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1930-1969)
그 사람에게
아름다운
하늘 밑
나도야 왔다 가는 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 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에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는가 하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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