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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계

이코노미스트가 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서방에 있다”(민중의소리20220315)

by 마리산인1324 2022. 3. 16.

https://vop.co.kr/A00001609983.html

<민중의소리>

  • 2022-03-15 11:56:56

 

대표적 보수매체 이코노미스트가 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서방에 있다”

 

편집자주

대부분의 서방 언론이 푸틴의 '광기' 혹은 팽창 야욕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으로 꼽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보수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전쟁의 원인을 서방에서 찾는 글을 실어 화제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표적인 학자인 존 마이샤이머 시카고대학 교수의 이코노미스트 특별 기고문을 소개한다. 

원문: John Mearsheimer on why the West is principally responsible for the Ukrainian crisis


2008년 NATO 부쿠레슈티 정상회담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 이 회담에서 미국은 독일과 프랑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뜻대로 NATO에게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도록 했다. ⓒ사진=미국 백악관
 

우크라이나 전쟁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위험한 국제 갈등이다.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전쟁을 종식시킬 방법을 찾으려면 반드시 전쟁이 일어난 근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했고, 전쟁의 진행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다른 문제다. 서방 주류는 그가 비합리적이고 현실감각이 없는 침략자이며 구소련 때의 영광을 되찾고 더 위대한 러시아를 건설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푸틴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맞는 얘기가 아니다. 2022년 2월이 아닌 2014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위기의 1차적인 책임은 서방, 특히 미국에게 있다. 그 위기가 심화돼 현재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이의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전쟁으로 변했다.

사실 우크라이나 문제는 2008년 4월에 조지 W. 부시가 동맹국들에게 압력을 가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발표를 하게 만든 나토의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그들은 이 결정이 러시아의 존재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했다. 신망 있는 한 러시아 언론인에 따르면 푸틴이 격분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크림반도와 동부지방 없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해체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마지노선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서방의 요새로 만들려고 했다. 이 전략에는 두 측면이 있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를 유럽연합에 더 가까이 끌고 들어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친미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런 미국의 노력은 결국 2014년 2월의 위기를 낳았다. 미국이 지지, 지원했던 대대적인 시위로 우크라이나의 친러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쫓겨나 국외로 도망갔고, 러시아는 이에 맞서 크림 반도를 장악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방에서 내전이 발발하는 데 한 몫을 했다.

그 다음의 대결은 2021년 12월에 일어나 현재의 전쟁으로 직접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가 사실상 나토 회원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2017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이 우크라이나에게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했을 때 시작됐다. 어떤 무기가 ‘방어적’인지는 원래 명확하지 않다. 러시아와 돈바스 동맹국의 눈에는 이 무기들이 ‘공격용’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토 회원국들도 가세해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실어 나르고, 우크라이나 군을 훈련시켰으며, 우크라이나 군을 합동 항공 및 해상 훈련에 참여시켰다.

2021년 7월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2개국의 해군을 모아 흑해에서 대규모 합동훈련을 벌였다. 이 ‘씨 브리즈’(Sea Breeze) 합동훈련은 러시아를 굉장히 자극했다. 러시아가 자기네 영해라 간주하는 지역에 의도적으로 침입한 영국 구축함에 발포할 뻔했을 정도였다.

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 후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 의지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문서가 있다. 그건 작년 11월에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국무장관이 서명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미국-우크라이나 헌장’이다. 이 헌장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유럽-대서양 제도에 완전히 통합되기 위해 필요한 심층적이고 포괄적인 개혁을 이행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헌장은 “우크라이나-미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두 대통령 젤린스키와 바이든의 약속”에 기반하고 있다고 명시했고, 양국이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담 선언을 따를 것임을 강조했다.

당연히 러시아는 이런 상황 전개를 참을 수 없었고 지난봄부터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군을 늘리고 동원하기 시작해 자기 의지를 미국에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하여 러시아는 12월에 미국과 외교적 교착 상태에 빠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말대로 러시아의 참을성은 한계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편입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나토가 1997년 이후 동유럽에 배치한 군 자산을 모두 제거한다는 서면 보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협상은 실패했고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현재도, 앞으로도 변동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한 달 후 푸틴이 나토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NATO는 2008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파란색)을 가입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도=리서치게이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이런 해석은 우크라이나 위기는 나토의 팽창이 무관하며 푸틴의 팽창주의 때문이라는 서방 주류의 해석과 상반된다. 나토가 러시아 지도자들에게 최근 보낸 문서에 따르면 “나토는 방어적 동맹으로 러시아에게 어떤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는 근거들은 이런 주장과 모순된다. 우선, 나토의 목적과 의도와 관련해 서방 지도자들의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러시아가 나토의 행동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

푸틴은 동유럽의 넓은 지역을 정복하고 점령하려면 치러야 하는 대가 때문에 러시아가 그렇게 할 엄두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가 얘기했듯 “소련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없다. 소련을 되찾고자하는 사람은 뇌가 없다”. 푸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밀한 유대관계에 대한 신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체를 되찾으려는 것은 고슴도치를 삼키는 것과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정책입안자들이 소련을 회복하거나 더 위대한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해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2008년 부쿠레슈티 나토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할 실존적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1월에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지적했듯 “모든 것의 핵심은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다.

서방 지도자들이 2014년 이전에는 러시아를 유럽에 대한 위협이라고 묘사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이클 맥파울 전 러시아주재 미국대사의 지적대로 푸틴의 크림반도 통합이 오래된 계획의 결과가 아니었다. 크림반도 통합은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대통령을 몰아낸 쿠데타에 대한 충동적인 대응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는 나토의 확장 목표는 위험한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럽 전체를 거대한 평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위기가 시작되자마자 미국과 유럽은 자기네가 우크라이나를 서방에 편입시키려다가 이런 위기를 촉발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을 러시아의 보복주의와 우크라이나를 지배, 심지어 정복하려는 욕망 탓으로 돌렸다.

나의 얘기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미국의 많은 저명한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나토의 팽창에 대해 경고했으니 말이다. 부쿠레슈티 정상회담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편입하려는 것은 정말 과하다”고 인정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가 분개할까봐 두려워 우크라이나의 나토 편입에 반대했다.


2008년 NATO 부쿠레슈티 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과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이 둘은 공개적으로 미국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반대했다. ⓒ사진=뉴시스

 

결론은 우리가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고 서방이 이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지도자들의 결정들은 그들의 제국주의적 야망과 무관하다. 그것은 러이사의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일 뿐이다.

푸틴이 러시아의 군사적 능력, 우크라이나 저항의 효과성, 서방 대응의 속도와 범위를 오판했을 수는 있지만,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고 믿을 경우 강대국이 얼마나 무자비할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그의 동맹세력은 푸틴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주기 위한 노력, 그리고 어쩌면 푸틴의 제거를 촉발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푸틴이 “전쟁 선포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할 정도로 경제적 제재를 활용해 러시아에게 막대한 형벌을 가하고 있다.

미국과 그의 동맹세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고 우크라이나는 큰 피해를 입거나 심지어 분열될 수도 있다. 더욱이 핵전쟁을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를 넘어서 긴장이 고조될 실질적인 위협이 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좌절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장기적인 피해를 끼치면 그것은 강대국을 벼랑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럴 경우 푸틴이 핵무기에 의존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이 갈등이 어떤 조건으로 해소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갈등의 뿌리 깊은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가 무너지고 나토가 러시아와 전쟁을 하기 이전에 이를 종식시키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