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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아프리카 아냐? 한여름 옷 가져가야겠네." "어, 이슬람 국가인데 위험하지 않을까?" "근데 거기 사람들은 모두 흑인이냐?" "사막에 어떻게 갈려고 그래?" 우리가 튀니지로 여행을 간다고 할 때 모두들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위의 말들은 모두 틀렸다.
물론 국교가 이슬람이긴 하지만 프랑스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철저하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정책으로 인해 매우 개방적이고 서구화된 법률을 갖고 있다. 여성에게 불리한 관습이 모두 법으로 금지되었으며 교육과 의료는 무료이다. 당연히 여성의 교육수준과 사회진출이 매우 활발하다. 내가 튀니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페니키아인이 건설한 고대 국가 카르타고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장군 한니발의 고향이자 당시 유럽 전체를 지배할 만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곳이기도 했다. 백년에 걸친 포에니 전쟁의 결과 로마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사라졌지만 다시금 로마에 의해 건설된 이 매력적인 도시를 직접 발로 밟아 보고 싶었다. 떠나기 전에 튀니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려고 여행서적이나 인터넷을 뒤적거려 보았고 여행사에 자문을 구해 보았으나 한글로 된 만족할 만한 정보는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영어판 론리 플래닛이 유일한 정보였다. 내년이면 내 나이 50인데 돋보기안경 들고 마누라와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이거라도 없으면 어떡할 뻔했을까. 더 늦기 전에, 아니 더 늙기 전에 그냥 떠나는 거다. 우리 나라에서는 직항편이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인천에서 파리를 경유하여 튀니지로 가야만 했다. 인천에서 오전 10시 25분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 7시경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공항에 도착했다. 단순하게 시간만 계산하며 8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우리 나라와 시차(7시간)를 포함하면 15시간 걸려서 온 것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우리 나라 전자회사의 전광판을 보니 너무나 반갑다. 이곳 튀니지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는 알지 못해도 한국 회사의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폰 이름은 알고 있는 듯했다. 입국 심사원은 여권을 이리저리 뒤져보고 몇 번이나 물어 본 다음에야 입국 도장을 찍어 준다. 한국인의 입국이 드문가 보다.
먼저 공항 환전소를 찾았다. 튀니지 지폐단위 명칭은 '디나르'. 1디나르가 우리 나라 천 원 정도 된다. 환전을 하고 공항을 나섰다. 여행자에게 가장 취약한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낯선 도시에 막 도착하여 물가가 어느 정도인지 택시비가 어느 정도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말 그대로 '어벙이'가 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모습은 장사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 택시 운전사의 좋은 먹이 감이다. 아니나 다를까, 금세 택시기사가 달려왔다. '하마메트'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대다수의 단체 관광객들은 튀니스 시내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이상 더 가야 하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하마메트'로 간다. 이곳은 휴양지로 유명하여 현대식 호텔이 즐비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을 피해 시내 한복판에 호텔을 구했다. 튀니스 시내의 호텔로 간다고 하니 20디나르를 부른다.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느 정도인지 느낌이 빨리 오지 않는다. 갈등이 생긴다. 15시간 비행에 지친 몸,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공항버스도 끊어진 상태이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나중에 안 일이지만 엄청난 바가지 요금이었다. 주간의 택시 기본 요금이 0.4 디나르 정도였고 웬만한 시내거리는 3∼4디나르 정도면 충분했다). 바가지 쓸 각오로 택시에 올랐다. 택시 기사는 간단한 영어도 전혀 되지 않았다. 이곳 언어는 프랑스 식민지 역사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아랍어와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뭐 괜찮아 호텔 이름만 통하면 되지." 나 또한 중 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로 버티고 불어는 전혀 못하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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