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등 일부 지자체가 최근 농업기술센터와 지자체 농정업무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농정의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면서 통합을 반대하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효율적인 행정서비스 제공 등을 들어 통합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얼마나 통합됐나=1998~1999년 구조조정 시 행정자치부의 지침에 따라 농업관련 조직의 통폐합이 추진돼, 72개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지자체의 농정부서와 통합되거나 지도사업 일부를 시·군으로 이관했다. 그후 지방화에 맞춰 농정업무 단일화를 이유로 통합하거나 통합 후 분리하는 등의 운용이 반복돼왔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농업기술센터 159곳 중 시·군 농정부서를 농업기술센터로 이관해 통합한 곳은 51개 시·군에 달하고, 농업기술센터 지도 업무 일부를 시·군으로 이관한 곳도 17개 시·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단체, 통합 반대에 나서=농민단체들은 통합이 되면, 기술농업 지원 기능이 축소돼 농업경쟁력 약화를 가져오고, 그 피해는 농업인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통합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들 농민단체들은 농업기술센터가 지자체와 통합되면 행정의 우월적 지위에 밀려 농촌지도사업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농업인에게 필요한 정보 습득과 상담 기회가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또 통합으로 지도인력이 감축되면서 농업인들의 전문기술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촌지도직 정원은 1997년에는 6,696명이었으나 2005년에는 4,905명으로 27%나 줄었다.
강민수 농민연대 사무국장은 “시장·군수가 바뀔 때마다 농업기술센터가 조직개편의 희생양으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통합된 시·군농업기술센터의 경우 행정업무에 치중, 농촌지도사업이 보조업무로 전락되는 등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이 같은 통합 농업기술센터의 문제점으로 인해 통합을 경험한 73개 시·군이 농촌지도사업과 농업행정을 다시 분리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기술농업의 전진기지인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농진청이 2005년 농업인과 농촌진흥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도사업 등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독립성 보장과 연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이번 기회에 지방 농촌진흥조직의 재설계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농정과 지도사업이 원칙 없이 통합 운영되는 시·군이 증가했다”면서 “따라서 국가직으로 환원 또는 권역별 광역화 등을 포함해 조직의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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