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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시·글

[시] 그 사람에게,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by 마리산인1324 2013. 11. 19.

 

 

 

신동엽 (1930-1969)

 

그 사람에게  

 

아름다운

하늘 밑

나도야 왔다 가는 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 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에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는가 하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