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2007/09/22 17:56:31
http://news.hankooki.com/lpage/world/200709/h2007092217562884560.htm
'후지모리風' 페루정가 뒤숭숭 수십 가지 혐의 강제송환 불구 보수층 지지 두터워 | |||||
페루 정가가 알베르토 후지모리(69) 전 대통령의 강제송환을 앞두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재임 당시 부패와 인권탄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그를 국내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막상 그가 송환됐을 때 닥칠 수 있는 정치적 파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2005년 11월 칠레 당국에 체포돼 수도 산티아고에 가택연금 중인 후지모리가 22일 헬리콥터를 이용, 공항으로 이동 중이며 수 시간 내 송환될 것이라고 AP통신, BBC 등이 보도했다. 후지모리는 전날 칠레 대법원으로부터 페루로의 강제송환 판결을 받았다. 그의 페루행은 2000년 부패 스캔들로 정권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이다.
후지모리의 혐의는 25명이 숨진 '라 칸투타' 및 '바리오스 알토스' 암살사건의 배후조종과 불법도청 및 정부예산 유용 등 수십 가지. 후지모리 집권 당시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정보부장이 야당 정치인을 돈으로 매수하는 장면이 폭로된 동영상은 후지모리 정권 붕괴의 결정타가 됐다.
문제는 페루 검찰이 후지모리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페루 내 정치적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후지모리는 2010년까지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페루 법원의 판결에도 지난해 '시 쿰플레'라는 정당을 만들었다.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을 딴 '후지 콜라'라는 음료수까지 만들어 그의 정치자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녀 게이코 후지모리(32)도 큰 변수이다. 게이코는 지난해 총선에서 아버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향수를 자극,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됐다. 2011년 실시되는 대선에 게이코 의원이 야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후지모리는 이날 대법원 판결 후 "차기 페루 대선에서는 또 한 명의 '후지모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딸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게이코 의원은 아버지가 1995년 수산나 히구치 여사와 이혼한 뒤 '영부인'으로 불리며 사실상 정치활동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후지모리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유권자들간 충돌이 빚어지고, 정치적 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일본계 이민 2세로 1990~2000년 11년간 집권한 후지모리는 온갖 전횡과 부패로 페루의 민주화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지만, 공산게릴라 '빛나는 길'을 무력화하고, 연간 400%에 달했던 인플레를 잡는 등 실적도 적지 않아 페루 보수세력에는 여전히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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