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 [칼럼-김영호]
농지만 보면 골프장인가
쌀이 남아돈다고 하니 널찍한 농지만 보면 골프장을 짓겠다고 덤벼든다. 쌀이 과다하게 생산되기는 하나 농지가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농가마다 쌀 농사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식량자급률이 25.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입해서 먹고 산다. 땅이 좁아 지대가 비싸니까 생산비가 많이 든다. 농지가 남아돌 만큼 넓다면 농산물값이 싸져 수입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올 상반기만 해도 58억8,070만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했다.
현대건설이 서산간척지 B지구 470만평을 기업도시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골프장이 8개(145홀)나 들어서는 관광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태안군과 함께 제출한 이 사업계획은 지난 7월 기업도시 선정을 위한 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보류되어 재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농지를 용도변경하는 데 따른 특혜시비가 문제로 대두되었던 것이다.
3,036만평 규모의 서산간척지는 단일농지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 한국농업의 숙제인 규모화·집단화를 이룩할 수 있는 최적지다. 과거 동아건설이 김포간척지를 타 용도로 전환하려다 좌절된 선례가 있다. 당시에도 특혜시비가 일어 농업기반공사가 매입했다. 천수만 일대는 세계적 철새 도래지다. 농지전용에 따른 환경훼손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산간척지의 용도변경이 허용되면 새만금 문제도 제기된다. 1억2,00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새만금도 용도변경을 허가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전북도는 2,000만평에 관광도시를 건설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540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저마다 간척지를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데 과연 사업성이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서해안은 관광도시라는 망상에 젖어 있다. ‘서남해안 L벨트’라고 해서 충남, 전남북 3개 도가 15개 시·군을 개발대상지로 선정해서 228개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관광사업이다. 인천을 시발점으로 해서 서남해안 일대에 여의도 면적의 728배나 되는 관광단지가 들어서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에버랜드’ 수십개가 생길 판이다. 골프장은 몇개가 될지 파악조차 안된다.
지금 전국에는 196개의 골프장이 있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미착공까지 합하면 270여개로 늘어난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허가를 신청한 230개 골프장을 일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골프장이 500개로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산림훼손은 둘째치고 과연 사업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도 1990년대 장기불황을 극복한다며 골프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골프장이 2,440개로 늘어나 세계 3위를 자랑한다. 그런데 너무 많이 지어 동반도산하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2002년에만도 109개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는 11월까지 73개가 망했다. ‘L벨트 프로젝트’를 보면 중복투자→공급과잉→집단도산이 예정된 순서다. 농지를 망치고 골프장도 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016-341-2768.
ekimyh@hanmail.net
[최종편집 : 2005/08/24]
'삶의 이야기 > 생태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나라 부동산 공격, 盧 레임덕 앞당겨(우석훈 061226) (0) | 2006.12.26 |
---|---|
[박광희]골프장의 두가지 측면(050921) (0) | 2006.12.25 |
[환경운동연합 성명서]골프장 추가 증설 남발하는 문광부는 각성하라!(050825) (0) | 2006.12.25 |
도법, 안동 권정생 선생을 찾아 /경향신문 20051125 (0) | 2006.12.15 |
개발, 파멸로 가는 길 /볼프강 작스(녹색평론 8호) (0) | 2006.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