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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지지율 격차, 왜 벌어지나(뉴스메이커 070116)

by 마리산인1324 2007. 1. 18.

<뉴스메이커> 708호(2007 01/16)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id=13554&pdate=뉴스메이커-708

 

 

 

[커버스토리] 지지율 격차, 왜 벌어지나

   

이·박 대권쟁투 7대 관전포인트, ‘이명박의 독주와 박근혜의 부진’ 대해부


 

지난해 4월 28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5·31지방선거 대구필승 결의대회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1 이명박 독주, 함정과 변수는 없나

이명박 전 시장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표가 자신에게 몰리고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평가를 반박한다.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자에 중도·온건 보수파들이 자신에게 몰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자신의 지지계층은 매우 안정적이며 지속적일 것이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여권의 강력한 후보가 나타나면 빠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지지그룹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명박 독주의 함정 중에 굳이 그의 도덕적 자질론이나 낙마설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 사실 선거 과정 중에 도덕적 흠결이 노출될 가능성은 모든 후보에게 존재한다. 이 전 시장 독주의 함정은 독주 그 자체의 성격에 내재한다. 그의 독주를 가능케 하는 지지계층의 충성도가 박 전 대표에 비해 덜하다는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 전 시장의 독주가 ‘지지층’에 의해서라기보다 ‘호감층’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본다. 그가 이 같은 호감을 확고한 지지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이 전 시장을 선호하는 40대는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여권 정계 개편이 완성돼 강력한 후보가 출현하고 굵직한 이슈가 연속적으로 제기될 때 이 전 시장의 위기는 시작된다. 캠프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의 틈새가 바로 이 부근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력한 여권 후보의 등장이 필요하며, 이 대목이 바로 이명박-박근혜 쟁투의 묘한 아이러니다.

2 박근혜, 지지율 부진의 숨겨진 비밀

정치부 기자, 특히 대선 취재의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캠프의 분위기에 민감하다. 박 전 대표 캠프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한결같이 ‘공보기능의 상대적 약세’를 지적하고 있다. 공보파트가 특별히 무능하다기보다 이 전 시장 캠프에 비해 너무 점잖고 근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특정 사안에 대해 이 전 시장 계파의 이재오 의원이 100여 명에 달하는 한나라당 출입기자 전원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례도 거론되고 있다. 캠프의 2인자가 전화통을 붙들고 기자를 설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조직 홍보에 열성을 보인다는 얘기다.

작년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앞서 나가기 시작하자 이 전 시장의 홍보 실무자들은 ‘朴-李’로 표현된 신문 헤드라인을 ‘李-朴’으로 고쳐달라며 신문사 내근 데스크들과 격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젠틀하지만 ‘야성(野性)’이 부족한 박 전 대표 캠프의 공보활동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가 인재기용, 공세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 전 시장 캠프의 권택기 기획팀장을 놓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전 대표는 작년 권씨를 먼저 접촉하고도 영입 시기를 연말로 늦춰 이 전 시장에게 빼앗겼다. 권씨는 한반도 운하 건설 등 공약을 총괄하고 이 전 시장의 ‘탈정치’ 대권행보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핵심 측근인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작년 지지율 답보에 대해 적극적인 액션을 주문했다. 이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반응은 “연말 국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캠프 외곽을 돌며 박 전 대표의 ‘지나친 느긋함’에 대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3 경선방식에 어떤 변화 올까

현행 경선방식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의 입장은 느긋하다. “현행 방식도 나쁘지 않다”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으려 한다. 다만 기회가 되는 대로 이 전 시장이나 이재오 의원 등이 “국민의 뜻을 많이 반영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현재의 일반 유권자 지지 성향이 ‘매우 신속하게’ 당원과 대의원들에게 ‘침투’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부 골수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후보로 선출하자”는 당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거나, 설령 이-박 양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을 이루더라도 경선방식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떻게 개정하든 ‘특정 후보를 위한’ 개정이란 비난에 직면해야 하고, 특히 당의 주류라 할 수 있는 박 전 대표측에서 제도 변경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일반 지지율과 당내 지지율이 같은 궤도의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나라당의 후보 선출은 대의원표 20%, 일반당원표 30%, 공모선거인단표 30%, 그리고 일반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최근 한 언론사의 모의 경선 결과는 이 전 시장이 57.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선 제도 변경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4 TK권 표심, 결국 누구에게

여론조사 지지율 측면에서 박 전 대표는 작년 거의 전 기간에 걸쳐 이 전 시장에게 밀렸다. 박 전 대표측이 그나마 위안을 받았던 대목은 작년 9월까지 TK 지역에서의 지지율이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다. 추석이 지나면서 이 같은 흐름이 반전되기 시작하자 박 전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오빠가 먼저 하이소”라는 TK 지역의 ‘친이명박’ 정서는 의미심장하다. 누가 뭐래도 TK 지역은 박 전 대표의 아성이었고 박정희시대의 향수가 전국에서 가장 강한 지역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특정 인물보다 특정 세력의 집권이 더 중요하며, 본선에서 약한 사람은 더 강한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TK 민심이다. 지난 2번의 대선 패배가 가져온 ‘엄청난 상실감’을 기필코 만회해야 한다는 정서이기도 하다.

성패의 윤곽은 뚜렷하다. 이 전 시장은 전국적 지지를 TK 지역 지지로 연결시킨 데 반해 박 전 대표는 TK 지역의 지지를 전국적 지지로 승화시키는 데 일단 실패했다. 박 전 대표의 해법은 그래서 자명하다. 전국적 지지를 제고해야 TK 지역의 표가 살아난다. TK 지역 대의원과 주민들의 표심이 갖는 영향력은 전당대회 결과를 좌우할 만큼 강력하고 심대하다.

5 한나라당 현역의원들, 줄서기가 무섭다

당내 대선 주자에 대한 ‘줄서기’와 ‘줄세우기’ 논란이 거센 가운데 중립을 선언하는 의원들이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친 박근혜로 분류되는 한 여성 의원의 보좌관은 “구의원, 시의원 등 조직의 기반이 동요하고 있다. 어느 한 후보에 집착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계속 올라온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느 한 후보에게 대놓고 줄서기 어려운 이유는 내년 봄 치러질 총선 때의 공천 문제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 후보에 표나게 줄섰다가는 집권에 성공한 후보에게 미운털이 박히리라는 계산에서다. 지난 해 이-박 두 대선주자 간 과열경쟁이 펼쳐지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양측으로부터 심한 줄서기 압박을 받았다.

현재 의원 127명 가운데 친 박근혜 성향 의원은 40여명, 친 이명박 성향은 20여 명인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이 그동안 당 소속 의원 지지 측면에서는 열세였으나 뚜렷이 약진하고 있다.

무계파 중립 입장을 표명하는 의원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주자 간 세력경쟁을 비판하며 결성된 원내외 중립파 모임인 ‘희망모임’은 당초 참여 의원이 30명이었으나 최근 들어 4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의원들의 줄서기와 쏠림 현상은 전당대회 결과의 바로미터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 예선 승자의 윤곽이 그려진다.

6 후보 자질 사전검증론 득세할까

박 전 대표측이 내심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대목 중의 하나는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에 비해 비교적 검증된 (도덕적) 자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여러 가지 루머와 의혹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 박 전 대표 캠프의 시각이다.

후보의 광범위한 자질 검증이 경선 기간 중 이뤄질 것인가는 그러나 대단히 미묘한 문제다. 만일 후보 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흑색선전이 난무할 경우 경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마저 있다. 박 전 대표측은 후보 사전검증론이 촉발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으나 스스로 점화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최근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낙마설’을 집권의 유일한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다. “모든 상황에 대한 점검이 끝났고 문제될 것 하나도 없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한 것만은 숨길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작년 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확실하게 검증된 후보를 내세워야 국민이 안심한다”면서 “당에서 (기구를) 만들어 검증한다면 따를 것”이라고 말해 이 전 시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적이 있다.

7 이-박 후보단일화 가능할까

이-박 양 캠프에서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이 전 시장은 ‘인위적 후보단일화론’을 ‘필패론’으로 일축한 바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경선결과 승복’을 주장할지언정 후보단일화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 이 전 시장은 시장 재임 시절 “한나라당 주변에서 ‘이-박 연합조’를 필승카드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요인인) 안일한 대세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세론에 안주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경선 때까지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한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지기반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의 시너지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사전 연대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분위기가 대세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에 힘을 소진할 필요가 없고, 성사의 기대만 부풀렸다 실패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논리에서다. 이 테마가 그나마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후보 분열이 한나라당 패배의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홍〈객원기자〉 glutton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