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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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경영진, 믿음이 부족했다" |
이랜드 사목 방선기 목사, "회사 망하더라도, 비정규직 포용했어야"…"경영진 입장도 생각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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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선기 목사(이랜드 사목)는 회사 경영진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비정규직을 다 품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목의 입장에서 그런 믿음을 심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까지 내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람을 다 품고 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회사가 적어도 법을 어기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방 목사는 특히 언론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그는 많은 언론들이 노조와 민주노총의 얘기만 듣고 기사를 쓰고 있다며, 정확하고 공정하게 기사를 써달라고 했다. 특히 기독교 언론에 대해서도, 너무 일방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방선기 목사는 인터뷰를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회사 쪽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회사의 입장과 자신은 별개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쉽게 말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랜드에 와서 보면 그런 말이 전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방 목사는 또 기업의 영리 추구와 소외자로서 비정규직 사이에 갈등을 풀 수 있는 성경적 해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풀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교만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도저히 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은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방 목사의 답변이다.
방 목사는 이랜드가 잘하는 면도 봐달라고 했다. 세금도 꼬박 꼬박 납부하고, 인재 양성도 잘하고 있는데, 이번 노조와 사 쪽의 갈등 때문에 회사를 나쁘게 보는 것은 자제해달라는 얘기다. 그래도 사람들이 기독교 기업이니까 다 잘하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분명히 억울한 부분은 있다고 했다.
인터뷰는 7월 12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이랜드 사옥 5층, 사목실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요즘 많이 힘들겠다. 이랜드의 사목으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우선 현재 상황을 조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랜드가 기독교 기업인데, 노동자들을 막 내보냈다라고 얘기한다면, 아쉽다. (기독교 언론들도)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해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 노조 쪽의 잘못은 나중에 얘기하고 싶다. 내가 사목으로 있는 이랜드의 잘못을 먼저 짚어보자. 내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제일 처음 든 생각이 '과연 우리의 잘못은 무엇인가'였다. 이랜드가 인수한 뉴코아나 까르푸 모두 당시 사정이 어려운 회사였다. 사실 우리도 대기업은 아닌데, 그 회사를 인수했다. 인수한 사실 자체를 놓고 '너희들이 잘못했어'라고 얘기한다면 할 말은 없다. 회사를 인수한 뒤 정상화를 위해 우리 직원들이 정말 수고를 많이 했다. 미안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래서 지금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다 품고 간다는 것은 사실 힘들다. 이번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이랜드가 망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갔으면 어땠을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런 부분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나는 경영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믿음이 거기까지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하려면 회사가 망하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데, 사 쪽은 그 정도의 믿음은 없었다. 그런데 그걸 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회사가 적어도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믿음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그런 것을 심어주는 것이 사목의 역할 아닌가.
맞다. 그것이 내 역할일 수 있다. 한국의 일부 기독교 기업들은 그냥 일주일에 한번 정도 예배만 하는데, 마치 예수를 믿는 회사인 것처럼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랜드는 그렇지 않다. 철저하게 기독교 기업의 정신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랜드 밖의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기독교 기업이라고 홍보하면서, 노동자들을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자를 수 있느냐고 툭 내뱉듯이 말한다. 그러나 이랜드는 돈이 많은 기업이 아니다. 경영을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압력을 넣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요구를 들어준 적이 한번도 없다. 그게 기독교 정신이다. 세금 탈세의 유혹을 많이 받지만, 꼬박 꼬박 다 납부하고 있다. 직원들은 정말 피와 땀을 흘려가며 일하고 있다. 지금 이랜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기독교 기업이니까 다 잘하라는 것인데, 그러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회사가 그만큼 완벽하지 못하다. 얼마 전 모 언론이 이런 문제제기를 했다. 회사에 기도실은 있는데, 직원 휴식 공간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들, 이랜드 사장실에 한번 와 봐라. 그러면 아마 그런 소리 안 할 것이다. 솔직히 직원 편의 시설이 부족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직원 휴식 공간 부족 문제와 기도실은 다른 사안이다. 특히 기독교 언론에서 기도실을 시비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지금 보면 이랜드는 노동자를 탄압하는 악덕 기업이고, 민주노총은 그들을 보호하는 상황이 됐는데, 이런 식의 시각은 너무 안일하다.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이 죄를 범할 때 외세를 이용해 그들을 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외부 세력이 의인인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내가 이번 사태를 풀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이 얘기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 저 노동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 뿐이다. 다만 기독교 언론이라도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기사를 쓰지 말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박성수 회장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00년 노사분규가 있었을 때도 박 회장은 미국에 있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가? 박 회장과는 막역한 사이라고 했는데, 어떤 얘기를 했나.
박성수 회장에게 조언을 할 예정이다. (방선기 목사는 이와 관련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비보도를 전제로 한 얘기였다)
당연히 있다. 사태가 벌어진 뒤 오상흔 사장(홈에버)에게 기도 제목을 줬다. 화는 나지만, 그들을 미워하지 말자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든 저들이든 잘못한 것이 있으면 깨닫게 하자, 또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하나님의 공의가 나타날 수 있도록 기도하자, 하나님 영광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며칠 전에도 경영진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경영자의 입장에서 이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자기 믿음의 분량 안에서 할 수 있는 전부를 하고 있다. 그걸 갖고 뭐라 할 수는 없다.
최근 국내 최대의 모 대형마트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했다.
그 회사와 이랜드는 상대가 안 된다. 그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매장 당 40~50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엄청 많은 숫자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안 된다.
그만큼 이랜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 아닌가.
맞다. 그런데 예를 들어 보자. 정말 인격이 좋은 사람이 교통 신호를 위반했다. 그러면 어떻게 당신이 교통 신호를 위반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번 이랜드 사태도 그렇게 이해해 달라.
기업이 영리 추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익 사이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성경적인 해법은 있나.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풀기 힘들다.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에서도 이런 문제는 생긴다. 경제가 좋아져, 일자리가 많아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결국은 열악한 일자리는 항상 존재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교만이다.
그동안 이랜드는 열심히 일해 남긴 이윤으로 정직하게 세금내고, 헌금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모습으로 기독교 기업의 모범사례로 소개되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청업체에 영리 부담을 떠넘기고, 매우 적대적인 노조관을 갖고 노동자를 대하는 위선적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처음에 이랜드가 좋은 일을 한다고 광고하지 말자고 얘기했다. 성경에도 있지 않나. 그런데 차츰 노조와의 갈등 등 여러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럼에도 이랜드의 홍보력은 굉장히 미약하다. 언론과 정치권 등 이런 데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이 한 편으로는 이랜드의 정직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이나 단체 등에 소속된 목회자의 역할은 기업의 입장에 충실한가, 아니면 소속원의 사정에 민감한가.
(단호하게) 나는 직원 편이다. 나와 박성수 회장은 막역한 사이다. 이런 관계이기 때문에, 내가 사목으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각 직원의 상황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사업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박 회장이 가끔 (사업에 대한)문의를 하면, 답변을 해주는 정도다.
이랜드의 정신은 사람을 중요시하는데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악영향이 올 수도 있겠다.
이랜드는 사람을 키우는 데, 정말 돈을 많이 쓴다. 비정규직은 안 그렇다고 얘기한다. 그것까지 왜 말하지 못하냐고 하면, 힘들다. 심하게는 아예 노동집약적인 사업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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