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9-04-14 00:43:5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4140043565&code=990101
[사설]MBC 앵커 교체, 백기투항의 신호인가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1년여 만에 도중 하차하게 됐다. 많은 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불사하며 반대했음에도 MBC는 어제 그의 교체를 결정했다. 우리는 뉴스 앵커건 누구건 그 인사권이 사장의 고유 권한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주요 뉴스 진행자란 자리의 비중을 감안할 때 이번 인사를 놓고 제기되는 의문점들을 지나칠 수 없다.
가장 큰 의문은 교체의 이유와 배경이다. 인사권자인 엄기영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앵커 교체는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거꾸로 그가 부인한 바 ‘정치적 압력설’을 뒷받침할 정황들은 많다. 신경민 앵커는 미디어법 개정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소신 있는 마무리 논평을 던졌고, 이 때문에 집권층과 일부 보수세력이 공공연하게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의 교체가 개인의 인사 문제를 떠나 현재 MBC가 처한 상황의 축도처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MBC는 ‘PD수첩’ 사건에서 보듯 정권의 파상적 공세와 광고 부진으로 인한 경영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MBC 앞에는 이런 난관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엄 사장에게서 드러나는 인식의 혼란이다. 그는 “공영방송 MBC의 궁극적 목표는 공정하고 균형잡힌 방송”이라고 했다. 그러면 외부 압력에 굴복해 내부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앵커를 자르는 것이 이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가. 앵커 교체 문제를 놓고 1주일 이상 이곳저곳 눈치를 보는 리더십 아래서 MBC가 방송 공공성과 독립성 확보 운동의 본진(本陣) 노릇을 할 수 있나. 이미 보도의 연성화, 몸사리기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MBC마저 정권에 투항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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