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늙어야겠구나...
김진홍, 김동길.
젊은 시절의 제게 적지않은 영향을 줬던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기독교인으로서 그들의 말은 종교의 힘까지 입어서 그 영향력이 대단했었죠.
그들의 그 유창한 언변은 누구도 감히 이의를 달기 어려울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언젠가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의로운 길을 가지 않았고, 바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진실을 왜곡하고 세상을 비뚤어지게 봅니다.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야 하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이들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진즉에 알지 못하고 이제야 눈치챈 저의 어리석음을 통감하면서 그들의 삶을 그들의 말로 다시 들어봅니다.
마지막으로,
늙는 것도 제대로 늙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이들로부터 얻어지는 반면교사일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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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2009. 5. 25
두레교회 http://www.doorae.org/doorae_pastor/sub/meditation/meditation01_01.asp?page=1&NumKey=78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자살한 다음 날 필자에게 어느 분이 코멘트를 요청하기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매우, 매우 애석한 일이지만 대단히 잘못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 매년 1만 3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자살하고 있습니다. 그 숫자가 날로 늘어나니까 이제는 보도조차 하지 않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국민들과 청소년들의 본보기가 되어 자살하는 사람들을 말려야 할 자리에 있던 분이 자살로 삶을 끝낸다는 것은 심히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노 전 대통령이 투신자살한 그날, 바쁜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나절에야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언뜻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의 모방 자살(模倣自殺)이 이어지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였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지도자들에게 주어지는 책무(責務)가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통하여 국민들에게 본을 보여야 할 책무입니다. 그런데 비록 전직이라 하지만 대통령직을 거친 분이 그런 죽음을 선택한 것은 무책임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러는 오죽이나 억울하였으면 그런 죽음을 택하였을까, 하고 동정적인 발언을 하는 분들도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대통령직이 어떤 직입니까? 법을 따라 국민들이 선출한 국가의 수반입니다. 억울하면 억울할수록 법정에서 밝혀지도록 힘써야 합니다. 민주 사회, 민주 국가의 힘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법치(法治)에서 나오지요. 억울한 일로 따지자면 우리 사회에 억울한 경우를 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억울하고 힘들기 때문에 자살을 한다면 우리 사회에 자살하여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래서 성경(야고보서3:1)에서는 “지도자가 되려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감당할 자질이나 능력이 없이는 굳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려 들지 말라는 권면의 뜻이 담긴 말입니다. 다시는 이번 같은 슬픈 일이 전직, 현직 지도자들 사이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느끼는 바를 몇 자 적습니다.
<김동길> 2009. 5. 25
지금은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여·야의 모든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어떤 “은퇴” 정치인은 자신의 반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청와대도 슬픔에 잠겼다고 들었습니다. 가게를 지키고 앉았던 사람들도, 길을 가던 사람들도 모두 슬픔을 금치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라의 임금님이, 예컨대 고종황제께서 붕어하셨을 때에도, 그 시대에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백성이 이렇게까지 슬퍼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박정희 장군이 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생각이 부족한 어느 한 측근에 의해 피살되었을 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궁정동의 그 때 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이기는 했지만 오늘과 같은 광경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모든 언론매체가 왜 이렇게도 야단법석입니까. 노무현 씨가 산에서 투신자살했기 때문입니까. 그러나 설마 국민에게 자살을 미화시키거나 권장하는 뜻은 아니겠지요. 내가 4월에 띠운 홈페이지 어느 칼럼에서 “노무현 씨는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하여 이 노인을 매도하며, 마치 내가 노 씨 자살의 방조자인 것처럼 죽이고 싶어 하는 “노사모님들”의 거센 항의의 글이 쇄도하여 나의 홈페이지는 한참 다운이 되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나는 내 글을 써서 매일 올리기만 하지 내 글에 대한 댓글이 천이건 만이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하도 험하게들 나오니까 내 주변의 가까운 이들은 “테러를 당할 우려가 있으니 혼자서는 절대 집을 나가지 말고, 밤에는 더욱이 외출 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 내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늙어서 반드시 요를 깔고 누워서 앓다가 죽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 테러 맞아 죽으면 영광이지.” 아직은 단 한 번도 테러를 맞은 일이 없지만 앞으로도 마땅히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다가 폭도들의 손에 매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떤 위기에 처해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가 몇인데요. 여든 둘입니다.
사법부는 노 씨에 대한 모든 수사는 이것으로 종결한다고 하니 이건 또 어찌된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된 검찰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려는 속셈입니까. 이 나라에는 법은 없고, 있는 것은 감정과 동정뿐입니까. “검찰이 노무현을 잡았다.” - 이렇게 몰고 가고 싶은 자들이 있습니까. 천만의 말씀! 노무현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입니다. 이 비극의 책임은 노 씨 자신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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