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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완으로 가려고 버스 터미널을 찾아갔다. 버스는 없고 (이곳 사람들이 버스라고 부르는) 소형 밴과 택시를 개조한 차량들만 모여 있었다. 정원은 8명, 목적지를 외치다가 좌석이 차면 출발한다. 우리 나라의 합승과 비슷했다. 우리는 황당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수밖에. 현지인과 같이 9인승 밴을 탔다. 3시간 이상을 달려도 보이는 것은 지평선뿐이다. 지금 지나고 있는 지역이 유명한 '자마회전'이 일어났던 곳이다. 카르타고의 한니발군과 로마의 스키피오(아프리카누스)군의 한판 승부가 이 평원에서 이루어졌다. 로마는 이 전투에서 승리하여 지중해의 맹주가 되고 카르타고는 역사에서 퇴장해야 했다. 전쟁의 징후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평화스런 지평선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두 번 갈아타고 '카이로완'에 도착했다. 튀니지에서는 택시를 즐겨 이용했다.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택시요금은 미터기로 결정되었다. '카이로완'에 도착해 택시를 탔다. 시내에서 웬만한 거리는 팁 포함해서 2디나르 정도면 충분했다.
창 밖으로 안뜰이 내려다보이는 이런 호사스러울 정도의 방은 아마 환율 차 때문에 생기는 현상인 것 같다. 같은 요금으로 유럽에서는 투어리스트급의 호텔을 이용했다. 다음날 또 새벽에 눈을 뜨고 말았다. 역시 7시간의 시차가 문제였다. 덕분에 일찍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조금 걷다보니 커다란 성벽이 나타났다. 이 곳이 메디나(구시가)이다.
좁은 골목을 따라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도 보이고 특이하게 생긴 창문과 강렬한 파랑은 튀니지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곳 사람들은 창문과 외벽 장식에 상당히 신경을 써서 단장한다. 이 골목 저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눈앞의 풍경을 깊이 호흡했다.
가장자리에 물을 퍼 긷는 샘이 여러 개 있는데 밧줄로 퍼올려서 닳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안마당이 커다란 물탱크였다. 기도실은 무슬림 남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훌륭한 장식들로 가득한 나무문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옛날 우리가 2부제 수업을 했듯이 학생들은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등교시간이 모두 달라 4부제, 5부제쯤 되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교육과 의료는 모두 무료이고(수준은 모르겠지만) 겨울방학은 없으며 여름방학은 길어서 석 달 정도란다.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서 마구 떠드는 바람에(특히 디지털카메라의 액정화면에 자신들의 얼굴이 나온 것을 보고)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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