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한토마 06.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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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너나 잘하세요!
레종 (kth1428)
한나라당이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6.10 범국민대회가 반정부 시위로 흘렀다며 야당과 시민사회를 돼먹지 못한 궤변으로 헐뜯고 나섰다. 거기에다 누가 군사 독재정권의 후예가 아니랄까봐 구닥다리 색깔론까지 슬쩍 끼워넣는 그 옛날 못된 버릇까지 잊지 않고 선보였다. 쇄신이다 뭐다하며 실컷 바람만 잡다가 박근혜와 청와대에 핀잔만 듣고 비루먹은 개 꼴이 된 자기들 신세는 생각도 못하고 남 헐뜯기는 살 판 난듯 기세등등하고 있으니 꼴불견도 이런 꼴불견이 없다.
요즘 신세가 구멍가게만한 회사 바지사장보다 못한 `허당' 당대표 박희태가 터진 방앗공이에 보리알끼듯 어김없이 한마디 하고 나섰다.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굿판'과 `흥행'을 염두에 둔 정치적 쇼 정도로 치부하며 최근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민의를 왜곡하기에 바쁘다. 자기네 당에 있는 사람들 조차 쇄신을 요구할 정도로 형편없는 국정 운영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해도 모자랄 위치에 있는 위인이 대통령에게는 찍소리 한마디 못하면서 오히려 야당을 향해 `국민배신' 운운하며 적반하장식 훈계나 늘어 놓고 있으니 이게 어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의 언사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사람이 당대표로 있는 집권여당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이 모양이니 나라가 온전하길 바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국회를 팽개치고 길거리에서 가투 형식의 정치를... 계속하면 야당은 미래가 없다”며 무슨 빚 받으러 온 사채업자처럼 야당에게 국회에 빨리 나오라고 성화를 부려댄다. 국회? 도대체 무슨 국회를 말하는 것인가?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를 청와대의 하부기관이나 그저 악법이나 통과시키는 통법부로 만들어 놓고서, 그것도 꼴에 국회라고 무슨 염치로 야당에게 들어오라고 성화를 부려대는 것인가? 박대표는 괜히 쓸데없이 남의 정당 `미래' 걱정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파리 목숨보다 못한 자기 자리 `미래'나 걱정하든지 아니면 5년만에 지지율이 역전된 자기 당 `미래'나 걱정 하는게 분수에 더 맞는 일이다.
원내대표 안상수는 범국민대회가 `불과 1년 반 전에 국민들이 압도적 다수로 뽑은 정통성이 있는 합법 정부'를 흔드는 `반정부, 이명박의 퇴진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 아니 그럼 압도적 다수로 뽑은 정부에겐 반대도 못하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저 국민들은 정부가 잘못하든 말든 아무 말도 못하고 복날 개끌려 가듯 해야만 한다는 것인가? 일년 반 밖에 안된 것이 무슨 자랑이고 특권인가? 오죽하면 제 손으로 뽑아준 일년 반 밖에 안된 정권에게 국민들이 물러나라고 외치겠는가? `일년 반만에 반정부 이명박 퇴진 구호가 난무'하는 것이 부끄러운지도 모른 채 지금 누구에게 타박을 늘어놓는 것인가? 그리고 그러는게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는가? 그럼 그거라도 안하면 도대체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있는가? 가만히만 있으면 민주주의고 경제고 모든 것이 잘된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다. "안상수씨, 그런 말은 뿌레땅 뿌르국에 가서 하세요"
홍준표에 이어 안상수까지 검사출신인데 어째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검사스럽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최근 북한의 반정부 투쟁 선동 내용이... 거의 반정부 투쟁을 하라는 내용이고, 그렇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을 퇴진시키라는 그런 내용"이라며 감출 수 없는 검사스러움을 여지 없이 드러낸다. 도대체 이 무슨 유치한 짓인가? 쌍팔년도에 써먹던 용공조작 수법을 지금 어디서 써먹으려고 하는 것인가? 북한에서 남의 물건 훔치지 말라고 한다고 우리 국민이 남의 물건 안 훔치면 전부 북한의 선전 선동에 놀아나 물건 안 훔치는 것인가? 누가 검찰 출신 아니랄까봐 그저 조그만 꼬투리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엮어 보려고 안달하는 모습이 차라리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야당과 협상하겠다는 원내대표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는 것인가? 차라리 그러지 말고 요즘 새로운 임무가 많아졌다는 국정원에나 자리 하나 만들어 달라고 이명박씨에게 부탁해보는게 어떤가?
여기에다 이재오까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자신의 블로그에 "분노와 저주는 끝내자"며 "서울광장에는 거짓과 허위의 깃발을 내리고, 민주주의 성숙의 깃발을 올리자"는 글을 올렸다. 한 때 자신도 길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투쟁했던 사람이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분노와 저주',`거짓과 허위'로 매도할 수 있는 것인지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자신이 견마지로를 다해 만들어 놓은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는 것 만으로도 이재오는 국민 앞에 아무리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뻔뻔하게도 오히려 국민들에게 오물을 뒤집어 씌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세월과 권력욕 앞에 무너져버린 철새같은 한 인간의 변절이 새삼 그 추악스러움을 더해준다.
지금 한나라당의 간판 세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면 왜 정치를 오래 하면 사람 망가진다는 말이 나왔는지를 실감케 하고 있다. 그렇게 정치를 오래 했으면서도 원칙과 상식을 버리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수많은 국민들이 눈물로 애도했던 그 의미를 가슴 속에 조금이라도 새겼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박희태, 안상수와 이재오처럼 저렇게 비상식적 언사와 궤변을 늘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저 조그마한 이해와 다툼에 갈대잎처럼 흔들리며 원칙과 상식은 헌 신짝처럼 내던져 버리는 것이 정치인 줄 아는 저 가련한 세 정치인에게 이 나라 대한민국 집권여당이 맡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이 나라 국민인 것이 그저 처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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