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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많은 관광객들은 이곳에 오면 사막투어를 즐긴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와 <스타워즈>가 튀니지아 사막지대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남부 사하라 사막까지 가는 것은 다음 기회(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로 미루고 튀니스로 가기로 했다. 버스터미널로 가려고 택시를 탔다. 열심히 설명했는데도 역시나 밴 정류소로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종이를 꺼내 큰 자동차와 작은 자동차를 그리고는 작은 자동차에 가위표를 하고 큰 자동차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제야 활짝 웃으며 "신트리"하더니 버스터미널로 갔다. 튀니스는 4개 노선의 매트로(지상철)와 1개의 교외선(TGM) 철도를 가지고 있다. 페니키아 인이 건설한 고대도시 카르타고를 찾아가는 방법은 교외선 열차를 타야 한다.
유적지 주변을 걸으면서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밝은 햇살 아래 아름다운 전경, 이름 모를 풀꽃들, 마침내 내가 바라던 그 곳, 한니발의 도시에 온 것이다. 폐허의 돌기둥을 쓰다듬어도 감격스럽다.
물이 계속 흐를 수 있는 일정한 경사를 유지하기 위하여 낮은 곳에서는 다리를 놓고 산지에서는 터널을 뚫었다고 한다. 극장 터는 원형이 많이 남아 있고 계속 보수를 하여 지금도 일 년에 몇 차례씩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앉아 쉬던 한 총각이 우리에게 "자파니"하고 불렀다. 대답이 없으니 또 "차이니"했다. 정말 지겹게도 듣던 소리다. 귀찮기도 해서 "노, 코리안"했더니 갑자기 영어로 마구 떠들었다. 자기는 태권도를 배웠기 때문에 월드컵대회를 개최한 한국을 잘 안다고 아주 반가워했다. 그는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하며 우리 부부에게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의 태권도가 이토록 대단할 줄이야.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면서 해외의 모든 태권도 지도자들이 고맙게 생각되었다. 바다가 보이는 고급스런 레스토랑에 앉았다. 종업원이 다가와 생선을 보여준다. 지중해의 생선은 딱 두 가지, 푸른 생선과 붉은 생선뿐이다. 생선을 고르면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적어온다. "오케이"하면 끝이다. 조리법은 오로지 오븐에 굽는 방법뿐 다른 주문은 필요 없다. 오랜만에 서빙을 받아 가며 우아한 식사를 했다. 나는 밥도 없이 반찬만 먹는 기분인데 아내는 즐거운 표정이다. 유럽에 가면 길거리 샌드위치 수준이 될 걸 생각하면 이만한 식사는 분에 넘친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맞은편에 앉은 아저씨가 열심히 성경을 읽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관심을 나타내며 영어로 인사를 한다. 여기서는 영어조차 반가운지라(?) 우리도 인사를 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을 '폴'이라고 소개하며 소수 1%에 속하는 기독교도(로만 카톨릭)인데 기독교 학교를 다녀서 영어를 잘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묵는 호텔 옆의 큰 성당에 다닌다고 했다. 우리도 기독교도라고 했더니 아주 반가워한다. 한국은 불교국가라고 생각했는데 기독교도가 있다니 소수의 공감대 같은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닌데.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과 소수가 아니라고 설명해도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았다. 자꾸 주위를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갑자기 아내에게 물었다. "결혼하신 것 같은데 왜 반지가 없으세요?" "예? 아 예, 여행 중이라 귀찮아서 안 해요." "그럼, 집에는 반지가 있어요?" "아, 예. 집에 많이 있어요."(아내는 액서사리를 좋아한다) "금으로 된 반지인가요?" "예? 예." 그러고 보니 이곳 여성들은 반지를 좋아하는지 몇 개씩 끼고 있다. 게다가 팔찌도 주렁주렁 겹쳐서 착용한다. 예사로 보았는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나 보다. 마치 70년대의 우리 사회처럼. 역에서 내리자 '폴'은 아쉬워하며 몇 번이나 손을 잡아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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