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판교 공영개발과 아파트 원가 공개를 받았다. 솔직히 놀라기는 했다. 어려운 결정이기는 하다. 공영개발이라는 용어는 정확한 용어는 아니다.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를 풀 때 임대주택 50%라는 옵션을 가지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때 공영개발을 통한 임대주택 확보와 그린벨트의 생태적 기능 같은 것들이 논쟁이 되었는데, 원래 의미의 공영개발은 ‘난개발’과 반대된다. 이것도 정확한 용어들은 아니지만, 하여간 ‘용인’처럼 하면 안된다는 것이 공영개발의 원래 의미이다. 아파트 넣고 택지개발할 때 도로와 학교와 같은 것들을 민간 업자들이 만족시키지 않으니까, 이걸 정부가 직접 하면 더 좋을 거라는 관점에서 나온 말이 공영개발이라는 용어이다. 이걸 받자마자 서울시가 뉴타운이라는 새로운 개발방식을 선택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의 주로 실시하는 뉴타운 개발이 공영개발 방식이다. 한나라당이 정책으로 받은 공영개발은 단어만 같지만, 현재로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판교에는 이미 농지전용을 했기 때문에 토지수용 방식의 공영개발이고, 임대주택도 이미 50% 이상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이 50%를 100%로 바꾼다는 의미가 한나라당이 받은 공영개발이라는 단어의 뜻이다. 원가공개의 경우는 원칙적으로는 옳은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약간 계산을 해봐야 한다. 택지개발을 해서 아파트를 지을 때 돈 버는 사람들은 택지개발자와 건설업자 그리고 첫 번째 입주자 - 이건 뺑뺑이로 결정한다 - 인데, 원가 공개의 최대의 목표는 분양단가를 낮추는 일이다. 잘못 하면 첫 번째 입주자의 무상수익 - 이걸 프리미엄이라고 우리나라에서는 부른다 - 만을 높여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건설사는 손해보는데, 분양은 되자마자 거래가가 2배 정도 높아지는 일이 생기면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양에 사람들은 목숨 걸거고, 가격 상승에 의해서 인근 지역을 동반상승시키는 현재의 가격 담합을 막기는 어렵다. 물론 그래도 하는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건설사의 수익을 정상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목숨 걸고 아무 데나 아파트부터 짓자는 현재의 흐름은 조금 줄일 수 있다. 대체적으로 부동산 정국의 1라운드는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셈이다. 내일부터 노무현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한다고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판교급 도시를 또 건설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동산 중개업자들까지 이미 다 전국에 인터뷰한 마당에 기존의 택지 공급정책을 고수하면 고수할수록 한나라당의 고지 선점효과는 더 커진다. 새로운 관전 포인트는 이자율 논쟁이다. 이건 조금 어렵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아직 많이 높아지지 않을걸로 봐서 외국에서 보는 한국 경제는 정상이다. 다만 국내 경제의 양극화에 의해서 사람들이 살기가 엄청 어려워진게 문제의 본질이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일 때 가장 쉽게 쓰고 확실한 건 금융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는 재정정책을 너무 심하게 썼다. 국책사업이라는 단어로 포장해서 재정정책을 심하게 했는데, 그러다보니 돈이 모자르게 되니까 연기금까지 사용하겠다고 한 것이 지금 상황이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 정도로 경제가 어려우면 이자율이 좀 높아졌어야 하는데, 확인해보니까 이자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자연적으로 올라갈 듯한 이자율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지 않았는가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금융정책을 쓰고 있던 셈이다. 추가적으로 금융정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것을 볼 때 콜금리를 보면 된다. 우리나라 은행 이자율의 기본 지표가 콜금리에서 나오는 제도라서 그렇다. 콜금리를 내릴 것이냐 올릴 것이냐에 부동산 정국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콜금리를 낮추거나 아니면 당분간은 조정하지 않겠다고 하면, 경기부양과 투기경기를 조금 더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걸 다른 식으로 포장하면, 기업이 투자하기에 조금 쉽게 하겠다는 말로 포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문제라고 생각하면, 약간만 콜금리를 높여주면 된다. 혹은 장기적으로 금리인상을 검토한다고 한 마디만 하면, 은행돈 빌려서 집 사고 땅 사는 일은 경색된다. 물론 어느 정도면 지금의 부동산 과열이 식을 것이냐는 정도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금리인상이 검토에 들어갔다고만 해도 반응은 충분하다. 시장은 지금 정부는 절대 금리를 낮출 생각이 없고, 현 정권 내에서는 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건설경기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든 경기부양 국면을 끌고 나가겠다고 수 차례에 걸쳐서 발표한 적이 있고, 이건 금리를 높이지는 않겠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만약 금리를 정책적으로 조금이라도 높인다... 이걸 한국형 de-bubbling proess라고 불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거다. 문제는 이 거품빼기에서 당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효과 분석이다. 이건 DJ 때의 카드깡 경제랑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다. 크든 작든 하여간 카드깡으로 어떻게든 개인 부채를 연기한 사람들은 결국에는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아니면 원금보다 훨씬 높은 이자비용을 메우느라고 생고생들을 했을 것 같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에는 모기지론 혹은 유사한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다. 20년 거치로 집을 사도록 한 모기지론이 노무현 정권의 대표적인 민간 부동산 정책이었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이 사람들은 죽어난다. 착한 사람들이지만, 거품빼기가 정책적으로 시작되든 아니면 오를만큼 충분히 올랐다는 시장의 자체적인 메카니즘에서 시작되든, 이 거품빼기는 어떤 식으로든 노무현 정권 내에 시작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세계적인 거품빼기에 묻어서 한국 경제도 이 국면으로 들어갈 것 같다. 이자율이 높아질 것인가 아닌가? 이게 최대의 관전 포인트에 해당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어쩔 수 없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 이자율을 높일 수 밖에 없다. 혹은 다른 이유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여간 최대 취약자들은 모기지론으로 장기 주택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인플레이션이 생기면 집 없는 사람들은 또 죽어난다. 금융소득으로 살아가는 예금생활자들도 죽어난다. 한국형 디플레이션이라고 하는 것은, 경기는 죽었는데,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을 얘기한다. 조심스럽지만, 이제 골프장과 기업도시 그리고 농지투기로 특징지을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피하기는 조금 어렵고, 언제 어떤 메카니즘으로 발발할 것인가 정도의 문제만 남았다고 본다. 판교는 이런 모순의 첫 번째 뇌관에 불과하다. 디플레이션이 전개되면,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 이자율을 높이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러면 모기지론에서 제일 먼저 코피가 터진다. 그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니까, 집 팔아봐야 이자 값으면 오히려 손해보니까 그냥 앉아서 높아진 이자를 물 수밖에 없다. 카드깡 경제랑 비슷하다. 그래서 어지간해지기 전까지 정부에서는 이자 못 올린다. 물론 정부에서는 버티겠지만, 디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이자율은 올라가기 시작한다. 최악의 상황은 부동산 지가상승이 멈추고 전국적인 거품빼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활성화로 경제를 지탱한다는 것이 위험한 것은 자본의 국제간 이동이 용이해지면서 한 국가의 위험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우리나라의 집을 팔면, 부동산 가격이 높아질 것이 너무나 뻔한 베트남과 같은 해외 부동산 시장으로 우리나라의 자금들이 이동하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IMF 때의 원화가치 하락을 실물에 대입시킨 부동산 가치 하락 메카니즘과 똑같다. 빠지기 시작하면, 반 동강 나더라도 설 줄 모르고 계속 빠진다. 지금은 집값 오른다고 좋아하지만, 이건 언제든지 치고 나간다고 생각하는 자금력을 가지고 있고 ‘작전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이고 대부분의 선량한 집 한 채 정도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급으로 가격을 잡겠다는 재경부의 기조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인 ‘시차(time lag)’을 무시한 입장이다. 어려운 게 공급 시점과 문제가 벌어지는 시점이 5~6년 차이가 있는 것이 부동산과 주택 시장의 자연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를 모두 감수하고라도 열심히 지으면 가격을 잡을 수 있겠지만, 그건 5년 후의 일이고, 경제가 이 충격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펀더멘탈부터 경제의 모든 지수들이 나빠진다. 어차피 노무현 정부가 2년 동안 신나게 전국적으로 집값 올린 것의 거품이 빠지는데 2년 이상 걸릴텐데, 그 충격을 버티고도 계속 공급할 정도의 거시경제 여력은 우리나라에는 없어보인다. IMF 때 골프장이 무더기로 도산한 것이 그런 이유이고, 이름도 유수했던 많은 건설회사들이 그 충격을 못 버티고 도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하여간 지금은 주 관전 포인트가 이자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외국의 컨설팅이나 경제기관의 주문은 두 가지로 나뉜다. IMF는 더 낮추라고 했고, 나머지 기관들은 지금이라도 이자율을 상승시켜서, 지가상승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건 어떤 의미냐면, 이미 정부 내에서도 논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율 상승파율 하락파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발표를 국내 언론에 살짝살짝 흘리고 있는 셈이다. 약간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3달쯤 전에 이미 내부적으로는 이자율 논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자율을 소폭 올리는 게 확실한데, 안 올리고 버티면, 결국 시장에 의해서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낮은 이자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경제가 모자라거나 남는 일이 없는 적절하면서도 안정적인 경우이고, 지금 같으면 경제의 부문별 불균형과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엄청나게 심한 상황이다. 안 올리고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금리인상이 되면 일반적으로는 모기지론과 중소기업이 피를 보게 되는데, 현재 같아서는 어차피 중소기업으로는 은행 자금이 거의 안 들어가니까, 주 피해는 모기지론으로 집 산 사람들과 장기 부채자들에게 쏟아진다. 그래서 한나라당도 부동산 대책으로 금리인상을 꺼내기가 쉽지는 않다. 현재의 경제 운용에서 노무현 정권 초기에 시행한 모기지론으로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이 일종의 인질이 되어있는 셈이다. 이러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금리인상을 건의한다면, 두 번째 놀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독특한 정당이 국민경제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나라를 살린다고 인정해야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 논설위원
* 필자는 경제학박사로 초록정치연대(www.greens.or.kr) 정책실장입니다. 최근 <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뿌리와이파리, 2005)를 출간했습니다
* 필자의 블로그안내 http://blog.naver.com/wasa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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