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2008년 03월 05일 (수)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46471
'속도 느린' 유럽의 운하, 경쟁서 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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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운하 출발점' 안트베르펜, 조수간만 차 크고 수심 얕아 '세계적 무역항' 입지 위축 최대 공업지 연결하는 알베르운하 전체 수송량 중 13∼17%에 불과해 수로로 전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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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네덜란드·영국·독일과 더불어 유럽의 4대 물류중심국으로 통한다. 과거에는 ARA라 하여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안트베르펜 등 3개 도시를 유럽의 물류핵심도시로 손꼽았다.
벨기에의 여러 수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알베르 운하이다. 1939년에 완전 개통한 이 운하의 길이는 130㎞에 이르며, 안트베르펜 항만과 벨기에 최대의 공업지역인 리에주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로 삼았다는 라인 마인 도나우 운하(1992년 완공)와도 연결돼 있다. 벨기에 운하 수송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알베르 운하는 모두 6개의 갑문을 갖추고 있으며, 2000t급 화물선이 오르내릴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그러나 도로와 철도를 포함한 벨기에 전체 수송량에서 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13%(운하 반대론자 주장), 많게는 17%(운하 찬성론자 주장)에 불과하다. 그래도 벨기에는 유럽에서 네덜란드 다음으로 운하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운하는 이제 더 이상 경제성이 없는, 물류통로의 기능을 상실한 수로가 된 지 오래다. 보통 안트베르펜에서 석유나 철광석을 싣고 리에주로 간 화물선은 올 때 금속과 유리, 석탄을 싣고 돌아온다. 그러니까 리에주라는 광공업도시가 있었기에 그나마 벨기에에서 알베르 운하의 물동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본래 알베르 운하가 들어선 배경은 이렇다. 이곳의 뫼즈 강은 리에주에서 강줄기가 네덜란드 땅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벨기에로 꺾어지는데 그 물길을 벨기에 영내로 돌리기 위해 운하를 건설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운하 찬성론자들이 툭하면 알베르 운하를 예로 들어 운하의 경제성을 이야기하는데 애당초 이 운하는 경제성과 물동량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것이 아니다. 건설 과정에서 리에주와 연결이 됐고, 그것이 수송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길이 77㎞에 이르는 브뤼셀-샤를루아 운하도 벨기에 내륙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중요한 운하이다. 1832년 착공됐으며, 처음에는 70~300t급 선박만 다녔으나 20세기 들어 1300여 t급 화물선까지 다니는 대형 운하로 발전했다. 현재 이곳을 통행하는 화물은 50% 이상이 산업용 석탄. 첨단제품이나 다른 공업제품은 수송 시간이 느린 운하 대신 도로나 철도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그게 더 경제적이라는 사실은 벨기에의 아이들도 다 아는 바이다. 유럽에서 운하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네덜란드와 독일·벨기에이며, 프랑스의 라인론 운하, 영국의 리즈리버풀 운하, 스웨덴의 에타 운하 등은 그 이용률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사실상 운하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운하의 이용률(29%)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암스테르담라인 운하)는 국토의 절반이 해수면보다 낮거나 해수면과 비슷한 지형이어서 운하를 통해 내륙의 물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갯벌과 같은 간척지에 철도를 놓을 수가 없는 지형상의 특성이 운하를 통한 물류 수송의 발달을 가져올 수밖에 없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라에서조차 최근에는 지반이 튼튼한 내륙의 철도를 간척지까지 연장하려는 증설이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운하를 통한 물류 수송으로는 다른 나라와의 속도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운하 찬성론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는 독일에서조차 운하(라인 마인 도나우, RMD-171㎞, 건설기간 32년, 운하 건설로 주변 습지 대부분 파괴, 경부운하 건설될 경우 530여 ㎞, 이것을 4년 만에 건설한다고?) 이용률은 13(운하 반대론자 주장)~15%(운하 찬성론자 주장)에 불과하다. 독일의 모든 물동량을 이용률로 봤을 때 도로와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운하 찬성론자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83%나 된다. 운하를 통한 화물선의 수송과 철도나 자동차로의 수송 중 시간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어떤 게 더 효율적인가 하는 것은 독일의 아이들도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운하가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한복판인 미국에서조차 운하는 이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마당에 그 사양산업의 막차를 타겠다는 이유가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오마이뉴스/이용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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