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신문> 2008-12-01 13: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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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방안
권경득 교수(선문대 행정학과)
최근 정치권에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논의가 다시 쟁점화 되고 있다. 민선 자치시대의 출범에 즈음하여 자치계층과 구역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이를 둘러싼 논의가 계속돼왔으며, 지난 17대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 32명이 '지방행정체제 개편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현행 체제의 문제점과 개편안은
현행 지방행정체제의 문제점으로는 무엇보다 '규모경제'를 달성하기에 인구 및 행정구역의 규모가 작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규모의 왜소화는 자체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발달과 도시화 추세로 인한 생활권역 확대 및 변화에 부응하지 못함으로써 생활권과 행정권의 불일치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아울러, 다단계 행정계층으로 인한 사무중복처리, 행정업무처리 지연, 경로비용 발생 등 행정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어,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행정계층의 수를 단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간의 빈번한 갈등은 광역행정의 효과적 대응을 어렵게 하고, 도시․농촌지역 분리는 지역경쟁력 상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지방행정체제의 개편 필요성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학계에서 쟁점화 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자치 1계층형 개편안'이다. 이 유형은 도(道)를 폐지하고, 현행 시․군․구를 6~70여개의 광역시로 개편함으로써 규모경제를 통한 지방행정의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도(道)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기관으로 5~7개의 '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하자는 방안이다.
두 번째 유형은 '자치 1계층과 자치 2계층의 혼합형 개편안'이다. 혼합형 개편안은 특별시를 자치 1계층으로 개편해 자치구를 준 자치구로 개편하고, 도(道)는 존속시켜 현행 자치 2계층을 유지하면서 도-광역시 통합 또는 도-광역시-도 통합 및 시․군 통합을 도모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유형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치계층의 수를 차등조정하고, 지방경쟁력(효율성) 제고를 위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광역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자치 2계층형 개편안'으로 현행 자치계층을 유지하면서 광역자치단체(도, 광역시)를 확대통합하고, 기초자치단체(시․군․구)를 확대․통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유형은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 통합에 따른 지역경쟁력 강화와, 경제권 및 개발권의 확대에 따른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유형은 지방자치의 이념, 국민의 수용성 및 국가정책과의 연계성 등의 측면에서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와 장단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주로 제기되는 '자치 1계층형 개편안'의 경우에는 도(道)기능이 국가가 관장하는 지방광역행정청으로 이관됨으로써 중앙집권화 및 지방자치의 후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외국의 행정개편 사례는
외국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영국은 '지역분권형 국가'를 지향하며 1992년 이후 지방자치위원회를 설치, 단층제 개편을 추진했다. 광역자치단체인 ꡐCountyꡑ 또는 ꡐRegionꡑ과 기초자치단체인 ꡐDistrictꡑ을 통합하여 ꡐUnitary Authority(AU)ꡑ를 설치한 것이다. 런던지역은 자치 2계층, 잉글랜드는 단층제와 자치 2계층이 혼재하고 있으며 스코틀랜드, 웨일즈 및 북아일랜드 지역은 단층제로 구성돼 있다.
독일도 통폐합을 통해 자치단체의 수를 대폭 줄였으며, 광역자치단체의 광역화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베를린 시는 2001년 23개 구(區)를 12개 구(區)로 통합했다. 통일이후 독일은 경제권과 문화적 동질성 등을 고려해 16개의 주(州)를 6~9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22개 '레지옹(Region)'을 '그랑파리'(파리권), 동부권, 서부권, 북부권, 남서부권, 남동부권 등 6개 대지역으로 통합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에 의하면 지역당 인구는 최소 4백만, 최대 1천4백만에 이르게 된다.
일본은 '도도부현'과 '시정촌'의 자치 2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도도부현'을 평균 인구규모 1천만 정도의 9~13개 광역행정체계로 개편하는 도주제(道州制)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광역자치단체인 현행 '도도부현'을 대신할 도(道) 또는 주(州)를 설치해 지방자치계층을 도․주와 시정촌의 2계층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이와 같은 외국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특징은 자치계층의 축소 및 자치구역의 확대를 통한 지방자치단체의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참여'를 본질로 하는 주민자치의 전통이 강한 나라들이다. 즉, 이 나라들의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민주성(참여)을 토대로 행정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특색을 갖는다.
우리나라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향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방자치의 본질에 충실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한 '저비용-고효율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즉, 지방자치의 기본이념에 입각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저비용-고효율의 자생적 자치기반 구축을 지방행정 개편의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으로 <그림 1>과 같이 세 가지 지방자치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행정구역의 확대와 지방공무원의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행정구역의 확대와 동시에 효율성 제고를 위해 명확한 기능배분을 통해 현행 자치계층을 축소 또는 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따른 차등적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지역특성별 계획수립이 가능하도록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해 자치사무 수준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표 1>과 같이 점증적인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제1단계에서는 서울특별시 및 광역시는 존치하고 자치구는 폐지한다(자치 1계층). 아울러 도(道)는 유지하고, 시군 기초자치단체는 자율적 통합을 유도해 규모를 확대한다(자치 2계층). 시․군의 통합은 지역주민의 자율적 의사에 기초해 추진한다. 제1단계의 개편 시기는 2010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시행한다(지난 1994년 이후 시군 통합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시기상 2010년까지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2단계에서는 도-광역시 또는 도-광역시-도의 통합을 추진해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광역화를 도모한다. 광역자치단체의 광역화를 통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2 광역경제권 구상과 연계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2단계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역주민의 자율적 의사에 기초해 추진하도록 한다.
지방행정체제의 개편문제와 더불어 지방정부의 통치체제(governance)에 대한 선택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자율권 보장에 관한 문제와 자치경찰 및 교육자치의 문제도 이번 지방행정체제의 개편과 함께 종합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의 확대가 개편의 전제로서 보다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요약하자면, 지방행정체제의 개편방향은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논의를 병행시켜 '분권형 국가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즉, 중앙정부는 외교․국방․안보기능 등을 수행하고, 광역자치단체인 광역도는 정책기능과 조정기능을 수행하며, 시․군은 집행기능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수준별 합리적인 기능조정이 수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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