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9-06-13 오전 9:42:20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90613084446§ion=01
검찰은 '빨대' 아니다? 그럼 더 문제다
[김종배의 it] 검찰 外 경로에서 언론플레이 이뤄졌다?
검찰이 주장했다. 자신들은 '빨대'가 아니라고 했다. 명품시계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평가를 받는 몇몇 사례의 사실 여부를 검찰이 언론에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어제 '박연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럼 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나쁜 빨대를 색출하겠다고 했을까' 라는 식의 반문은 던지지 말자. 생산성이 없다. '나쁜 빨대'를 색출한 결과 검찰이 아닌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것도 물어보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고가의 명품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며 노 전 대통령이 답변을 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는 보도가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도 물어보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나온 고인의 부산상고 동기의 증언, 즉 권양숙 씨가 노건평 씨의 부인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전화를 받고 "논두렁에 버리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증언에 따르면 보도된 사실관계가 틀리기에 반드시 정보 제공-확인 경위를 밝혀야 하지만 그래도 일단 관두자.
검찰이 어제 추가로 밝힌 내용이 있다. "수사 대상이 방대하고 사건 관계자가 많아 검찰 이외의 경로를 통해 수사 내용을 입수할 수 있었고, 언론이 먼저 정보를 입수한 뒤 사실관계 확인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문제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이다.
▲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뉴시스 |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검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검찰 이외의 경로'에서 '노무현'을 캤거나 '노무현 수사'를 손금 들여다보듯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게 누구일까? 검찰은 '사건 관계자'를 거론했지만 가능성은 낮다. 명품시계를 예로 들 경우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나 박연차 전 회장측이 언론에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그것도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선사'할 리 만무하기에 그렇다. 박연차 전 회장도 아니다. 그는 당시 감옥에 있었다.
그럼 누구일까? 박연차 전 회장의 측근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이들 또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언론이 이른바 '포괄적 뇌물'의 대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태광실업이 수주하려던 베트남 화전을 적극 밀어줬다고 보도했을 때 앞장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사람들이 박연차 전 회장의 측근들이다. 그럼 누구일까? '검찰 이외의 경로'는 어디일까?
왜 흘렸을까? 언론에 정보(그것도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린 주체가 '검찰 이외의 경로'라면 정보 제공 목적이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정보를 흘렸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수사 이외의 목적, 어떤 특정한 목적 말이다. 그게 뭘까?
여기서 던지는 의문이 일말의 타당성이라도 갖고 있다면 반드시 캐야 한다. 허투루 넘기지 말고 반드시 밝혀야 한다. 검찰이 '면피'하려고 애먼 사람을 잡는 게 아니라면, 실제로 '검찰 이외의 경로'에서 '언론플레이'가 이뤄졌다면 그건 음험한 기획과 교활한 공작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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