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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한나라당, 그들의 ‘노통 공포증’에는 이유가 있다(서영석, 070110)

by 마리산인1324 2007. 1. 10.

 

<데일리 서프라이즈>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52992

 

 

 

 한나라당, 그들의 ‘노통 공포증’에는 이유가 있다

[칼럼] 무엇을 제안해도 반대만 해야하는 딱한 속사정
입력 :2007-01-10 09:29:00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du0280@dailyseop.com)
세상사가 다 그렇듯, 정치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요즘 들어서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 발언 하나하나 왜곡하기 위해 분초를 아끼고 있는 조중동의 광기(狂氣)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4년 임기 연임제 개헌은 최소한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 나아가 현재 상태에서 가장 대통령에 근접한 사람에게는 매우 유리한 방안이다. 현재의 5년 단임제보다 대통령을 3년 더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4년 연임제의 역사가 오래 된 미국의 예를 봐도 큰 잘못 없는 한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많았다.

지금 여론조사를 보라. 1, 2위를 한나라당이 점하고 있다. 나는 영남 지역주의에 기대는 한나라당이 결코 다음 대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 단계에서는 나의 이런 예측과는 달리 한나라당이 차기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그래서 집권한다고 치자. 5년 단임제보다는 연임해서 8년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이 2명 있는 정당이 반대한다면 오히려 이게 이상한 거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반대다. 반대의 정도를 넘어서 "일체의 논의" 자체를 불허한다고 했다. 정말 대단한 공포증이다. 반대하겠다는 의사 표시 이외에 어떤 논의를 하더라도 이른바 "노무현의 꾐"에 빠질 수 있을까 겁내는 것이니 이게 공포증 아니라면 뭘까.

한나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가장 밑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노무현 공포증"이 자리잡고 있다. 조중동의 광기도 실은 바로 이런 공포증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이 공포증은 무엇에 대한 공포증이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들은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개혁세력들을 소수로 보고 있다. 이 소수가 말없는 다수를 견인해 "절대 패배할리 없었던" 대선구도를 바꿔놓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이 "소수"에 대해 매우 커다란 공포심을 갖고 있다. 이 소수의 정점에 노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들 "소수"에 대한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반대하고, 비방하고, 왜곡하기를 꺼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4년이상 반복됐던 일이다. 노 대통령이 하는 제안이라면 이유불문하고, 설혹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일지라도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말 대단한 공포증이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선에서, 탄핵에서 두번이나 쓴맛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좌절의 이유가 실은 자기 자신들에게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국제대회의 바둑을 보면, 승자가 잘해서라기 보다 패자가 스스로 자멸하는데서 승부가 결정되는 수가 대부분이다. 지난 대선과 탄핵정국도 그랬었다. 노 대통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이회창과 한나라당이 제발로 늪에 빠진 격이었다.

다른 이유들도 있다. 표현하자면 "부자 몸조심"이다. 공포증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인데, 현재의 유리한 상황에 혹시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은 한나라당 시각에선 "정략"이다. 그것이 진실로 "정략"이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유리한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면 그 어떤 것도 "정략"일 뿐이다. 두번의 대선 역전패가 아마도 이런 몸조심을 유발한 것이리라.

개헌해서 5년이 아니라 8년을 집권한다손 치더라도 노 대통령의 제안이라면 어떤 "꼼수"와 "암수"가 있는 게 분명하고, 그러니 결코 우리에게 유리한 제안은 아닐 터이며, 혹시라도 현재의 유리한 국면이 바뀔 수 있으니, 반대하고 보자, 이런 논리다.

또 다른 이유는 뭘까. 한나라당의 유력후보가 2명이기 때문일까. 4년 연임을 하더라도 2명이기 때문에 한번씩 하다 보면 임기가 1년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이런 우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는 결국 지난 대선과 탄핵정국을 반복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런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나는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라는 현실의 예측과는 달리, 한나라당 후보가 결코 집권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방점을 찍는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려면 대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그들이 "소수"로 여겼던 개혁세력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일이든 주어진 일이 그들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대의명분에 맞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개방성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이 정말로 집권하려면 설사 이 개헌 제의가 "노무현식 꼼수"라 할지라도 정면돌파해야 한다.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임기 4년의 국회의원과 임기 5년의 대통령제가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건 학자들에겐 상식이다. 개헌의 기회는 4년과 5년의 최소공배수인 20년에 한번밖에 없다. 이 기회를 벗어나면 대통령이나 의원 중 어느 한쪽의 임기를 희생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이해"가 걸려 개헌이 불가능해진다.

지난 20년간 많은 개헌요소에도 불구하고 개헌이 불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 임기조항 때문이었다. 여기에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첨예하게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정권에서 임기문제를 얘기하자는 것은 "나 국회의원 안할래"라는 거짓말에 불과하다. 즉 개헌문제에 관한 한 명분은 대통령에게 있다.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은 정치발전을 위해 매우 건설적인 제안이다. 특히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은 우리당으로서는, 책임정치의 구현을 위해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연임을 허용하자는 안을 오랫동안 검토해왔으며, 5년 집권을 8년으로 늘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즉각 정치권의 논의를 위한 기구를 만들어 신속하게 처리하자."

이런 한나라당의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백일몽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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