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교사상 이야기/종교

삶의 진실을 보고 말하라(도법, 경향신문 050922)

by 마리산인1324 2007. 3. 10.

 

<경향신문> 2005년 09월 22일 18:03:0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509221803001&code=990314

 

 

삶의 진실을 보고 말하라

 

 

〈도법스님/전 실상사주지〉

1만5천여리 길을 걸으며 3만5천여명을 만났다. 천태만상인 우리네 삶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세상은 온통 험악한 표정이다. 사람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어느 한 곳 안전하지 않았다. 누구 한 사람 행복하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그럴듯한 진단과 처방은 넘쳐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험악한 세상 표정이 바뀔 가망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멎는 일도 있을 것 같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좀체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富도 일등도 생명앞엔 공허-

명성이 자자한 전문가들이 그럴듯한 길을 제시하고 있지만 역사 경험은 그 길이 별 수 없는 길임을 웅변하고 있다. 사실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 길은 본래 한 길밖에 없었다. 지금 여기에서 삶의 진실을 보라. 본 대로 정직하게 말하라. 진실에 따라 행동하라. 문제를 해결하는 길, 생명평화의 바람을 실현하는 확실한 큰 길은 이 길 한 길뿐이다.

논리를 단순화시켜서 생각해 보자. 만일 자신이 천하의 부를 거머쥐는 순간 바로 죽는다고 해도 기어이 부자가 되겠다고 혈안이 될 사람이 있을까! 자신이 세상 모든 사람을 따돌리고 1등이 되는 순간 바로 생명을 잃는다 해도 불철주야 1등을 향해 질주할 사람이 나타날까!

엄연한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코 부자도 1등도 삶의 진실한 가치가 아님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는 지금 여기 자신의 생명평화일 뿐 그 무엇도 아님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안전성, 건강성, 삶의 평화로움이 담보되지 않는 한 그 무엇도 우리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잡다한 핑계들을 내려놓고 삶의 진실을 직시하자. 우리가 무엇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가? 우리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에 왜 환호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이 한 목숨 위해서이다. 이 한 목숨 안전하게 건강하게 평화롭게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절절한 바람 때문이다. 유일한 희망의 길이라고 강조되는 경제성장이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했는가!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믿어온 핵무기 개발이 우릴 평화롭게 하고 있는가! 미안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좇는 경제정책으로는 행복한 삶이 불가능함을 21세기 미국 사회가 잘 말해주고 있다. 불행하지만 힘과 싸움의 논리로는 평화가 지켜질 수 없음을 9·11 테러 사건이 잘 보여주고 있다.

양심적으로 정직하게 얘기해 보자. 정말 우리 이웃들이 가난하고 약함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데도 강하고 부자인 당신은 즐겁고 행복한가? 확신하건대, 어떤 강자도 부자도 사람인 이상 그럴 수는 없다고 본다. 너도 나도 착각에서 빠져나와 양심의 눈으로 삶의 진실을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진실을 보고, 본 대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이지 다른 무엇이 아니다. 한 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회자되었다. 그렇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은 삶의 진실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표현한 것이다. 불교라는 틀도 기독교라는 틀도, 진보라는 틀도 보수라는 틀도, 자본주의라는 틀도 공산주의라는 틀도 파묻어야 한다.

-‘생명 평화’만이 유일한 길-

종교인이여, 부자를 갈망하며 기도하는 신자들에게 부자가 좋은 것이 아니라고 진실을 말하라. 교수와 선생님들이여, 학생들에게 1등은 반생명적이고 반평화적인 길이라고 진실을 가르치라. 신문·방송인이여, 정치인이여, 자본가들이여, 행정가들이여, 삶의 진실을 보고 말하라.

지금 우리 사회는 진실을 드러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희망 생명평화의 세상은, 삶의 진실을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길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