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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사설] 신경민 앵커 교체로 굴종 선택한 문화방송(한겨레090413)

by 마리산인1324 2009. 4. 14.

 

<한겨레신문> 2009-04-13 오후 10:15:44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349608.html

 

 

[사설] 신경민 앵커 교체로 굴종 선택한 문화방송

 

 

<문화방송>(MBC)이 ‘9시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를 교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은 엠비시 기자와 라디오 피디들의 제작거부 사태를 초래한 신 앵커와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의 교체 방침과 관련해, 어제 담화문을 통해 김씨는 유임시키되 신 앵커는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 앵커의 교체가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지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엄 사장은 공영방송 엠비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을 지향해 더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겠다는 목표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등장 이래 엠비시가 누구의 사랑을 받았고 누구의 사랑을 받지 못했는지를 생각해볼 때 엄 사장의 이런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현 정권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래 엠비시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해왔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엠비시 창사 기념일에 공개적인 비판 연설을 한 것을 비롯해, 피디수첩에 대한 끈질긴 수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정권에 비판적인 신 앵커의 맺는말(클로징 멘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

 

엠비시 경영진 쪽도 신 앵커의 교체 이유로 그의 맺는말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문화방송노동조합 엠비시본부는 사쪽이 그의 맺는말이 주관적이고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앵커 교체를 여러 번 시도했고, 앵커 때문에 광고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내세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 앵커의 맺는말을 문제삼은 이들은 현 정권과, 그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일부 특권계층뿐이다. 그렇다면 엠비시 경영진이 기자들의 제작거부라는 파행을 무릅쓰고 그의 교체를 강행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엄 사장은 이런 결정을 통해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엠비시 보도영상협의회가 지적했듯이 신 앵커의 교체는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엠비시를 지지하고 민주주의 사수를 열망하는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이다. 엄 사장은 방송의 공영성을 말하지만, 부당한 권력의 요구에 맞서지 못하는 언론이 공영성의 보루가 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