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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농업정책

[도시인을 위한 농업 이야기·4] 도시농업의 가능성(프레시안 070329)

by 마리산인1324 2007. 4. 7.

 

<프레시안> 2007-03-29 오전 10:37:19

http://www.pressian.com/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 거짓말 아냐!"

[도시인을 위한 농업 이야기·4] 도시농업의 가능성

 

 

위기에 직면한 농업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근대 이후 파괴된 토양의 영양 순환 체계를 복구하는 것이다. 그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지역 안에서 생산과 소비가 순환하도록 해,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이 지력을 보강하는 데 기여하는 지역 순환 농업이다.
  
  이러한 지역 순환 농업은 국제 농업 자본의 시장 지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 운동이나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은 이러한 지역 순환 농업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순환 농업의 장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지역 전통, 자연 환경, 생활 습관 등을 반영한 농사를 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다.
  - 지역 안에서 발생한 배설물, 쓰레기 등 각종 유기물을 농사에 투입함으로써 환경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지역 안에 농민장터를 개설하거나 직접 배달 형태로 최단 시간 안에 공급함으로써 유통비를 절감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거나 일치시킴으로써 농산물에 대한 사회적 검증과 상호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지역 순환 농업은 한 마디로 외부로부터 교란되거나 침해받지 않고 해당 지역 거주자가 자신의 전통과 환경에 맞게 건강, 공동체, 생태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면서 먹을거리를 자주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지역순환농업을 공간적으로 확장시킨 것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의 부활
  
  도시농업이라고 하면 아직 생경한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도대체 도시에서 무슨 농사를 짓겠다는 말인가? 그러나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도시농업이 생소한 것으로 된 것은 근대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근대 이전에는 먼 거리에서 먹을거리를 수송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 역시 자체적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해야 했다.
  
  근대 이전에는 도시 면적의 3분 1 정도를 농지로 활용했다. 고대 바빌론의 공중정원도 도시 농업이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근대 이후 산업화와 함께 도시가 급성장해 인구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이런 상황이 달라졌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먹을거리의 원거리 수송이 가능해지자 도시는 농업을 가차 없이 추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가 농업을 다시 끌어안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도시에서 농업을 부활시키는 촉진제가 됐던 것은 시장 중심의 세계화였다. 급격히 증가한 실업자들이 새로운 생계 수단을 찾으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먹을거리의 세계화에 따른 식품 안전성이 위협받으면서 도시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시도가 확산된 것이다.
  
  이제 농업과 도시를 대립시켰던 구도는 낡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점점 많은 도시인이 농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교적 가난한 나라의 도시에서 불붙기 시작한 도시농업은 그것이 지닌 갖가지 효과가 입증되면서 선진국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북미, 유럽의 도시농업 바람은 그 증거다.
  
  캐나다 서부 해안의 최대 도시 밴쿠버의 경우 시민의 44%가 도시농업에 관여하고 있다.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시유지에 마련된 커뮤니티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시민이 8만 명이나 된다. 이런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의 구성은 실업자, 노인, 주부, 직장인 등 매우 다양하다.
  
  은퇴 노인들이 소규모 텃밭을 가꾸는 것은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노동시간이 줄면서 직장인들이 주말농장 형태로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마디로 직업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도시인 상당수가 농사꾼으로 변모해 가는 추세인 것이다.
  
  도시의 모든 공간이 농지
  
  도시농업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어느 곳에다 농사를 지을 것인가 즉 농지 확보의 문제이다. 빈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대도시의 실정을 감안하면 이런 질문은 충분히 예고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느 곳에서든지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유휴지, 도로ㆍ하천 주변, 옥상 등 건물의 빈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베란다 등 건물의 실내 공간 역시 장식을 겸할 경우 훌륭한 농지가 된다. 수경재배 등 재배 방식을 다양화하고, 타이어 등의 폐기물을 재배 용기로 활용하면 도시농업의 공간은 더욱 는다.
  
  유럽에서는 담벼락, 주차장, 건물 외벽 등 수직 공간도 훌륭한 농사 공간으로 활용한다. 심지어 공원에 양, 소를 방목할 수도 있다. 정화 시설만 잘 갖춘다면 하수구를 이용한 양식도 가능하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 동안 잊힌 공간으로 방치돼 온 도시의 곳곳이 농지로 변신할 수 있다.
  
  도시농업은 공간 집약적인 농업기술을 사용한다. 대체로 도시농업은 일반농업과 비교할 때 단위 면적당 3~13배 정도의 높은 생산성을 거두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도시농업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농경지의 4%밖에 되지 않지만 생산량은 30% 정도에 이른다. 생산성이 무려 10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도시농업을 통해 채소, 과실의 상당부분을 자급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육류 공급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조차 이 점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중국의 대표적인 대도시의 하나인 상하이는 채소의 85~90%를 도시농업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농지가 시 구역의 10%밖에 되지 않는 홍콩과 같은 과밀 도시도 채소의 45%, 돼지고기의 15%, 닭고기의 68%를 도시농업으로 조달하고 있다. 전형적인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채소의 25%를 시내에서 생산 공급하고 있으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등을 완전 자급하고 있다.
  
  도시농업과 농촌의 상생관계
  
  도시농업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는 도시농업이 시장 잠식 효과를 낳음으로써 기존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도시농업이 발전해야 농촌도 살고 농민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말 그대로 도시농업과 농촌은 상생관계인 것이다.
  
  도시농업 발전은 도시인이 농업에 대해 적극적 관심과 이해관계를 갖도록 만든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것 이상 농업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좋은 방법은 없다. 결국 도시농업은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인들로 하여금 우리 농업을 함께 지키고 일구어 나가는 주체로 돌변시킨다. 그 결과 전 국민이 농업과 농촌에 대해 함께 책임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 여기에는 기존 농민의 생존을 보장하는 문제가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이렇듯 도시인들이 함께 농업을 책임지고 도시의 농업생산력이 높아지는 조건에서 농촌은 식량기지로서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그 결과 식량 자급률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아울러 농민은 본격적인 의미에서 전체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생산물을 시장에 내다팔면 그만인 시대와 작별을 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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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길/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