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3.11.06 21:19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610182.html
[사설]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가 |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국민의 뜻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을 한 단계 진전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대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조심스레 타진하고 국민대통합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정권 출범 8개월째로 접어든 지금 이런 기대와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
박근혜 정부 8개월은 한마디로 퇴행의 연속이었다. 8개월 내내 공안몰이 하느라 여념이 없다. 국정 기조가 종북 척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으로는 민생이네 창조경제네 하지만 대통령이건 정부건 여당이건 정쟁을 유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갈등을 풀고 반대세력을 다독이며 화합을 추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집권세력이 앞다퉈 정국 곳곳에 지뢰를 터뜨리고 있다. 나라가 온통 살벌한 전쟁터로 변했다.
어디 하나 정상인 곳이 없다. 국가정보원은 선거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쑥 공개하더니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녹취록까지 내놨다. 법무부는 이를 받아 진보당에 대해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대선 개입 사건 수사 와중에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갈아치웠고, 정상회담 대화록 수사를 빌미로 야당 대선 후보를 공개리에 소환했다.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도 손볼 대상에 올랐다. 바야흐로 공안의 시대다.
집권세력은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셈인가. 선거에 이긴 게 엊그제인데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가. 종북세력의 위험성 운운하지만 3대 세습이란 추한 모습까지 보인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남한에서 득세할 수 있다고 보는가. 종북세력이 있다고 해도 지금처럼 그들이 발붙일 자리가 없던 시절도 없다. 집권세력의 의도는 뻔하다. 진보 인사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우고, 야당도 ‘종북 프레임’에 옭아매 움쩍달싹하지 못하게 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대로 내달려 총선, 대선을 싹쓸이하겠다는 의도가 너무나 훤히 보인다.
이 정권의 최대 문제점은 공존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공존과 협력, 다원주의를 통해 실현된다. 선거를 통해 자연스레 공론이 모이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은 세력은 도태하는 게 민주주의다.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찍지 않은 48%의 국민 의사도 살피며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다. 지금 공안통치에 혈안이 된 이 정권은 자신들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반대파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야당과 국민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 그런 권한까지 그들에게 위임하지 않았다.
집권세력은 민주주의를 더 이상 훼손해선 안 된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온몸을 바쳐 싸워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더는 과소평가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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