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교사상 이야기/종교

부자 (박은교)

by 마리산인1324 2007. 3. 29.

 

부 자

 

- 박은교 -

 

 

누군가 그랬지요.

"부자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게 필요한 사람이다."

 

예수가 이 땅에 오셨을 때,

하늘의 것을 모두 포기하고도 모자라

땅의 것마저도 다 포기하셨습니다.

자기 것을 하나도 남김 없이 비우고

그 안에 오직 진정한 사랑만이 있었기에

가장 큰 부자로 사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를 믿는다 하면서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조금씩이라도 나를 비워가야 할텐데...

내 안으로 채워넣기에만 급급하니...

신앙의 길을 간다고 되뇌이면서도

밝고 건강하게, 즐겁고 기쁘게 살기는 커녕

여전히 마음은 불편하고 답답해 할 따름이지요.

 

오늘

나와 내 안의 것 가운데 하나 덜어내면 어떨까요?

그래서 부자되면

마음이 조금은 넉넉해지겠지요.

 

법정 스님의 글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데

불교는 부처를 믿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자기 자신이 몸소 부처가 되는

깨달음을 이루는 자기 실현의 길입니다.

불교는 자기 탐구의 종교입니다.

자기로부터 시작해 이웃과 세상에 도달하라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으면 불교도, 종교도 아닙니다.

참 지혜란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의 존재,

전체의 존재를 찾아내는 따뜻하고 밝은 눈입니다.

등불은 어둠을 밝히는 빛입니다.

사실 절이나 법당 앞은 어둡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렵게 사는 이웃을 위해 따뜻하고 환한 등을 밝혀야 합니다.

이것이 부처의 가르침입니다."

 

신앙의 길에

공부하면 할수록 할 말이 없어지는데...

신앙인으로, 구도자로,

세상 속에서의 수행자로 살기로 작정한

저는 아직도.......

부끄럽고 부러울 따름입니다.

오늘, 내 안의 것 하나 덜어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제 나와 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으면.....

 

그래서

우리 모두 부자되어

서로에게

참된 '위로의 샘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따뜻한 눈길, 넉넉하고 정겨운 마음 함께 나누는

우리 가운데 있는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행복한 날 되기를 기도합니다.

 

 

- 2007. 3. 28 -

 

 

 

* 박은교님은,

목사로서, NOW(Neighbor of Wishers)의 일을 맡고 계십니다.

메일로 보내주신 글이지만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