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7.12.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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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친화적 실용주의" 운운하다 망한 사람들에게 "시장친화적 실용주의" 주문하는 유창선님께.
님은 <오마이뉴스> 28일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친화적인 정책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낳지만, 그것이 사회 전체에 가져오는 활력을 무시할 수 없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정부는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위기에 빠져있던 영국경제에 큰 활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정글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를 풀 수는 없지만, 지금같은 세계화 시대에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갖는 역동성을 애써 무시하는 것도 현실적인 자세는 되지 못한다.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낳을 수 있는 그늘을 해결할 장치가 동시에 마련되는가에 달려있다. 진보의 견제는 그 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시장친화적 정책=사회적 재앙'이라는 식의 고정된 이분법적 인식으로는 보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변화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식 고정관념으로 보수와 대결하려 한다면, 진보는 앞으로도 백전백패이다."
유창선님은 누구를 대상으로 이런 주문을 하신 건가요? 대통합민주신당에게? 아니면 민주노동당에게? 민주노동당에게 이런 주문을 하신 것이라면 조금 맞을지 어쩔지 모르겠습니다만, 대통합민주신당에게 이런 주문을 하신 것이라면 한참 틀렸습니다.
님은 참여정부 전반기에 "시장친화적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정치인 정동영의 과거 노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에게도 다가가서 "시장친화적 실용주의"를 주문 하실 건가요? 그리고 과연 노무현 정부가 '시장친화적 정책=사회적 재앙'이라는 식의 고정된 이분법적 인식을 가졌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것일까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재직 중인 장하준 교수가 아주 적절한 비유를 써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정말 탁월한 비유입니다.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이 제대로 굴러 가려면 좋은 브레이크가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부동산 투기 과열과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 위하여 부동산 담보 대출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의 40~60%이상 대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2007년 주택을 구입한 가구의 평균대출액은 8373만원에 이릅니다.(국민은행 <주택금융수요실태조사 보고서> 2007/12/26)
서민들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부유층들도 빚을 내서 투기하는데 아주 열심입니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연소득 7500만원 이상을 버는 부유층들의 LTV(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가 2007년에 집을 산 전가구 평균 LTV보다 6.3%p나 더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LTV 규제 강화했다면 '8·31-3·30-11·15' 필요없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안정된 부동산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정부는 그 동안 우리나라 LTV 규제 강도가 선진국에 비해서 너무 높다는 이유로 LTV 추가규제에 소극적이었는데, 과연 이런 태도는 옳은 태도였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이런 태도는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현실을 간과한 것입니다. 2차 대전 직후의 유럽 각국을 보더라도 필요할 때에는 좌파적인 정책도 서슴없이 사용합니다. 필요에 따라 좌파적 정책과 우파적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진정으로 시장친화적이기 때문입니다.
2차 대전 직후의 유럽 각국들은 LTV 규제 정도가 아니라 '가격' 자체를 통제해 버렸습니다. 임대료도 인상률 제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5~10년간 제로(0)로 동결해 버립니다. 2차대전으로 주택이 대부분 파괴돼 있는 상태에서 전후 경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니 이런 강도 높은 좌파적 정책 없이는 투기과열을 해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유럽각국은 이렇게 투기장세를 진압한 후 5~10여 년간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이 일정한 궤도에 오르자 민간주택에 대한 가격통제를 풀어줍니다. 유럽이 이런 방식으로 전후의 주택대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2002년과 2003년 중에 분양가 상한제 실시하고 대출규제도 LTV 20~40%로 강화했다면 부동산 시장의 투기열기가 사라지고 부동산 가격은 현재의 반값 정도에서 장기적으로 안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 대부분의 서민들은 반값아파트고 뭐고 논쟁할 필요도 없이 지금보다 50% 싼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가계부채도 당시 수준에서 동결되었거나 그 수준보다 오히려 더 줄어 들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8·31대책, 3·30대책, 11·15대책, 재건축 규제 강화 대책 등등을 시행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현재의 절반 수준이고, 가격상승이 기대되지 않은데 재건축, 재개발 투기 열기가 생길 여지가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또 부동산 투기 열기가 생길 여지가 없는데 정부가 뭐하러 머리 싸매면서 골치 아프게 별의별 규제정책을 추가로 만들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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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차, 온몸으로 막다가 만신창이 된 참여정부
노무현 정부가 초기에 유창선님이 주문하는 그 놈의 "시장친화적 부동산 정책"을 만든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거부하고 LTV 추가 규제 거부하고 다른 수단을 찾다 보니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도 못 잡고 별의별 규제정책들을 총동원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장하준 교수 비유를 빌리자면 자동차 브레이크 없이 속도를 내겠다고 고집부리다가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온몸으로 차를 정지시켜야 하는 만신창이 상태에 이른 것입니다. 님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시장친화적 정책' 신봉하다 그 모양이 된 것이지요.
최근 방송뉴스를 들어보니 대통령직 인수위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에 대하여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노무현 정부 때 못하겠다고 버티던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할지 안 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어쨌거나 노무현 정부나 범여권이 '시장친화적 정책=사회적 재앙'이라는 식의 고정된 이분법적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국민들의 신망을 잃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유창선님의 범여권에 대한 주문이 좌파적 정책이든 우파적 정책이든 필요하면 써야 한다는 것이라면 타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님의 주문이 현재의 범여권이 더 시장친화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면 전혀 주소를 잘못 찾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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