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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시론]경찰폭력에 유린당한 ‘집회 자유’ (경향신문090612)

by 마리산인1324 2009. 6. 13.

 

<경향신문> 2009-06-12 18:13:0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6121813085&code=990303

 

 

[시론]경찰폭력에 유린당한 ‘집회 자유’

 

 

 김승환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북대 교수

 

 

김 승 환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북대 교수
헌법 제21조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 집회 허가제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집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없다.

집회금지 경찰권 자유 아니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는 집회의 자유는 의사표현의 자유의 하나로서 민주주의의 존립조건이기 때문이다. 집회의 자유는 불가피하게 공공의 안전 및 질서와의 충돌을 예견하고 있다. 따라서 집회의 자유의 주체, 경찰권과 공공 사이에는 일정한 협력관계가 형성된다. 경찰권은 집회의 자유가 효과적으로 행사되도록 협력해야 하고, 공공은 집회의 자유의 행사에 따른 일정한 생활상의 불편(교통방해, 평온의 저하 등)을 수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집회의 자유의 특성상 집시법의 입법방향은 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제한을 예외로 하여야 한다. 집시법 제10조가 야간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주간에는 삶의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인간의 삶의 양식에 비추어볼 때, 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가능성을 하위법인 집시법이 봉쇄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집시법 제6조는 옥외집회 및 시위를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사전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집회 주최자에게 신고의무만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관서에는 접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경찰관서가 합법적인 집회신고의 접수를 거부하면 이는 집시법 제22조 제1항이 규정하는 집회방해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집시법에 이 조항이 생긴 이후로 경찰관이 집회방해죄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집회신고서를 접수한 경찰관서장은 집회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빈번하게 문제되는 것이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가 규정하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이 개발한 이른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여기에 적용된다. 그러나 이 원칙은 냉전시대인 1919년에 처음 등장했을 때 지녔던 넓은 의미와는 달리 1969년부터 상당히 제한적인 의미로 해석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합법적으로 구성된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할 위험이 급박해 있고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원리로 적용되고 있다. 즉,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의 현재적 의미는 사람이 말하는 것은 자유롭게 놓아두라는 것이다.

현장봉쇄·방패구타는 헌법 위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분향소를 경찰이 강제철거한 행위, 서울광장에 시민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경찰차로 벽을 둘러치는 행위, 집회 현장에서 집회참여자를 방패로 무차별 구타하는 행위, 집회현장에의 접근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 이 모두가 헌법위반이자 집시법상의 집회방해죄에 해당하고, 국가배상책임을 물어야 하며, 경찰청장에게는 탄핵사유가 발생하는 행위이다. 그러한 행위는 경찰권력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경찰폭력이다.

경찰은 집회와 관련한 자신의 의무와 권한을 오해하고 있다. 집회와 관련하여 경찰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집회에의 최선의 협력이다. 집회는 경찰이 허가하면 할 수 있고, 금지하면 할 수 없는 경찰권에 유보된 자유가 아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헌법상의 집회의 자유 조항은 경찰폭력에 유린당하고 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 회장 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