기간 중 2선으로 물러났다. 선대본부장을 맡아 선거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부겸 전 의원, 박영선 의원, 이인영 의원은 친노로 분류되지 않는다. ‘친노 책임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를 겨냥하는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당권을 쥐기 위해 ‘친노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특정인보다 폐쇄성 진영논리 비판 목소리
반면 ‘친노 책임론’이 친노로 분류되는 특정인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친노의 폐쇄성과 진영논리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친노가 수적으로는 적지만 확장성과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 친노간의 네트워크와 결속력이 견고하기 때문에 선거 기간 중 이들의 영향력 또한 컸다는 지적이다. 선거과정에서 친노 핵심 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났지만 이들은 선대위 밖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밖 ‘친노진영’이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으며 ‘친노진영’에는 아무나 낄 수 없는 ‘폐쇄성’과 ‘진영논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친노를 바라보는 당내의 복잡한 시선을 반영한다. 지난 12월 28일 박기춘 의원이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경선에는 박기춘 의원 외에 김동철 의원, 신계륜 의원이 출마했다. 박 의원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인물이다. 신 의원은 범친노 측 후보로 분류됐다. 1차 투표 결과 박 의원과 신 의원이 47표로 공동 1위를 했다. 2차 투표에서 박 의원이 신 의원을 5표 차로 이기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투표 결과는 상반된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신 의원의 패배가 친노에게 책임을 묻는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해석과 신 의원이 박 의원과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것은 친노책임론에 대한 당내 호응도가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일단 친노는 선거 패배 이후 후퇴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친노가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국정경험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세력이고, 2010년 이후 야권의 최대 세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친노가 ‘살아 있는 카드’로 간주되면서 당내 계파 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주공산이 된 민주당은 개혁과 쇄신보다는 계파간 싸움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현재 비대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상황은 계파 싸움으로밖에 안 비쳐진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출범하지 않은 비대위에 대해서도 “누가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안철수 전 후보가 신당을 출범시키면 민주당이 제3당의 소수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개혁과 쇄신에 명분 있는 세력이 없다는 것은 역으로 모든 계파가 권력을 잡을 최상의 기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1월에 선출된 한명숙 전 대표의 임기는 2014년 1월 25일까지다. 만약 이번에 전당대회로 선출되는 당대표가 잔여임기까지가 아닌 새로 2년의 임기를 맡게 된다면 2014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갖게 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치러질 전당대회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라면 이미 비대위 체제부터 계파정치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의 상황과 정치 일정이 당개혁을 하기에 녹록지 않다. 이러다 보면 당개혁은 물 건너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