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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계

[책]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아시아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동학>

by 마리산인1324 2009. 4. 16.

 

<한겨레신문> 2009-04-15 오후 09:11:40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349980.html

 

무능한 자유주의, 민주주의 후퇴 불렀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아시아 민주화 분석 책 내
“한국 정치독점 해체됐지만 사회·경제는 재독점화”
한겨레 이세영 기자  김경호 기자
»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소속 연구자들.(맨 오른쪽이 연구소 소장인 조희연 교수)

 

한국과 아시아 주요 국가의 민주화 과정을 연구해온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민주화 비교지표 개발을 위한 1단계 연구를 마무리짓고, 그 결과물을 5권짜리 총서로 묶어냈다. 2006년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복합적 갈등과 위기’란 이름으로 민주화 비교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3년 만이다. 지난해 출간된 1·2권이 정치적 민주화 과정을 다뤘다면, 이번에 나온 3·4권에는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비교분석을 담았다. 5권은 1~4권을 아우른 영문판이다.

 

1·2권을 통해 아시아의 정치적 민주화 유형을 독재시대의 권력독점 구조가 지속되는 ‘신과두제’(필리핀·타이·인도네시아)와 과거의 정치독점이 변형·해체되고 있는 ‘포스트-과두제’(한국·대만)로 유형화했던 연구진은 3·4권에서 두 유형의 나라들이 어떤 사회경제적 변화를 보이는지 분석했는데, 그 결론이 시사적이다. 정치적 독점의 해체에서 상대적 성공을 거둔 포스트-과두제 유형의 나라들에서도 시장 메커니즘의 확산으로 ‘사회경제적 재독점화’가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조희연 소장은 이것을 “민주주의의 공동화”라고 이른다. 정치 영역에서 과거의 독점구조는 해체됐지만, 사회·경제적 자원 분배가 전적으로 시장에 의존하면서 ‘민주주의적 독점’ ‘시장적 독점’이 출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소득 양극화와 비정규직화, 청년실업 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공동화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꼬집는다.


» 〈아시아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동학-‘사회경제적 독점’의 변형 연구〉
이런 공동화의 원인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국제 조건의 제약도 있지만, 민주정부를 구성한 자유주의 세력의 능력 부족 탓도 크다는 게 연구진의 진단이다. 자유주의 세력이 아래로부터 제기되는 사회경제적 요구를 수용하는 데 실패하면서 대중들의 불만이 누적되는데, 대중들에게 독재시대의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이것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민주화의 성과 자체를 ‘주어진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 대중들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민주정부와 민주주의 자체에 회의와 불만을 표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는 언술에서 드러나는 이런 불만을 보수세력은 신자유주의적 자유화와 토건논리가 결합한 ‘신개발주의’를 통해 흡수한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대만 마잉주 정부는 이를 통해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경우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새로운 보수정권의 등장으로 귀결하거나, 타이처럼 민주화 자체가 역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에서 이런 사회경제적 재독점화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재벌 중심 경제구조와 보수독점의 정당정치가 결합된 ‘한국형 신자유주의 기업국가’의 등장(조현연 부소장)과 노동계급의 파편화와 지배층의 계급세력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비대칭적 계급구조화’(김동춘 교수), 지방정부의 자율성 확대와 기업주의화가 결합된 ‘지역 독점구조의 재편’(이광일 교수) 등이 그 사례다.

 

아시아 국가들도 다양한 형태의 사회경제적 변형을 겪는다. 대만의 경우에는 자본과 지방 파벌이 1980년대 후반 민주화와 함께 국가와 대등한 수준의 권력 실체로 부상하면서 국민당 정권과 자본, 지방파벌의 삼각동맹이 구축되는데, 이를 통해 기존의 경제적 독점체제가 변형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게 박윤철 호서대 교수의 분석이다. 사적 자본이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 모두를 주도하려고 시도하는 ‘시장국가’의 특성이 두드러진 타이의 경우는 ‘신과두제’의 대표적 사례다. 박은홍 성공회대 교수는 이를 두고 “공정한 경쟁과 투명성을 핵심으로 하는 규제국가로까지 발전하지 못하고 정경유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독점의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연구소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각 나라의 민주화 정도를 수치화하는 2단계 작업을 진행중이다. 김정훈 성공회대 교수는 “일단 한국·필리핀·인도네시아의 정치·경제·사회 민주화 지표를 뽑아 비교 분석할 계획”이라며 “미국의 프리덤하우스 지표처럼 아시아 모든 국가의 민주화 정도를 수치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는

출범 10년… “아시아 대표 연구소로 도약할 것”

아시아를 대표하는 민주주의 연구소를 목표로 1999년 문을 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가 출범 10년을 맞아 민주주의연구소로 이름을 바꿔 새 출발한다.

조현연 부소장은 “연구소의 대외적 위상 제고를 위해 부르기 쉽고 포괄적인 이름으로 연구소명을 바꿨다”며 “16일 오전 현판식과 함께 아시아 민주화 비교 총서 출판기념회를 새천년관 민주자료관에서 연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산하 민주자료관이 10년 동안 수집·정리해 온 한국 민주화운동과 노동·진보정당운동 관련 자료의 원문을 이날부터 웹사이트(demos-archives.or.kr)를 통해 제공한다. 행사 뒤에는 새천년관 4층에서 ‘고립과 단결, 박정희의 지역전략’을 주제로 학술토론회도 연다. 손정원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가 발표한다.

민주주의연구소는 서구의 민주주의론이 포착하지 못하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사례를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산하에 사회운동센터와 지구화연구센터, 박정희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02)2610-4723.

이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