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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괴산행 시내버스 안에서

by 마리산인1324 2009. 5. 22.

 

괴산행 시내버스 안에서

 

 

간혹 버스를 타고 괴산읍내로 갈 경우가 있습니다.

하루에 두번 지나가는 그 버스를 타고있는 서너명의 손님 가운데 하나가 되니 그 한가로움은 말할나위없이 좋기만 합니다.

커다란 풍경사진을 보듯이 스쳐가는 자연향기는 여전히 쫓기듯 살아가는 나를 깊이 위로해주기도 하거든요.

 

지난 5월 14일 아침에도 청안을 지나는 그 버스를 탔습니다.

나를 태운 차는 봄날 아침의 상큼한 향내를 맡게 하면서 괴산쪽으로 내달았습니다.

그렇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출입문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왠 이상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Bision 이 무슨 뜻인가 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단순히 틀린 영어 철자 때문만은 아니었지요.

괴산군청의 원래(?) 의도대로 'Vision 2010 New Goesan'을 강조하려면 그에 합당한 내용이 있어야 할텐데 그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고작 "활기차고 풍요로운 괴산건설"이라는 괴산군수의 틀에박힌 구호와 괴산고추축제에서 행해진 고기잡이, 마라톤, 임꺽정선발대회 등의 사진만 나열하고 있을 뿐입니다.

왜 Vision 2010 이라고 했는지도 의문이지만 New Goesan 의 내용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좋은 말만 내세워서 하는 막연한 홍보가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지 모르겠으나 분명히 이런 행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전체적인 편집은 괴산군의 시골스런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서 왠지 씁쓸하기만 합니다.

 

저 홍보물을 본 후에는 어느덧 차창 밖의 감흥은 어디론지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감흥없는 구호와 느낌없는 홍보물이 오늘 나의 갈증을 더하게 합니다.

 

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