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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산청 안솔기마을(경향신문 070102)

by 마리산인1324 2007. 7. 27.

 

<경향신문>2007년 01월 02일 18:18: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1021818021&code=940100

 

 

 

 

[열린 사회로] 공동체마을-사람과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

 
간디학교가 있는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의 둔철산 중턱에 위치한 안솔기마을(간디생태마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태공동체로 꼽힌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둔철산 중턱에 자리한 안솔기마을 전경
전 간디학교 교장 양희규씨(48)와 뜻을 함께 한 사람들이 1999년부터 손수 집을 지어 이룬 마을이다. 통나무집, 목조 주택, 한옥 등 제각각이다.

얼핏 보면 잘 지은 전원주택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마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일반 전원주택과는 크게 다르다. 전체 19가구 주민 모두의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생태적 삶이기 때문이다.

산골마을이다보니 자동차는 필수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집까지 차를 몰고 가지 않는다. 마을 입구에 만든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까지 걸어 올라간다. 가파른 오르막도 있지만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한 주민은 “자동차 매연이 나무에게 좋을 리 없어요. 다소 불편하지만 걷는 것은 쉽게 습관이 되죠”라고 말했다.

생활하수는 자연정화 방식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모든 가구에 정화조가 없다.

수생식물과 습지 식물을 심고 큰 항아리에 자갈을 담아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 산소를 머금토록 하는 방식이다. 물론 생활하수를 줄이고 분해가 안되는 합성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주민들은 샴푸와 세제를 사용하지 않기로 마을 자치규약까지 만들었다. 화장실도 수세식이 아니다. 분뇨를 분해하는 친환경 약품을 이용한다. 일부는 아예 집 밖에 떨어져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

마을에는 가로등도 없다. 밤에 불을 켜면 식물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랜턴이 필수지만 날씨가 좋은 밤에는 초승달만으로도 길이 보이고 쉽게 익숙해진다고 말한다.

안솔기마을은 귀농해서 유기농사를 짓고 자급자족하는 마을은 아니다. 생태적 삶을 지향하고 간디학교의 학부모라는 공통점을 빼면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개인사업가에서부터 한의사, 약사, 대기업 직원, 공무원, 건축가 등 다양했다.

양희규씨는 “현재는 도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단계이지만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을 자립과 연계해서 생태적인 생산을 해보자는 게 마을의 목표”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다양한 녹색기업을 세울 계획이다. 과자, 빵, 잼, 허브 등 생태적 먹거리를 생산하는 녹색식품회사와 이를 판매하는 유통회사를 만들 예정이다.

간디학교 앞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안솔기마을이 나온다.
또 생태마을을 기획하고 생태 건축을 담당하는 건축회사도 설립할 생각이다. 주말체험농장과 주말학교 활성화, 계절학교 등을 운영할 녹색교육회사도 계획 중이다. 주민들이 각 회사의 임직원이 되고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중 일부는 이미 사업이 진행돼고 있다.

양씨는 현재 안솔기마을 위쪽 갈전리 1만5000평 부지에도 50가구가 살 수 있는 생태마을을 꾸미고 있다. 안솔기, 둔철에 이은 세번째 마을인데, 생태마을 벨트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마을에는 생태적 삶과 함께 공동체적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서로 다른 성장 배경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조화를 이루려는 관용의 자세다. 이는 한달에 한번씩 열리는 주민모임에서 잘 드러난다. 주민 모임에서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이야기하지만 어떤 일도 표결로 결정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이해한 뒤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그러나 최근 마을에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외송리 입구에서부터 간디학교 앞~안솔기마을 앞~갈전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 폭이 10m가 넘는 구간도 생긴다.

이 때문에 간디학교 아래쪽은 야산이 절개돼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조용한 산길이 없어졌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소리와 비탈길을 오르며 뿜어내는 매연 등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은 것들이다.

안솔기마을 주변으로 몇해 전부터 새로운 집들이 두채씩 늘고 있다. 도로가 완공되면 소위 ‘전원주택’도 급격하게 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평당 5만원도 안되던 땅 값이 최근 3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안솔기마을 주민들의 ‘함께하는 삶’이 거친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권기정기자 kw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