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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상 이야기/종교

창간 50돌 기념호 펴낸 ‘기독교사상’ 한종호 주간(한겨레신문 070801)

by 마리산인1324 2007. 8. 2.

 

<한겨레신문> 2007-08-01 오후 06:51:15

 

 

[이사람] 창간 50돌 기념호 펴낸 ‘기독교사상’ 한종호 주간
“괴물된 한국교회 구할 ‘열린 진보’ 찾습니다”
한겨레 조연현 기자
» 한종호 주간
민주화 뒤 교회 미래·통일시대 준비못해
“복음주의권에서 더 합리적 목소리” 질타
 

“이제 진보냐, 보수냐 보다는 얼마나 닫혀 있느냐 열려 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요?”

 

8월호로 창간 50돌을 맞는 〈기독교사상〉의 한종호 주간(44·사진)이 ‘닫힌 진보’보다는 오히려 ‘열린 보수’가 낮지않느냐는 듯이 되묻는다.

 

대한기독교서회가 1957년 창간한 〈기독교사상〉은 60~70년 〈사상계〉와 함께 양심적 지성인들의 벗이었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의식깨나 있는 대학생들이 옆구리에 끼고서 으쓱해하던 잡지였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와 인권을 주장하다가 정간당한 적도 있는 진보지이니, 옛 독자들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미 8월호에 실린 창간 50돌 기념 좌담에서 60~70년대 교회 내에선 토착화 신학 논쟁을 주도하고, 교회 밖에선 민주화와 인권의 선봉에 선 〈기독교 사상〉이 고유한 장맛을 잃고 있다는 따끔한 충고를 받은 터다. 그런데도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 속에 결코 밀리지 않은 결기를 감추지 않는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을 사실상 이끌다시피 한 기독교의 진보세력들은 정작 민주화가 된 이후 일부가 정권의 논공행상에 참여하면서도, 사람을 키우지도,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지도 못했어요. 오히려 복음주의 권에서 교회와 통일시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어요. 또 진보 쪽보다는 오히려 이만열 교수나 사랑의교회 옥한흠 목사 처럼 복음주의권 기독교인들이 더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교회 진보 쪽에 때한 그의 비판은 진보 쪽도 제발 복음주의권 교회들처럼 ‘잘 나가보라’는 주문이 아니다. 민주화시대의 옛 꿈에서 깨어나 이제 교회 내 독재자가 된 물신숭배, 성장주의, 전도주의, 대형주의에서 한국 교회를 구할 대안으로 하루 빨리 자리 잡아라는 것이다.

 

그가 이번 50돌호 주요 기사로 물질주의를 철저히 거부하며 자연 속에서 수도하며 순수한 영성을 지켜가는 동광원의 여성 수도자들과 전남 신안의 외딴섬 재원도에서 염소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목회하는 한봉섭 목사를 소개한데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목사이기도 한 한 주간의 꿈도 ‘잘 나가는 목사’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기독교계 〈오마이 뉴스〉라는 〈뉴스앤조이〉 초대 편집인으로 창간을 주도하고, 2002년 〈기독교사상〉 주간만 맡지않았더라도 벌써 천안 북면 단비교회에 짓고 있는 책마을의 촌장으로 내려갔을 그였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그런 아름다움을 조각 내버리고 거대한 괴물만을 지향하는 한국 교회를 진단하고 비판해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온누리교회 등 대형교회들이 대형할인마트 체인점 같은 지성전을 곳곳에 세웠거나 세우려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 이른바 ‘유명 목사’들의 설교를 해부하는 설교비평의 영역을 개척해 대형교회 목사들을 아연 긴장케 했다. 〈기독교사상〉이 오는 9월 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열 50돌 기념 심포지엄 제목도 ‘우리 시대의 설교’다.

 

〈기독교사상〉은 지난해부터 대한기독교서회로부터 부분적으로 독립해 서울 마포 공덕동로타리의 메트로디오빌내 20여 평의 사무실에 똬리를 틀었다. 어려운 잡지 경영의 여건 속에서도 가끔씩 필자들을 이 사무실로 초대해 자신과 이영란 기자가 직접 만든 요리로 파티를 열어 대접하는 그의 인간미 때문일까. 〈기독교사상〉의 독자들은 이 잡지에서 ‘사상’보다는 ‘인간’이 숨쉰다고 말한다. 그는 이념이나 도그마나 건물 같은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어울리는 그런 한국 기독교를 꿈꾸고 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