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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청계천 1만5000개 촛불…'희망' 밝혔다 (프레시안 080503)

by 마리산인1324 2008. 5. 3.

 

<프레시안> 2008-05-03 오전 12:15:58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502220907

 

 

청계천 1만5000개 촛불…'희망' 밝혔다

촛불 집회 1만5000명 모여…"미친 소 못 먹어!"

 

 

▲2일 서울 청계천 소라공원에 1만5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서 촛불을 들고 이명박 정부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무효를 요구했다. ⓒ프레시안

  청계천이 들썩였다. 서울 청계천 소라공원 앞에서 2일 1만5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서 촛불을 높이 들고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맹비난했다. 2일 오후 10시 현재 68만 명을 넘긴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숫자에서 직접 보여준 민심이 현실 공간으로 이어진 것이다.
  
  퇴근을 한 직장인, 아이 손을 끌고 온 주부, 친구들과 함께 찾은 학생 등 시민의 면면도 다양했다. 촛불 집회를 처음 제안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 운동 본부'가 마련한 무대가 있긴 했다. 그러나 대다수 조직되지 않은 대다수 시민은 군데군데 끼리끼리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절박한 생각을 큰소리로 외쳤다.
  
  "미친 소 못 먹어!" / "너나 먹어 미친 소!" / "이명박은 물러가라!" / "매국노 조·중·동!"
  
  울분 참지 못해서 거리로 나선 시민들
  
▲2일 오루 7시 서울 광화문 청계천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분노한 시민으로 가득했다. 특히 10대, 20대가 많았다. ⓒ뉴시스

  세대, 직업, 생각은 달랐지만 이유는 똑같았다. 특히 10대, 20대가 많았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황모(23) 씨는 "20대가 대선, 총선 때 잘 찍었어야 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거리로 나선 이유를 들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목숨을 담보로 미국과 거래를 한 셈"이라고 강하게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권모(39) 씨는 "울분을 참지 못해서 나왔다"며 "국민이 가만히 있으니 대통령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분통부터 터뜨렸다. 그는 "여론이 심상치 않은데 이명박 대통령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아주머니, 고등학생 가리지 않고 모일 때마다 성토를 한다"며 "직장에서도 온통 '이명박' 얘기 뿐"이라고 민심을 전했다.
  
  민심을 외면한 언론도 도마에 올랐다. 황 씨는 "특히 화가 나는 건 언론"이라며 "언론이 제 역할만 했어도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광우병 위험은 두 번째 문제"라며 "국민 목숨을 놓고 정부, 언론이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권 씨도 "지금쯤 조·중·동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이미 지금도 '공공의 적'이 됐는데 언제까지 버틸지 두고 보자"고 경고했다. 그는 "계속 민심을 외면하다가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이 '탄핵'될 것"이라며 "'쇠고기'로 붙은 도화선은 결코 꺼지지 않고 큰 폭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권태수(72) 씨는 청장년 속에서 눈에 띄었다. 그러나 권 씨 역시 심정은 똑같았다. 권 씨는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할 자가 대통령이 되니 나라꼴이 이 모양이 됐다"며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신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조·중·동 탓도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만5000개 촛불…절망감이 자신감으로 바뀌다
  
▲시민들은 동아일보사 앞에서 "조·중·동 매국노"를 외치며 보수언론의 보도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프레시안

  처음 5000여 명으로 시작된 인원이 계속 늘었다. 오후 8시 30분 무렵에는 1만5000여 명이 청계천 일대를 촛불로 환하게 밝혔다. 일부 시민은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한 시민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명박 때문에 우리가 좀비가 돼가고 있음을 알리고자 하얀 마스크를 썼다."
  
  사람이 점점 많이 모이자 시민의 목소리에는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정부에 대한 절망감은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처음에 절박해서 눈물을 글썽거리던 시민의 얼굴은 어느새 환해졌다. 서로 어깨 걸고 청계천이 떠나가도록 '아침이슬'을 부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등학생을 비롯한 시민의 환호 속에 일찌감치 촛불 집회에 참가한 강기갑 의원도 밝은 표정이었다. 강 의원은 "이렇게 모인 시민을 보니 든든하고 기쁘다"며 "한 편으로는 정치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청문회를 통해서 이런 여론을 정부, 정계에 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사람이 모이자 소라광장 왼쪽에 마련된 단상에 자유 발언대가 마련됐다. 자발적으로 올라가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특히 고등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었다. 시험기간에 참석했다는 한 고등학생은 "공부가 손에 안 잡혀서 이렇게 나왔다"며 "아이들 마음은 다 똑같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이예지(17) 학생은 "어른들이 사회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인터넷에서 아무리 이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도 어른이 듣지 않아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놓고 "뚝심이 장점이 될 수 있는데, 하는 행동을 보면 뚝심 때문에 우리 다 죽일 것 같다"며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나"고 강하게 비판했다.
  
  분노가 열정으로…"우리가 막을 수 있다"
  
  수원에서 일부러 왔다는 또 다른 시민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위해서 단상에 섰다. "수원에서 올라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딸이 대학생이 돼서 한창 때 뇌에 구멍이 나서 죽는다면 어쩌나…. 이거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다. 뭉치자. 뭉치면 막을 수 있다."
  
  오후 8시 40분쯤 한 40대 여성이 단상에 오르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가 "미친 소 너나 먹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즐기고 있었다. '막을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분노는 열정으로,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다.
  
  촛불 집회는 오후 9시 30분께 끝났다. 그러나 촛불은 집으로 향하는 각자의 품에서 계속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학생 김하성(24) 씨도 그랬다.
  
  "앞으로 집회가 더 기대된다. 내일도 나올 것이다. 그동안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실생활의 위기를 부딪히며 생각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고 오후 8시 30분쯤에는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사람들의 분노는 열정으로, 절망은 희망으로 변했다. ⓒ프레시안

  
진중권, "국민 불만 임계점이 넘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프레시안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운동을 '국민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리콜' 운동이라고 해석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촛불을 들고 이 대열에 동참했다. 진중권 교수 역시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의 모습에 고무된 듯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시민이 많이 모였다.
  
  "재미있다. 청계천이 어떤 곳인가? '2MB'가 업적으로 홍보하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제 그를 탄핵하자고 시민들이 모였다. 그림이 아주 좋다. 우리 시민 정말 대단하다. 가끔 '꼴통' 짓도 하지만 이럴 때 보면 우리 시민 대단하다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게 있다. 이거 감정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 앞으로 국민들이 더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전문가다. 전문가가 더 열심히 나서야 할 것이다."
  
  - 진보신당 차원에서 나온 것인가?
  
  "일단 진보신당 당원들과 같이 만나려고 나오긴 했다. 그런데 지금 못 찾고 있다. (다들 깃발 드는 걸 자제했다). 당 차원에서 나가자는 말을 하긴 했다. 그런데 이거, 대중에게 우리가 선수를 뺏겨 버렸다. 당으로서는 아쉬운 일인데, 죽은 줄 알았던 대중이 펄펄뛰니 반갑다. 그래서 내가 당 게시판에 썼다. '집회는 대중이 주도하는 거다. 이거 너무 편하다. 우린 나가서 머릿수만 채워주자.'"
  
  - 한 편에서는 국민 움직임과 일부 언론의 태도를 '정치적'이라고 비판한다?
  
  "정치적인 게 누군가. 대통령과 조·중·동이다. 정부를 보자. 작년까지만 해도 최대한 안전하게 수입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 그걸 지금 와서 뒤집은 거다. 그 사이에 과학적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나. 없었다. 정치적이란 건 이런 데 갖다 붙이는 거다.
  
  조·중·동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정부의 이런 정치적인 행동을 비판한 적이 없다. 그 주제에 조·중·동이 <PD수첩>보고 정치적이라고 비판한다.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니다."
  
  - 위험이 과장됐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나?
  
  "광우병 발발 위험이 그들의 말대로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국민이 열 받는 거랑 아무 관계가 없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가 할 일은 소를 들여온다 해도 최대한 엄격하게 검역 조건을 정하는 거다. 국민 건강 위해 '위험 제로(0)'를 추구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정부 스스로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있다. 광우병의 잠재적 위험이 있는데도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 쇠고기 문제 하나 때문에 시민이 이렇게 거리로 나선 것일까?
  
  "광우병은 기폭제일 뿐이다. 그동안 국민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이다가 이번 사태로 임계점을 넘어섰다."
  
  -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수용할까?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21세기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마인드가 70년대다. 국민의 수준을 절대 따라오지 못한다. 여론 이해나 할 수 있겠나. 뇌가 없는 짓을 하는데.
  
  얼마 전에 파주에 대학 캠퍼스가 들어오는 걸 하루 만에 들어오는 것 허용했다고 이명박이 담당자를 칭찬해 줬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이가 없다. 내가 책 한 권 쓰는 데도 탈고 과정 거치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큰 문제를 하루 만에 해결하는 게 칭찬받을 일이라니. 그 사람 수준이 그렇다. 그러니 두 달 만에 37%까지 지지율이 떨어지지. 이거 기록적이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그나마 신뢰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중권 교수는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며 "교육 공공성 훼손 문제, 의료보험 민영화 문제 등도 쇠고기 문제처럼 '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프레시안

  "가만히 있으면 된다. (웃음)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없던 일로 하니 시민들이 칭찬하는 거 봐라. 안 하니까 칭찬받잖아. 그런데 그걸 이해나 할지 모르겠다. 2MB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사기업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실 그보고 '성공한' 사장이라는 데 잘 모르겠다. 사기업에 있을 때도 왕회장이 시키는 짓만 했던 것 아닌가? 머리는 빈 채로."
  
  - 일단 국민이 거리로 나왔다.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지금은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교육 공공성 훼손 문제, 의료보험 민영화 문제 등 현안이 아직 많이 남았다. 이 문제도 '내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 쇠고기 문제 봐라. 농민 문제였다가 내 문제로 국민이 인식하니 폭발력을 가지지 않나.
  
  누리꾼들은 열심히 '퍼 나르기' 해야 한다. 언론 역할도 중요하다. 이런 현안이 어떻게 흘러갈지 시나리오라도 써봐라. 그리고 제대로 기사 써라."
  
  - 앞으로 상황을 전망해 보면….
  
  "일단 정부는 이 국면을 어떻게든 수습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은 수습에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라. 저항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저항하는 국민이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문제에서 봤듯이 돈을 위해 뭐든 희생해도 되는 정부'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바로 행동할 때다." (이대희 기자)
   
 
  이대희,양진비,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