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군상들 ㅡ '이강래 의원을 보면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꾸준히 변해가는 모양입니다. 어렸을 적 성질이 늙어서까지도 그대로 유지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세월이 점차 흐를수록 이상하게 변해가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의 노대통령 서거 정국을 맞아서 사람들이 변한 모습을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합니다. 한때는 제가 꽤나 열광했던 사람들(김동길교수, 김진홍목사 등)의 현재 모습은 코미디를 방불케 합니다. 그것도 기독교인이라는 사람들의 면면에서 평범한 인간미조차 느낄 수 없으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면서, 사람의 변신이라는 극치를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현역 정치인들의 표변한 모습을 발견하곤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오늘 알게 된 이강래 의원의 경우는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합니다.
지난 2007년 2월 10일에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이 워크숍을 갖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강래 의원은 <중도개혁통합신당의 비전과 전략>이라는 제목의 기조발제에서 노 대통령의 15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발표합니다. 지금의 민주당 원내대표인 이강래 의원이 지적한 노대통령의 문제점은 ▲반복적인 말실수 ▲코드인사 ▲인재풀의 한계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고집.오만.독선 ▲자주를 가장한 탈미적 접근 ▲당 배제 ▲편나누기 ▲뺄셈정치 ▲싸움의 정치 등이었습니다.
그가 지적한 대부분의 말은 조중동에서 자주 본 것들이었고, 결국에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정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의 입에서도 똑같이 재생되는 것을 보면서 '이렇게도 생각이 없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그에 대하여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서거 상황하에서 민주당의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고있는 그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처신이라고 생각됩니다. 더구나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떠들어대는 민주당으로선 매우 의외의 상황들이 연출된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습니다. 근 5년만에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넘어섰다고 좋아하는 게 꼭 노무현의 열매만 따먹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니 이를 어쩝니까...? 아마도 얼마전과 같은 지지율로 추락할 것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사람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가슴 속 깊이 있는 자기 기준이 쉬이 흔들린다면 분명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문제일 것입니다. 자신이 본 관점이 잘못되었다면 진솔하게 사과한 후에 다시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게 우리나라 정계가 아닌가 싶어서 앞날이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는 말에 진정성이 실리지 않아보이니 더더욱 미래가 불안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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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이강래 의원이 발표했던 기조발제 요약본을 싣습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2007. 2.11. 10:49)
◆ 기조발제 요약
- 중도개혁통합신당의 비전과 전략 (이강래)
1.노무현 대통령 무엇이 문제인가?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게 반복적인 말실수다.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까 이런 불안감을 줬다.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
-코드인사,인재풀의 한계다. '민주화운동 경력'을 맹신하고 감옥이라도 한번 안갔다 오면 뭐 못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남탓. 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굉장히 정의롭고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의 문제가) 남의 탓임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밖에 비치는 모습은 전부 야당탓,언론탓,당탓 하는 것 뿐이다. 리더로서 적절치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고집,오만,독선. 판단이 한번 서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귀를 닫는 것 아닌가. 큰 입만 있고 귀가 없고 눈이 없다는 얘기들 많이 한다.
-조직,국정경험 부족과 미숙. 짧은 기간의 판사생활,재야생활,변호사,국회의원 6년,장관8개월이 전부다.
-'내가 정치는 제일 잘 안다' '내 방식대로 해서 성공했다'는 지나친 자기 확신이 남 생각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대연정 제안도 이런 캐릭터에서 온 것 아니었나 생각한다.
-기본적 자질 문제. 훌륭한 대통령 후보감이긴 하지만 훌륭한 대통령감은 아니라는 지적 많았다.
-정책의 일관성 문제.
-이념적 좌파 이미지. 노대통령이 좌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렇게 비춰지는 게 문제다. 실제와 상관없이 그렇게 보였다는 게 문제.
-당을 배제한 뺄셈정치.
-싸움정치. 국정을 선거 캠페인으로 오인해왔다.
-대통령의 역할인식 격차.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과 본인의 인식 사이에 차이가 너무 커 지지를 얻지 못했다.
2.열린우리당 왜 실패했나
-태생적 한계로 인해 무능,혼란,좌파 이미지가 굳어졌다.
-민주당 출신,개혁당그룹,17대총선 108명의 초선 등이 우리당을 구성했는데 개혁당 출신이 생각하는 정당과 우리의 정당이 전혀 달랐다. 추구하는 가치가 전혀 달라 우리당 탈당하는 순간까지 그 부분 고민해야 했다.
-초선 의원이 여러 분야에 망라돼 있었던 분들이라 하나로 묶기 어려웠다. 초선의원 숫자가 너무 많고, 제일 큰 문제는 옆으로 많이 퍼지고 종식줄이 얇다. 과거 같으면 재선이 중진일 수가 없다. 3선만 되면 애늙은이처럼 되고 4선 되면 정치다 해버린 사람처럼 되다보니 조직이 옆으로 다 퍼지고 정신없고 그러다 보니 위계질서도 없어지고, 마이크먼저 잡은 사람,목소리 큰 사람이 임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극에 달한 게 2004년 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색채. 노 대통령 이념 성향에 대한 보수세력의 집단적 의구심이 있었고 보수언론과 부딪히면서 실체와 무관한 좌파적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또 청와대 386,핵심참모들이 급좌파적 편향성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비빔밥' 조직이었고, '구심점'이 될 리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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