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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007-06-07 10:39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14907&ar_seq=2

 

 

 

'노무현 싫다'와 '법률적 판단'을 구분하자
[주장] 언론·선관위·정치권, 누가 헌법을 위반했나
    남경국(kkna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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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철 중앙선관위 위원장이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고현철 중앙선관위 위원장이 비공개 회의가 진행되기 전 기자들의 퇴장을 기다리며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 내용을 두고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여부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선관위는 7일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언론도 선관위도, 노 대통령의 강연 내용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대통령은 과연 헌법과 공직선거법상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무원에 해당하는가. 물론 지난번 선관위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대통령도 정치적 중립의무 있는 공무원이다. 하지만 나는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고민해 보고자 한다.

당적 보유 가능한데 정치적 표현도 못하나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적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무현 후보도 당적을 가지고 당선됐고,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법적으로 당적을 버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당적보유가 가능하면서 여당을 지지하거나 정치적 의사표현도 못한다는 것이 타당한가? 당적보유가 헌법과 선거법 위반이 아닌 이상 당연히 대통령의 여당 지지 의사 표현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혼란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에 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한국적 혼돈상황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연방수상-간단히 말해서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에 해당하는 행정부 수반-의 여당 지지와 야당 비판 등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권리이자 의무다. 현 독일 연방수상 앙겔라 메르켈은 각종 선거지원유세에서 야당 후보를 거칠게 비판하기도 한다. 방송과 신문은 연방수상 관련 보도나 기사에서 항상 이름 옆에 소속정당을 표기한다.

독일의 경우도 영국의 왕처럼 상징적 측면을 가진 존재인 연방대통령은 정치적 의사표현에 신중한 편이다. 지난해 독일 연방대통령 쾰러의 몇 차례 정치적 발언이 언론으로부터 "정치적 대통령 쾰러"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대통령제다. 의원내각제가 아니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국가의 상징적 존재가 필요하다면 영국처럼 왕을 두던지, 독일처럼 의원내각제로 개헌해 상징적인 대통령을 따로 두면 된다.

대통령제에서 선출된 노무현 대통령에게 왜 영국의 여왕이기를, 독일의 연방대통령이기를 바라는가.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아니다.

선거법과 정당법을 먼저 바꾸었어야

▲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번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의 경우 헌법이 자구해석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구해석을 절대시했으므로 이번에도 자구해석을 먼저 해보자.

헌법조항은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다"가 아니라 "보장된다"라고 하고 있다. "의무가 있다"와 "보장된다"는 엄연히 다르다. 즉 의무조항이 아니라 이는 권리조항이다.

87년 헌법 개정시 그 이전 군사정부에서 자행된 관권선거를 막고자 관권선거 동원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그 신분을 헌법적으로 보장해 주고자 당시 헌법제정권자들은 위 조항을 고려했을 것이다.

가령 노무현 대통령이 공무원 동원하고 관권선거를 강요하면 그때는 헌법위반이다. 이 경우에도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헌법상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해서가 아니다. 관권선거를 할 수 없도록 한 헌법 제7조 2항, 즉 관권선거를 강요받은 공무원들의 헌법상 정치적 중립의 권리를 침해했기 때문에 헌법위반이 된다. 이번 강연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싫다는 '감정'과 법률적 '판단'은 구별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먼저 선거법과 정당법을 바꾸었어야 한다. 당적을 가지고 대통령이 되면 즉시 당적을 법적으로 버리게 해야 한다. 당적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여당 지지나 정치적 발언도 못하게 하면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와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오히려 언론과 정치권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노무현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2007-06-07 10:3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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