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9-04-14 오후 08:15:49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349781.html
미, 쿠바 봉쇄 완화…‘스마트외교’ 잰걸음 | |
반세기 만에 쿠바계 미국인 여행·송금제한 폐지 카스트로 “수출입 금지조처 유지…자선 필요없어” | |
김순배 기자 | |
|
미국이 50년 가까이 계속해온 대쿠바 봉쇄 조처에 대한 수술을 시작했다.
백악관은 13일 쿠바계 미국인의 쿠바 여행과 송금 제한 폐지를 뼈대로 한 봉쇄 조처 완화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의 쿠바 휴대전화, 방송 서비스 사업 진출도 허용됐다. 대쿠바 제재 조처의 일부만 완화한 것이지만,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수십년 만의 최대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조처로 쿠바에서 기본적 인권과 정치·경제적 권리가 존중되도록 하는 목표가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쿠바계도 3년에 한번 2주간만 쿠바 여행이 허용되고, 3개월에 최대 300달러만 송금할 수 있었다. 여행 제한을 어기면 7천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1960년 이후 잇따라 확대된 대쿠바 수출입 금지 조처와 쿠바계가 아닌 미국인의 쿠바 여행 제한 등은 유지된다. 현재 미국인 약 150만명이 쿠바에 가족을 두고 있다. 이번 조처는 오는 17일 카리브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시작되는 미주 34개국 정상회의에서 미국-중남미 관계 변화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자선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가장 야만적 행동인 금수조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고 비판했다. 카를로스 파스쿠알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국장은 무역금수 조처가 해제될 때까지 쿠바에 민주적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보다 폭넓은 화해 조처를 촉구했다.
대쿠바 봉쇄 조처 완화는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내건 ‘스마트 파워’를 통한 적대국가와의 관계 재설정 정책의 결과물이다. 대쿠바 봉쇄 조처라는 강경책이 체제 변화에 실패했다는 반성에서, 교류 확대로 쿠바의 민주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오바마는 취임 뒤 러시아, 이란, 북한, 시리아 등과 대화를 시도하며 갈등 해소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재설정’ 버튼 모형을 선물로 준 게 상징적이다.
하드파워(군사력, 경제 제재 등)와 소프트 파워(정치·외교·문화적 접근 등)를 적절히 혼합하는 ‘스마트 파워’는 오바마 외교의 키워드다. 군사력과 힘에만 의존하는 과거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미국을 고립시키고 약화시켰다는 반성에서 출발해 협력을 통해 미국의 지도력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적과도 대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11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특정 국가가 아무리 힘이 강력해도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는 도전을 맞고 있다”며 “미국이 이끌어야 되지만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행동할 때 전례없는 도전을 해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스마트 파워는 바뀐 세계질서에 맞춰 떠밀린 오바마의 선택이지만,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에 시달렸던 각국의 환영을 받고 있다. 미국이 로켓을 발사한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는 스마트 파워의 또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세상 이야기 >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아시아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동학> (0) | 2009.04.16 |
---|---|
[책]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오마이뉴스070312) (0) | 2009.04.15 |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의 ‘단식 투쟁’ 끝내 결실(한겨레신문090415) (0) | 2009.04.15 |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길을 묻자(한겨레21 제652호) (0) | 2009.04.15 |
베네수엘라 국제 정치경제학자 대회 가보니 (한겨레신문081022) (0) | 2009.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