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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종교

‘우상숭배(?)’ 목사, 이웃종교를 말하다 (충북인뉴스 070710)

by 마리산인1324 2007. 7. 26.

 

 

<충북인뉴스>

http://www.cb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267

 

 

‘우상숭배(?)’ 목사, 이웃종교를 말하다
이찬수 교수, 청주 용화사에서 비교종교학 강의
“불상 참배는 기독교의 똘레랑스 표현했을 뿐”
2007년 07월 10일 (화) 20:36:34 이재표 기자 gajadia@naver.com

‘목사가 불상 앞에 서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상이성과 유사성에 대해 1시간여에 걸쳐 강의했다. 수강생은 두 종교를 비롯해 천주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6개 종교의 관계자와 신도들이었다…’ 7월6일 오후 8시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 용화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강의를 한 목사는 1999년부터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해오다 2006년 1월 학교 측으로부터 재임용을 거부당한 이찬수 교수다. 이 교수가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단초가 된 것은 우상숭배. 2003년 교육방송(EBS)의 ‘똘레랑스(관용)’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상에 절하는 장면이 5초 동안 방영된 것이 문제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기독교를 창학이념으로 개교한 강남대 교목실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이 교수는 2006년 1월6일 “강의 내용이 본교에서 지향하고 있는 창학 이념에 적합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재임용계약 부적격자로 의결되었음을 통지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야 했다.

 

   
 
  ▲ 용화사에서 이웃종교 간 화해를 역설한 이찬수 교수(목사)는 불상에 절하는 장면이 TV에 방영되면서 소속 대학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사진=육성준 기자  
 
이 교수의 재임용 탈락이 뚜렷한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자 강남대 학생 500여명이 항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시민단체들이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재임용 탈락 결정 철회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도 이 교수가 청구한 교원청구심사를 받아들여 석 달여에 걸친 심사 끝에 재임용 거부 취소를 학교 측에 권고한 상태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당시 똘레랑스를 제작한 담당 PD가 기독교의 배타성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고, 모든 기독교인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 중이던 사찰(경기도 남양주 수종사)에서 절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남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그 집의 가풍을 존중하는 예의의 표현이었는데 지나치게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로에게서 더 많은 것 배울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구원에 대한 표현방식은 모순과 우열 차원에서 밝혀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불교 신자가 아미타불에게서 배운 것을 연구함으로써 그리스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불교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그리스도로부터 배운 것을 통해 아미타불에 관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있다”며 신학자 ‘존B.캅’의 주장을 인용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그리스도의 의미와 불자들에게 아미타불, 지장보살 등 다양한 구원자들이 지니는 의미는 대립되기는커녕 상통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이날 강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주최하고 충북종교인평화회의가 주관한 ‘2007 이웃종교 이해강좌’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다. 이웃종교 이해강좌는 7월2일~6일까지 ‘한국의 종교문화와 유교’, ‘한국의 종교문화와 민족종교’, ‘한국의 종교문화와 불교’,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등을 주제로 청주지역 사찰과 원불교 교당, 향교 등에서 열렸다.

 

이 교수의 양 종교에 대한 해박한 이해는 그의 독특한 이력에 기인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서강대에서 불교학과 신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받고 종교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9년 9월부터 2006년 1월 재임용 거부 통지를 받을 때까지 강남대 교양학부 조교수로 재직해왔다. 이 교수는 또 재임용에 탈락한 이후 이화여대에서 ‘기독교와 세계’, 감신대에서 ‘불교학 연구’, 성공회대에서 ‘죽음과 종교’를 강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또 스스로 ‘가정교회’라고 말하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의 길벗교회의 담임목사를 맡아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충북종교 ‘공동善’ 실현 10년사
1998년 종협 결성… 경축일엔 상호 축하
2001년 온겨레 손잡기 행사 수만명 참가

 

이웃종교 이해강좌를 준비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와 연대하고 있는 국제적인 종교인 모임이다. 북측에도 KCR이라는 조선종교인협의회가 있을 정도다. 행사를 주관한 충북종교인평화회의는 KCRP의 지역조직이다. 그러나 그 시작은 자생적이었다.

 

1998년 지역의 유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등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민족의 화해와 사회 공동선 실현을 위한 충북지역 종단협의회(이하 충북종협)을 결성해 자체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충북종협은 1998년 12월24일 모든 종교가 함께하는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를 개최했고, 이날 현장 실황이 청주불교방송(BBS)를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날 이후로 부처님오신날이나 성탄절 등 상대 종교의 경축일에 이를 축하하는 서신을 보내거나 현수막을 내거는 이례적인 일들이 일반화됐다.

 

2000년 당시 법주사 주지인 지명스님의 취임법회에는 각 종교의 지도자들이 단체로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1년은 충북종협의 활동이 가장 돋보였던 해다. 3월1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주최한 온겨레 손잡기 3.1절 행사가 청주지역에서도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2001년에 이미 타종교 성지순례


당시 충북종협의 운영위원이자 대변인을 맡았던 유수남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위원회 전문위원은 “명암동 풍주사에서 불교신자들이 온겨레 손잡기를 시작해 명암교회 부근에서 교회신도들이 가세했고 탑동에서 원불교 충북교구, 향교가 합류해 중앙공원까지 한획을 만들었다. 또 내덕동 성당에서 상당공원까지 천주교 신자들이 한획을 그어 거대한 사람 ‘인(人)’자를 만드는 감동스런 광경이 연출됐다”고 회상했다. 충북종협은 이 행사를 계기로 ‘충북종교인평화회의’로 이름을 바꾼다. 온겨레 손잡기 행사를 기화로 종교간 화합의 분위기가 청소년 신자들에게까지 확산된다.

 

지역의 기독교 전래를 상징하는 구조물인 청주시 탑동 양관, 원불교 충북교구, 내덕동 주교좌 성당, 천도교 3대 교주였던 청원의 손병희 생가, 보은 법주사로 이어지는 청소년 성지순례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유수남 전문위원은 “법주사에서 1박을 하게된 타종교 청소년 신자들이 처음에는 낯선 분위기에 공포심마저 보이다가 금세 적응해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인상깊었다”며 “최근에 타종교 성지순례가 화제가 되고있지만 충북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뤄졌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지역에서는 2006년 6월 입적한 범추스님이 2002년 천주교 사천동성당에서 열린 성탄예배에 참석하고 이듬해 부처님오신날 곽동철 신부와 노영우 목사가 풍주사 법요식에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용화사에서 열린 이찬수 교수의 강의를 앞두고 지역의 종교지도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포즈를 취 했다. /사진=육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