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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이명박의 수성전략은 무엇인가(뉴스메이커 070116)

by 마리산인1324 2007. 1. 18.

 

<뉴스메이커> 708호(2007 01/16)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id=13552&pdate=뉴스메이커-708

 

 

 

[커버스토리] 이명박의 수성전략은 무엇인가

 

성과는 극대화, 데미지는 최소화… 국민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당내 경선체제로 전환


 

4개월째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김문석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신년 대선행보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지지율 50%를 육박하는 이 전 시장이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박 전 대표는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뛰고 있다.

그것은 양측의 신년인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전 시장은 원단(1월 1일)에 캠프역할을 하고 있는 안국포럼의 직원들과 함께 한 북한산 등정으로 신년하례를 대신했다. 이 전 시장은 등산 길에서 “현재의 지지도는 국민여망의 표현이다”면서 “이에 부응하지 않으면 국민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식구’들을 격려했다. 반면 1월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박 전 대표의 신년인사회는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국회의원이 40여 명, 하례객이 무려 2000여 명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선 마라톤은 지금부터다”라고 선언했다. 이 전 시장을 추격하기 위한 박 전 대표 진영의 ‘공세’는 갈수록 집요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주체제에 돌입해 있는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계책은 무엇일까. 이명박 전 시장 캠프에선 “하던 대로 계속할 것”(이춘식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기존에 견지해왔던 프로그램대로 나가면서 정책을 보다 구체화시켜 나갈 것”(박영준 전 서울시정무비서관)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정책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정무역할을 하고 있는 권택기씨는 “높은 지지율은 우리의 캠페인이 성공해서 얻은 게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국민이 이 전 시장에 대한 기대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택씨의 말 속엔 북핵사태·내수 경기 침체 등 전반적인 대선환경이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갔고 그동안의 이 전 시장의 실적이 부각되면서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릴레이식 정책발표로 관심 유도

한 참모는 향후 대선전략의 핵심을 ‘서동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집권하면 나라가 더 잘 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구체화시키는 정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전 시장은 릴레이식 정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저성장시대의 고용창출에 대비한 방안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택기씨는 “그 내용은 단계별로 공개할 것이다”고 말한다. 박영준 전 비서관은 “네거티브 전략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설날연휴 직후 서울 여의도에 캠프사무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실상 ‘국민이미지 제고 전략에서 당내 경선체제로’ 전환하는 것인 셈이다. 그러나 향후 전략과 관련 그 이상은 이 전 시장 캠프 사람들로부터 들을 수 없었다. 이춘식 전 부시장은 “전략을 어떻게 노출하느냐”고 반문했고 박영준 전 비서관은 “공개할 게 없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이명박 전 시장 진영은 철저하게 캠페인 원리와 이론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여왔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의 대응전략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 전 시장은 성과와 실적 홍보를 극대화하고 데미지를 최소화하는 ‘미니-맥스 전략(Mini-Max Strategy)’에 충실하고 있다. ‘맥스 전략’이 이슈 선점 전략이라면 ‘미니 전략’은 ‘중도세력 선점 전략’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견해다.

‘맥스 전략’은 포지티브 전략을 통해서 이뤄져 왔다.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 개혁, AIG 지역본부 서울유치 등 이 전 시장의 실적을 적절하게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전문경영인 출신인 이 전 시장의 마케팅 능력에 기인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슈선점을 통해 꾸준히 논의 중심에 서왔다.

강용진 국민대 겸임교수는 “이 전 시장은 ‘주목구조(Attention Structure)’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특정이슈를 제기하고 그 이슈가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 이 전 시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예로 들면, 한반도 운하를 이슈로 제기한 뒤 후속조치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묶어두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제기해 왔다. 독일을 방문, 운하의 성공사례에 대해 알려주고 이어 공청회 개최 등 일련의 과정 통해 한반도 운하를 국민과 여론의 관심권에 묶어뒀다는 얘기다.

언론학에서는 이런 행태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관객(일반 국민)은 정치 혹은 정책논의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만큼 관객의 관심을 모아두기가 쉽지 않다. 관심집중을 위해 도입-반전-절정-대단원과 같은 소설적 전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야기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이미지와 특성이 일치되어야 하는 게 보통이다. 이 전 시장의 이미지는 ‘경제대통령’이다. 그의 업적과 성과는 그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샐러리맨의 신화와 굴지의 건설회사 CEO, 청계천 복원,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으로 이어지는 이 전 시장의 공통된 이미지가 곧 경제회복을 낳을 수 있는 국민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두언 의원은 “올해에 경제를 대체할 의제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결국 대선의 최대이슈는 경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니 전략’은 후보 이미지에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원천봉쇄를 하거나 사전노출과 같은 선제방어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전략이다. 이를테면 ‘면역전략(Immunity Strategy)’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자문단을 구성해서 흠집내기 공세를 차단한다든지, 정치적 논쟁이 되거나 이념적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월 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김 전 대통령이 북한핵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서 “나는 듣기만 했다”고 말한 게 단적인 사례이다.
2005년 9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복원을 앞둔 청계천변을 나란히 걷고 있다. <우철훈 기자>

중도세력 끌어들이는 실용주의

이 전 시장은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지도를 높여왔던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전 시장의 지지도는 실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2002년 대선 당시처럼 도덕과 개혁과 같은 추상적 설득이 주요한 논쟁이 될 때 아들의 병역문제로 ‘대쪽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큰 타격을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세계화 시대다. 이념과 정체성보다 능력과 실용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다. 그 흐름은 중도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중도세력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이 전 시장은 실용주의적 대응방식을 택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대결 구도의 타개법이다. 오직 경제·사회·문화적 접근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정치적 해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정두언 의원도 “이념적으로 좌에도, 우에도 치우치지 않음으로써 중도세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중도세력 선점을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호남지지율(18%). 서울시와 전남 시군구의 합동자매결연과 전남 농수특산물 직거래장터 개설, 서울시의 전남지역 폭설피해 복구지원, 문화예술단 교류 등이 호남지지세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 포석(?)의 결과라는 게 여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율 교수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지역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수구보수적 이미지를 주지 않은 덕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전 시장은 민심지지를 통해 당심을 얻겠다는 전략을 상당히 오랫동안 구사해왔던 것이다. 이를테면 ‘물방울 낙하전략(Dropping-Water Strategy)’이다. 여론지지층의 지지도 제고를 통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지지도 배가전략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선을 위한 배후다지기였던 셈이다. 이춘식 전 부시장은 “새해 들어 당내 지지세 확충을 위한 접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심공략을 위한 외곽포위전략을 구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당심 공략 외곽포위전략 구사

당내 경선을 위해선 무엇보다 지지자들의 통합성을 이끌어내는 방안이 모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도세력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지지자의 가치를 일체화시키는 게 일차적인 목표이다. 강용진 겸임교수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그것은 정체성 검증과정을 통해 구심력을 형성하든지 아니면 원심력이 작용하든지 결론이 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국포럼의 한 관계자도 “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비전의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정책적 비전을 보다 구체화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섀도우 캐비닛(예비내각) 공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춘식 전 정무부시장은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당장 아웃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적 자원의 개방성을 열어두고 내부세력의 알력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이 전 시장측의 귀띔이다. 안국포럼 직원들에게조차 직함을 주지 않고 명함에 일련번호를 붙여준 것도 다 그런 맥락이다. 한 관계자는 명함의 번호와 관련 “선거참모가 아니라 대선후보 중심의 선거전을 펴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시대에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직거래가 가능하다. 세일즈맨이 필요없다. 이를 선거판에 적용하면 세일즈맨은 섀도우 캐비닛이고 상품은 후보다. 곧 후보와 국민이 직거래하는, 즉 후보 중심의 선거전을 펴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율 교수는 “대선과 총선이 맞물려 있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선 국회의원들에게 줄 특별한 선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예선전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대선 본선이 남아 있다. 물론 아직까지 여권후보가 부상하지 않고 있다. 향후 여권의 전열이 정비된다면 여·야 맞대결의 양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두언 의원은 “우리나라 대선은 양자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게 특징”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지지세가 조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그러나 “새로운 정치틀에 부합하는 이 전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부상하지 않는 한 2~3%포인트의 승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선거에서 고향민심이 수도권에 영향을 준 것과 달리 특정후보에게 60% 이상의 지지를 보내고 있는 수도권에서 반대로 지방 표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