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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종교

목사인 나는 '미션컴파니' 이랜드가 부끄럽다(오마이뉴스 070713)

by 마리산인1324 2007. 7. 14.

 

<오마이뉴스> 2007-07-13 11:21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422151

 

 

천민자본주의 선교하는 이랜드
'기독교 기업' 간판부터 내려라
[주장] 목사인 나는 '미션컴파니' 이랜드가 부끄럽다
    박경양(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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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 계열사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점거농성과 집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회원과 홈에버 월드컵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이랜드 본사앞에서 이랜드 비정규직을 위한 예배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주일은 쉽니다."

지금은 슬그머니 사라져 찾아보기 어렵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마다 굳게 닫힌 상점의 셔터에서 낯설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문구다.

이랜드는 이 글귀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독교기업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신앙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한다는 일요일에 문을 굳게 닫으며 막대한 이익을 포기할 정도라면 그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아마도 누구보다 정직하고 믿을 만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랜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독교기업 이미지를 굳혀 왔다. 그래서인지 며칠전 이랜드의 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인 '미션스쿨'에 비교하여 이랜드를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미션컴파니'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이랜드가 자신의 무엇을 두고 그렇게 자신있게 기독교기업을 자칭하는 지가 궁금하다.

기독교 집회엔 5만벌 기증, 협력업체 노동자엔 유니폼 강매

누군가가 나는 기독교인라고 진실하게 고백한다고 할 때 그 고백 속에는 단순히 나는 교회에 출석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성서의 말씀을 진실로 믿고, 따르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창업자가 자신이 창업한 기업을 기독교기업이라고 진실하게 말한다면 이 말 속에는 그가 설립한 기업의 설립 목적이 기독교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으며 이를 추구한다는 다짐이 들어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기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며 기독교가 가장 소중하게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기독교는 인간 구원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가 추구하는 가장 숭고한 가치는 사랑이다. 그렇다면 '기독교기업 이랜드?'는 어떤가?

▲ 1980년 이대 앞 2평의 옷가게에서 출발했다는 이랜드는 2007년에 자산 5조3830억원, 2007년 현재 약 6조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 이랜드그룹 홈페이지
1980년 이대 앞 2평의 옷가게에서 출발했다는 이랜드는 2007년에 자산 5조3830억원, 2007년 현재 약 6조원 규모의 연 매출을 기록하는 재계 서열 26위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랜드는 매출액이 2조7000억이던 2005년에 무려 2000여 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지난해에 사주는 십일조로 130억원을 교회에 헌금했으며 배당받은 주식 배당금만 비상장사중 두 번째로 많은 82억원, 부인의 주식배당금을 합하면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랜드 계열의 대부분의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채 주식 대부분은 사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재계서열 26위,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기며 사주는 십일조로 헌금으로 130억원을 교회에 바치는 '기독교기업 이랜드'의 노동자들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유통 매장의 여성 정규직 5년차의 경우 연봉이 1500만원 정도인데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1000만원에 못 미치는 임금을 이랜드는 지급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벌어지지 않는 일이 왜...?

10만명이 참가하는 기독교 집회에 5만벌의 티셔츠를 무료로 기증하면서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자사 유니폼을 사입을 것을 강요하는 기업이 이랜드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350명은 이랜드로부터 재계약을 거부당한 채 집단 해고당하고 있다. 차별의 근거를 없애기 위해서 매점의 계산원 320여명 중 정규직 100명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223명을 해고하거나 외주로 전환하는 기업이 이랜드다.

비정규직 계산원들을 언제든 해고하기 위해서 이른바 '0개월 계약'을 강요하는 기업이 바로 오늘의 이랜드다.

문제는 똑같은 상황에서 기독교와 무관한 이마트 등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 8일 오전부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원 등이 이랜드 계열사 전국매장 봉쇄 투쟁에 돌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이랜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해서 행하고 있는 이런 만행은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랜드의 비정규직 규모는 사측이 최대 80억~90억 원 정도의 추가비용만 지불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그리고 이 80억~90억원은 이랜드 사주인 박성수 사장이 받는 주식배당금만 포기해도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익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500억원을 사회복지기금으로 사회에 환원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적어도 좋으니 일자리만 보장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매몰차게 거리로 내쫓는 '기독교기업 이랜드'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솔직히 고백하라, 그냥 '천민자본주의' 기업이라고

기독교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소중한 존재임을 믿는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인간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외아들을 십자가에 처형하면서까지 구원하고자 했음을 믿는다. 우리의 구세주인 예수는 "그는 먹보요 술꾼"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소외된 사람과 함께 했고 사랑했음을 믿는다.

따라서 인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이랜드, 특히 예수가 그렇게 사랑했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애정을 찾아 볼 수 없는 이랜드가 스스로를 기독교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서와 교회에 대한 모독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목사로, 한 사람의 기독교 신자로 나는 이랜드에 요구한다. 이랜드는 더 이상 기독교를 부끄럽게 하지말라.

이를 위해서 기독교기업의 간판을 내려라. 그리고 솔직하게 고백하라. 이랜드는 기업일뿐이라고, 사랑도 윤리도 인간에 대한 경외심도 필요없고 그저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천민자본주의 추구하는 기업일뿐이라고….

▲ 10일 오전 이랜드 본사 앞에서 열린 예배에서의 '십자가 퍼포먼스'. 2007년 한국의 예수는 비정규직으로 못박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007-07-13 11:21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