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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사설] 사람 확 바꾸고, 대운하도 깨끗이 정리해야(조선일보 080602)

by 마리산인1324 2008. 6. 2.

 

<조선일보> 입력 : 2008.06.01 22:01 / 수정 : 2008.06.01 23:0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1/2008060100844.html

 

 

 

[사설] 사람 확 바꾸고, 대운하도 깨끗이 정리해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사흘 앞두고 실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도는 21.2%였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21.3%) '정책을 밀어붙인다'(14.7%) '쇠고기 협상이 마음에 안 든다'(8%) 등이었다. 이 셋을 합치면 44%에 달한다. 결국 대통령이 국민 말을 듣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국민 말을 듣지 않은 것은 민심과 동떨어지게 땅 부자들을 기용한 인사, 고집스러운 대운하 추진, 쇠고기 협상이다. 인사 실패는 대통령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국민 대다수는 대운하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에서 짜증을 느끼고 있다. 쇠고기 수입 개방은 불가피했다 해도 시기가 잘못됐고, 영문 오역 등 하자가 있었으며, 국민 사전 설득이 전무(全無)했다.

물론 정부가 국민 하라는 대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수도 있다. 갤럽 조사 결과 국민의 81.2%가 쇠고기 재협상을 원했다. 국민이 바라는 대로 정부가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지금 대선(大選) 중인 미국이 인기 없는 재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 자칫하면 우리 얼굴에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딱지만 붙는다. 국민의 33.2%는 '미국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었다. 국민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든 장본인이 정부라고 해도 정부에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정책을 수립하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 불안을 달랠 추가 대책이 나와야겠지만 광우병 파동엔 이렇듯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사 쇄신과 대운하는 전적으로 대통령 결심에 달린 문제다. 지금 청와대에선 농림수산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부 장관 등 문제를 드러낸 사람에 대한 교체와 청와대 수석진 개편이 거론된다고 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민을 놀라게 하는 정도로 일대 쇄신을 하는 것이 대통령이 국민 말을 제대로 듣는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대운하 찬성은 17.5%에 불과했고, 반대가 70.7%에 달했다. 대운하 반대 논리는 광우병 공포처럼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 말을 듣겠다면 대운하도 명확하고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이 앞으로 잘 할 것이다'(51%)는 '잘 못할 것이다'(41.1%)보다 높았다. 국민은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이 우리 말을 듣고 있다'고 느끼게 될 때 지금의 소용돌이에서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은 하면 안 되는지가 분명하게 가려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